출처=리플 웹페이지
출처=리플 웹페이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가상자산 XRP 발행사 리플랩스(이하 리플)의 약식판결 요청에 따른 소송 종료 기대감에 대해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 나왔다.

28일 코인데스크 코리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변호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3명의 국내 변호사는 SEC와 리플의 약식판결 요청을 소송 종료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약식판결(Summary Judgement)이란 원고와 피고의 쟁점에 대한 사실관계가 명백한 경우 사실심리(공판)를 생략하고 판결을 내리는 절차를 의미한다. 약식판결은 소송 절차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서 SEC와 리플은 뉴욕 남부 지방 법원에 약식 판결을 요청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이 문서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 법원 데이터베이스에 게시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12월 SEC가 브래드 갈링하우스·크리스 라슨 리플랩스 공동창립자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이후 2년간 지속된 소송전이 마무리될 거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형성됐다. XRP는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16일 0.325달러에서 3일만인 19일 오전 5시 약 22% 급등한 0.395달러에 거래됐다. 

그러나 주현철 법무법인 이제 미국 변호사는 약식판결 신청은 각하될 확률이 높으며, 리플이 승소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주 변호사에 따르면, 통상 약식판결은 신청된 이후 4~6주 뒤에 법원이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약식판결이 인정되려면 약식판결을 신청한 청구인이 사실관계에 대해 당사자간 분쟁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주 변호사는 양측의 분쟁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약식판결을 인정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법원 측에서 가상자산의 증권성과 관련한 판례를 명확히 세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약식판결이 인정될 확률은 낮다고 전망했다.   

미국 변호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또 다른 변호사인 A변호사와 B변호사도 약식판결 요청이 소송 종료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A변호사는 약식판결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SEC와 리플의 분쟁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양측이 사실관계에 대해 더 이상 다투지 않고 증권성과 관련한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판결을 받겠다고 합의한 상황이라면 약식판결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A변호사의 설명이다.

한편 리플은 약식판결 신청 이전부터 올해 안으로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브룩스 엔트위슬 리플 아태 및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총괄 겸 글로벌 고객 성공 부문 수석 부사장은 지난 4월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SEC와 소송을 올해까지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약식판결 신청 이후 스튜어트 알더로티 리플 법률고문은 지난 23일 코인데스크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약식판결 요청은 SEC가 기존 법에서 움직이기보다는 허용 불가한 수준으로 자신들의 관할권을 확대할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리플은 업계에 요구되는 규제 명확성을 확보해 미국 내 가상자산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SEC와) 싸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리플은 승소에 대해서도 확신을 드러냈다. XRP가 하위 테스트를 기준으로 증권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투자 계약에 해당하지도 않기 때문에 승소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위 테스트란 금융투자상품이 미국 대법원이 제시한 유가증권 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리플의 승소 가능성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국 변호사 라이선스를 취득한 국내 변호사 3명의 의견은 모두 달랐다. 

먼저 주 변호사는 리플의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그는 "XRP의 증권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XRP를 단순 유틸리티(Utility) 목적으로 샀는지,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목적으로 XRP를 매수했는지를 봐야 한다"며 "아직 양측의 증거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 지켜봐야 겠지만, 투자 목적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상 증권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리플의 승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XRP가 증권이라는 증거를 SEC가 빈약하게 준비했을 거라는 기대를 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동안 증권법 위반으로 SEC에게 소송이 걸린 가상자산 프로젝트 센트라, 메신저 서비스 텔레그램·킥 등은 모두 패소한 바 있다. 

하지만 A변호사는 반대로 리플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놨다. A변호사는 "개인적인 견해로 XRP를 공동 투자 약정으로 볼 여지는 적다"며 "실물(XRP)을 가지고 리플이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은 아니었기 때문에 XRP를 증권으로 볼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변호사는 판결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B변호사는 "한국 법을 기준으로 하면 XRP가 증권이 아닌 쪽으로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법은 증권의 기준이 폭 넓게 적용될 수 있어 증권이 아니라고 보기에는 모호해지는 구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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