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금융감독원. 출처=김병철/코인데스크코리아

7조원대의 이상 외화송금 정황이 비은행권인 선물회사에서도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외국인투자자가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가상자산 차익거래 목적으로 해외송금 거래를 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다른 선물사와 증권사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금감원은 최근 NH선물에서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가 발생한 정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19일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투자법인 대표는 원-달러 선물거래 명목으로 NH선물에 법인 명의의 위탁계좌를 개설했다. 이 위탁계좌를 통해 2019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인출한 자금이 외국투자법인의 해외 계좌로 송금됐다.

이상 외화송금액 규모는 50억4천만달러(약 7조1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앞서 금감원이 확인한 우리은행 등 은행권의 이상 외화송금 규모(72억2천만달러)의 70% 수준이다. 

세부 수법을 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인출된 자금을 외국인 투자법인 대표와 국내 법인·직원 등을 거쳐 외국인 투자법인 계좌로 모았다. 이후 NH선물에 개설된 법인 위탁계좌로 이체해 NH선물의 은행 대외계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법인의 해외 계좌로 송금했다. 이 해외계좌의 99%는 미국에서 개설됐다.

금감원은 이를 가상자산 차익거래 정황으로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러한 거래는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중개업자를 통해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가상자산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외국환거래법에 의한 자본거래 관련 규정 위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역방향’ 거래도 발생했다. 2019~2020년 해외계좌에서 NH선물 위탁계좌로 송금한 11억2천만달러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 입금했다. 외국인 투자법인의 해외계좌에서 NH선물의 법인 위탁계좌로 송금해 환전한 뒤 외국인투자법인의 국내계좌로 자금을 이체해 다수의 개인 등을 거쳐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송금하는 구조다. 이러한 역방향 거래는 해외에서 들여온 자금으로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이를 해외로 이체해 현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매도하는 거래로 추정된다. 

기존 은행권의 이상 외화 송금과 거래방식이 다른 점도 눈에 띈다. 송금 주체가 무역법인이 아닌 외국인 투자법인이고 해외 수취인이 다른 법인이 아닌 본인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증빙이 필요한 사전송금 방식 대신 증빙이 필요없는 투자금 회수 형태로 외화를 송금한 것도 다른 점이다.

금감원은 확인된 혐의 사실을 수사기관과 공유 중이며, NH선물의 외환 업무와 자금세탁 방지업무 취급에 법규 위반이 발견되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또한, 다른 선물사와 증권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거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외화송금 거래 규모 등의 파악에 나섰다. 이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현장검사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NH선물과 은행권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상자산 매매 등을 통한 이상 입출금과 외화송금 거래를 실효성 있게 모니터링해 억제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보, 보도자료는 contact@coindeskkorea.com
저작권자 © 코인데스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