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한국거래소 브로슈어
출처=한국거래소 브로슈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 두 가지로 나눌 것으로 발표하면서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에 따라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거래소 거래 가능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증권형 토큰의 경우 증권의 발행과 유통 과정을 따르게 돼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증권사를 통해 매매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수익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증권업계도 증권형 토큰 등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당국 "증권형 토큰, 증권과 동일하게 취급"

14일 금융당국와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체계 정비 방향' 세미나를 열고 증권성 판단 기준과 증권형 토큰의 발행·유통 체계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 방향을 밝혔다.

당국의 증권형 토큰·발행 유통체계 초안에 따르면 향후 증권형 토큰은 한국거래소가 개설하는 디지털증권 시장에서 유통한다. 장외 시장 거래는 증권사가 매매 중개를 맡는다. 투자자 보호와 규제차익 방지를 위해 기존 증권과 같은 유통체계를 적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증권형 토큰 발행에 대해선 예탁결제원이 등록심사와 발행량을 관리하고, 토큰 생성과 이전은 증권사·은행 등 계좌관리기관이나 요건을 갖춘 발행인이 맡는다. 현행법상 증권형 토큰은 전자증권에 해당하지 않지만 향후 전자증권법을 개정해 전자증권 제도에 편입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증권 유통 제도가 개선된다면 금융투자협회가 대형 증권사들(KB·NH·미래에셋·삼성·키움·한국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준비 중인 대체거래소(ATS)에서도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상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거래할 수 없다. 따라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해 있던 증권형 토큰이라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디지털증권 시장에서 상장 절차를 거친 뒤 거래할 수 있다. 이 경우 증권형 토큰의 거래 중개를 증권사가 맡게 된다.

지난해 코인 강세장과 함께 국내 증권사들은 가상자산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금투협은 대형 증권사들과 함께 ATS의 예비 인가와 법인 설립을 연내 완료하고 오는 2024년에 업무를 개시할 계획이다. 금투협은 장기적으로 ATS에서 증권형토큰은 물론 대체불가능 토큰(NFT),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개별 증권사도 그동안 가상자산업 진출에 열의를 보여왔다. SK증권은 지난 1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FUNBLE)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증권형 토큰 관련 사업 개발과 운영 업무를 위한 석·박사급 인력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올해는 꾸준히 증권형 토큰 관련 사내 스터디를 진행했다.

금융당국 또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존에 유통성이 제약된 투자계약증권 등의 거래가 활발해지고 개인투자자 간 증권형 토큰 장외거래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실제 업계 분위기는 다르다. 시황 침체와 더불어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가상자산의 리스크 부각, 증권형 토큰의 유통 플랫폼 구축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거래 중개에 대한 매력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금융위원회. 출처=한겨레

 

◆"증권형 토큰 사업, 리스크 크고 기술적 문제 있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맞춰 일부 증권사는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가상자산 시세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거래 중개 시스템 개발과 도입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KB증권 관계자는 "증권형 토큰은 블록체인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부분에서 현재 증권거래 시스템과 기술적 차이가 있다"며 "고객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등에 증권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증권형 토큰의 기반이 되는 자산 정보도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도 지난 상반기 적극 진행하던 가상자산 사업 전담 법인 추진을 원점으로 돌렸다. 수수료 수익이 높다고 해도 덥석 가져가서 키울 만한 사업은 아니라고 판단해 재검토에 나선 것이다.

증권형 토큰이 거래되는 추가 시장 개설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증권사들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에서 가장 최근에 개설한 시장은 코넥스(KONEX)다. 코넥스는 2011년 말 개설 논의를 시작해 2013년 7월 중 출범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월 신설한 신사업 태스크포스(TF)에서 당국과 함께 디지털증권 시장 개설에 대한 논의를 나누고 있지만 초기 단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9월 발표는 의견 수렴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증권형 토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식 확정되면 그 방향대로 기존 증권시장에 준하게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상장된 가상자산 일부가 증권형 코인으로 빠진다고 해도 수익성 타격은 크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증권사가 증권형 토큰을 맡게 될 경우 시장 안정화로 업계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코인원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에서 거래소를 만든다면 증권형 토큰을 주로 다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거시적으로 본다면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이 커지고 제도권에 더 안착하게 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XRP(리플)의 경우 증권형 토큰으로 규정되면 가상자산 거래소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XRP는 BTC(비트코인), ETH(이더리움)를 제외한 알트코인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코인 중 하나다. 전날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의 거래대금 상위 1위도 XRP가 기록했다. XRP는 최근 몇 달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간 증권법 위반 관련 소송이 리플랩스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세가 급등한 바 있다.

이날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크립토랭크에 따르면 XRP는 지난 3분기 동안 시세가 44.5% 상승했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수수료 매출 비중이 큰 코인들은 대부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정도"라며 "최근 리플이 약세장 속에서도 거래량이 많아 수수료 수익이 컸다"고 말했다.

김제이 안녕하세요,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제이 기자입니다. 국내 정책·규제, 산업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늘 깊고 정확하게 보겠습니다. 기사에 대한 피드백은 댓글과 메일, 트위터 모두 환영합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Hi. I'm Jey Kim, a reporter for CoinDesk Korea. I cover policy, regulation, and the web3 industry. If you have some feedback on articles, Please send it via comments, email, and Twitter.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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