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코인데스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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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에 징역 8년을 구형하면서 이른바 '빗썸 코인(BXA) 사건’의 실체와 진위가 가려질 지 주목된다. 이 전 의장의 1심 최종 선고 공판은 오는 12월20일로 잡혀있다. 1심 선고에서 검찰과 이 전 의장이 항소하지 않는다면 BXA 사건은 발생 4년여 만에 마무리된다. 항소심으로 가게 되면 최소 수개월의 기간이 더 걸린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부장판사 강규태)에 따르면 전날 열린 이정훈 전 의장의 결심 공판(2021고합622)에서 검찰은 "일반 코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매우 크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계속 부인하고 있으며 죄질도 불량해 중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의장은 BXA 사건과 관련해 특경가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지난해부터 재판을 받아왔다.

이날 검찰은 최종 의견 진술에 앞서 최근 불거진 빗썸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 이 전 의장이 실소유주임을 명확히 했다. 검찰은 "현재 이정훈 측이 빗썸홀딩스 지분 40% 이상, 비덴트가 지분 34.2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피고인(이정훈)이 (빗썸코리아를)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훈 전 빗썸 의장(대주주).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정훈 전 빗썸 의장(대주주). 출처=코인데스크 코리아

이정훈 전 의장, 빗썸홀딩스 지분 66% 보유 ‘진짜 주인’
 

이 전 의장은 복잡한 지분구조를 통해 빗썸을 지배하고 있다. 단순 지배구조만을 따졌을 때는 비덴트가 빗썸의 최대주주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전 의장은 관계사들의 지분을 통해 빗썸을 소유하고 있다.

빗썸 거래소를 운영하는 빗썸코리아의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74.09%)로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지분 34.22%와 빗썸코리아 지분 10.2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이 빗썸홀딩스 지분을 65.68%(BTHMB홀딩스를 통해 10.7%, 싱가포르 법인 DAA를 통해 29.98%, 개인과 우호 지분 약 25%)를 확보하고 있어 실소유주인 셈이다.

검찰이 빗썸의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한 데에는 최근 '빗썸 회장'이라고 알려진 강종현씨 등 빗썸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강씨는 빗썸의 단일 최대 주주로 알려진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의 친오빠다. 빗썸홀딩스의 단일 최대 주주인 비덴트의 최대 주주는 인바이오젠, 인바이오젠의 최대 주주는 버킷스튜디오다.

 

지금은 사라진 BXA 홈페이지. 출처=BXA 홈페이지
지금은 사라진 BXA 홈페이지. 출처=BXA 홈페이지

4년간 이어진 BXA 사건의 전말은?

앞서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면서 이른바 '빗썸 코인'인 BXA를 발행해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이고 계약금 1억달러를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7월 검찰에 기소됐다. 1억달러는 현재 환율로 환산시 약 1433억원이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이 인수계약 당시 빗썸에 BXA 코인을 상장시켜 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김 회장에게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는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면 된다'며 속인 것으로 봤다.

<코인데스크코리아>의 지난 취재들에 따르면 2018년 2월 이정훈 전 의장은 싱가포르에 비버스터(B.BUSTER)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비버스터는 빗썸의 거래소 코인인 '빗썸코인'을 개발했다. 하지만 다단계 업체를 중심으로 빗썸코인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빗썸코인 판매를 중단했다.

이때 빗썸코인을 산 일부는 환불을 선택했고, 나머지는 이후 발행될 또 다른 빗썸코인을 받기로 약정했다. 바로 BXA다.

 

출처=빗썸 제공
출처=빗썸 제공

BXA 공식 등장은 2018년 12월…상장은 결국 '무산'

BXA가 대중들에 공식적으로 알려진 건 2018년 12월27일 열린 김병건 회장의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당시 김 회장은 "빗썸 인수를 위한 계약금과 중도금 약 1억달러는 냈으며, 남은 잔금 3억달러는 2019년 2월에 완납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날 김 회장은 빗썸을 비롯한 세계 12개 국가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하나로 묶겠다는 구상도 소개했다. BXA연합이다. 이는 블록체인 익스체인지 얼라이언스(Blockchain Exchange Alliance)의 줄임말로 당시 김 회장은 BK글로벌컨소시엄의 이름을 BXA로 바꿀 예정이었다. BXA 안에서 쓸 기축 통화가 바로 BXA코인이었다.

앞서 김병건 회장은 2018년 10월 빗썸 인수를 위해 본인 소유의 BK글로벌컨소시엄 앞으로 비티씨코리아홀딩스(현 빗썸홀딩스)의 지분 50%+1주를 약 4400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BK글로벌컨소시엄(현 BTHMB)은 BK메디컬그룹을 주축으로 한 싱가포르 소재의 글로벌 블록체인 투자 그룹이다. 

김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비티씨코리아홀딩스의 인수 계약 시 이 전 의장은 빗썸 인수 대금 가운데 일정 부분을 BXA 코인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BXA 코인의 빗썸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인수 계약은 잔금 미지급으로 무산됐다.

이에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7월 이 전 의장이 결과적으로 1억달러를 편취했다며 그를 고소했다. BXA를 구입한 투자자 68명과의 법정 공방도 이어졌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23일 이정훈 전 의장을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만을 인정해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해 7월6일 이 전 의장을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출처=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처
출처=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캡처

1심 선고 후 항소하면 재판 수년간 이어질 수도

이 전 의장은 선고 재판에서 내려진 형량이 부당하다고 느낄 경우 항소할 가능성이 있다. 항소장은 선고 후 7일 이내에 접수하고 항소장 제출 후에는 항소사유를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통상 1심 선고 후 한 달 내에 항소 관련 절차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이후 2심 선고까지 또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이 전 의장의 재판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쪽이 항소하게 되는 기준은 통상적으로 구형량의 3분의 1이다. 다만, 이 전의장 구형량(8년)의 3분의1인 2년 8개월보다 높은 형량이 나와도 유사 사례를 보면 항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이 전 의장과 비슷한 규모의 사기 혐의로 재판을 진행했던 임동표 MBG 회장의 경우 검찰은 지난 2020년 1월 1심에서 징역 18년, 벌금 3000억원, 추징금 488억원을 구형했다. 한 달 후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은 징역 15년과 벌금 500억원이다. 검찰과 임동표 회장 양쪽 모두 원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임 회장 등은 대규모 해외사업 성사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는 것처럼 꾸며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131명으로부터 1234억원을 챙긴 혐의(특경가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김제이 안녕하세요, 코인데스크 코리아 김제이 기자입니다. 국내 정책·규제, 산업을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늘 깊고 정확하게 보겠습니다. 기사에 대한 피드백은 댓글과 메일, 트위터 모두 환영합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Hi. I'm Jey Kim, a reporter for CoinDesk Korea. I cover policy, regulation, and the web3 industry. If you have some feedback on articles, Please send it via comments, email, and Twitter.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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