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킬러’는 모두 ‘좀비’가 된다
머지(Merge)를 통해 전세계에 낱낱이 공개되었지만, 블록체인 업계에서 이더리움의 암살자들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은 오랫동안 공공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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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Brody
Paul Brody 2022년 10월30일 11:30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블록체인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과제는 과연 어떤 블록체인이 시간과 노력을 들일만큼 가치가 있는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조상’격이지만, 복잡한 스마트계약으로 작동되는 생태계를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많은 개발자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며 수많은 선택지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지난 수 년간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뛰어난 블록체인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하지만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무시해버리기 일쑤였다. ‘중앙에서 관리되는 분산원장’이라는 해괴한 논리적 모순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이외에도 여전히 선택지는 많다.

나와 EY(Ernst & Young, 글로벌 회계법인)에게 있어 '스마트계약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수많은 퍼블릭 블록체인 중 과연 어떤 것이 시간과 노력 대비 최대의 성과를 낼 것인가?'라는 질문은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더리움을 선택해왔다. 이 글에서는 뛰어난 블록체인이 새로 많이 생겨났음에도 왜 우리가 그 선택을 고수했는지 짚고 넘어가보려 한다.

먼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장 규모다. 이더리움은 오래전부터 지배적인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으로 자리잡았다. 그 어떤 생태계보다 많은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고, 탈중앙화 금융(DeFi) 시장에서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선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생태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여러 개의 다양한 생태계에서 2,3위를 하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동안 다양한 디지털 생태계에서 얻은 교훈을 보면 우리는 분명히 승자독식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관념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대한 학술연구 자료와 더불어 설득력 있는 경험들로 뒷받침된다. 간단히 말하면, 무엇인가를 더 많이 할수록 그것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더 잘하게 되면 경쟁에서 이길 확률도 높아진다. 기술 세계에서 특히 보상이 큰 이유는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IT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임을 고려할 때, 기술 수준이 낮으면 따라오는 위험은 매우 크다.

더 이상 이더리움에 주력하지 않는 것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시장점유율이 여러 체인으로 분산되는 멀티체인(multichain) 세계가 구축돼 이더리움에만 주력하는 것이 더 이상 최고의 선택이 아니게 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이더리움이 지배했던 시장이 이더리움보다 뛰어난 새로운 체인으로 대체되는 경우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시나리오 모두 현실성이 낮다고 본다.

멀티체인 시나리오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메칼프의 법칙(Metcalfe’s law, 네트워크 규모가 커지면 비용은 직선적으로 늘지만, 그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법칙) 덕분에, 기술 생태계는 표준을 사랑한다. 우리는 지금 멀티네트워크 세계가 아니라 전송 제어 프로토콜/인터넷 프로토콜(TCP/IP) 세계에서 살고 있다. 이메일부터 웹페이지, 경매 사이트, 그리고 SNS까지 디지털 경제는 승자가 (거의)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상호운용성이 중요한 블록체인은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하나의 체인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하거나 자금을 조달하고, NFT를 파는 것이 가장 쉽다. 아직까지 위험이 가장 낮은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기존의 시장점유율 모델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기술적 목표를 달성하려 했던 네트워크, 제품 및 서비스들이 많았다. 블록체인 세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브릿지(Bridge)와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의 호환성은 자산과 어플리케이션을 모두 이더리움 생태계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사용자들이 따라온다는 보장은 없다. 충분한 자금을 갖춘 공격자(attacker)들은 프로젝트와 언론을 매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규모가 반드시 지속가능하다는 보장도 없다. 기업 판매 시 고객이 먼저 솔루션을 배포하는 경우에 종종 챌린저(challenger) 레이어 1 블록체인으로 전체 개발 비용이 충당되기도 하지만, 만약 고객 없이 체인을 출시한다면 배포 비용이 전부 지불되었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멀티체인 세계와 관련된 또 다른 주장은 어플리케이션은 저마다 다른 솔루션과 최적화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면에서 설득력 있고 합리적이지만 크게 소용이 없는 주장이다. 네트워크 기술이나 운영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아주 좋은 예시다. 우리는 서비스 품질 관리 매커니즘을 갖추지 않은 네트워크를 통해 상대방에게 라이브 영상과 음성을 매일매일 송출한다. 완벽한 우선순위 및 트래픽 관리 도구를 제공하는 인터넷 패킷 데이터의 장점을 가진 네트워크 기술인 비동기 전송 방식(ATM)처럼 더 나은 선택지도 분명히 존재하는 데도 말이다.

ATM이 사라진 이유는 1990년대 초 거의 인터넷 트래픽 전체를 통제한 지역 벨 운영회사(Regional Bell Operating Companies)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시장 강자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란 종종 ‘자신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솔루션’을 의미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한 대규모 은행들의 높은 열기는 인터넷 초창기에 일어났던 기술 표준 전쟁을 연상시킨다. 

나는 블록체인의 미래가 다른 운영 시스템과 플랫폼 생태계와 매우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 본다. 여러 가지 다양한 체인들이 분산된 시장보다는, 하나의 지배적인 생태계가 있고 부차적인 생태계가 하나 더 있는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최적화된 개별 네트워크들의 가치보다 공통의 기술을 선호한다는 것은 앞으로도 멀티체인 세계가 도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러면 이더리움이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바로 현재의 기술 강자들이 오래될수록 몰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PC 운영 체제는 1980년대부터, 모바일 운영 체제는 2012년 이후로 줄곧 시장 1위가 지배하고 있다. 물론 2위들도 존재하며, 이들조차도 그 자리를 오랫동안 고수해왔다.

이더리움이 시장 1위로 있는 한 앞으로도 그 상태가 유지될 확률이 높다. 블록체인 시장이 PC나 모바일 운영 체제 시장과 비슷한 결말을 맞이한다면, 향후 약 10년 동안 시장 1위가 상당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플랫폼 혁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늘 내가 이 기사를 코모도어 64(Commodore 64)의 후속 모델로 쓰고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완전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컴퓨터는 당시 맥을 능가하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코모도어 아미가(Commodore Amiga)였다. 그러나 품질이 더 나은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Asymo.com에 실린 아래 시장점유율 그래프는 혁신의 가속화와 이후 시장 지배자의 승리를 보여준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흥망성쇠. 출처=asymco.com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흥망성쇠. 출처=asymco.com

최고의 기술로도 승리할 수 없다면, 이러한 표준 전쟁에서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개발자 생태계의 성숙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영진이다. 개발자 측면에서, 이더리움은 시장을 지배하면서도 성장세를 유지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경영진 측면에서, 이더리움 재단은 오랫동안 생태계의 성숙도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해왔다. 느리지만 결점 없이 진행된 머지는 이러한 이더리움의 강점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이것이 솔라나(Solana), 테라(Terra), 아발란체(Avalanche) 등 충분한 자금을 갖춘 ‘이더리움의 잠재적 암살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이들이 엄밀히 따지면 살아있긴 하지만 사라지는 것이 시간 문제인 좀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얼마인가? 몇 년 정도일 수도 있다. 윈도우가 지배적인 플랫폼이 된 이후에도 PC의 경쟁자들은 10년 이상 시장에 존재했다. 2030년 '이더리움 킬러'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 여전히 시장을 선동하고 있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폴 브로디(Paul Brody)는 EY의 글로벌 블록체인 리더이며 코인데스크 칼럼니스트다.

영어기사 : 김예린 번역, 김기만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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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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