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인수 한달…트위터, 연결 대신 혐오 쌓였다
인종차별 발언 99%는 안 걸러져
개인정보 샐 우려 탈트위터 행렬

재난정보·사회적유대 창구 ‘필수재’
유엔 “인권 존중해야” 촉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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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영 한겨레 기자
조해영 한겨레 기자 2022년 12월6일 11:00

“트위터가 망한다면, (정부가 시민들에게 전해야 할) 긴급 메시지를 어떻게 전파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시의 공보관으로 일하는 마이크 일라이어슨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지난 10월27일 트위터를 최종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때문이다. 머스크는 4월25일 트위터 인수를 공식화한 뒤 반년에 걸친 공방을 거쳐 거래를 매듭짓고 트위터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 직후 경영진을 갈아치우고, 직원 절반을 해고했으며, 지난달 19일엔 ‘혐오 발언’으로 영구 정지됐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복구했다. 모두 한달 새 벌어진 일이다.

 머스크가 보이는 위태로운 행보에 대해 ‘저러다 트위터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때문에 시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속보를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전해야 하는 일라이어슨은 발을 동동 구르는 중이다. 그는 지난달 19일치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트위터는 지금 발생한 일을 전파하기 위한 주요한 수단”이라고 거듭 말했다.

 지구상의 수많은 소셜미디어 가운데 사람들이 유독 트위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뉴스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차지하는 이 매체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다. 트위터의 실질적인 사용자 수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에 따라잡힌 지 오래다. 하지만 익명을 통해 짧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트위터는 언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국가의 시민들이 뉴스를 직접 생산하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11년 중동 국가들을 뒤흔들었던 ‘아랍의 봄’을 시작으로 지난 9월부터 이어지는 이란의 반정부 시위, 코로나19 고강도 방역에 항의하는 중국의 이른바 ‘백지시위’ 소식도 트위터를 통해 전해진다.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동영상·증언은 언론의 사실 확인과 추가 취재를 거쳐 접근이 제한된 먼 나라의 현실을 널리 알리는 뉴스가 되고 있다. 미국의 정치전문 매체 <포린 폴리시>는 많은 단점이 있지만 트위터는 “지난 세대에서 정보 민주화의 강력한 행위자”였다면서 “트위터의 파괴는 미국뿐 아니라 민주주의 세계에 지정학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난달 23일 평가했다.

 이런 게 가능한 것은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짧은 글을 기본으로 해 이용 문턱이 낮은 트위터의 특성 때문이다. 게다가 머스크 이전의 트위터는 이러한 특성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청각 장애가 있는 미국의 배우 말리 매틀린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계정에서 지금까지 트위터는 장애인들을 위해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왔다”고 썼다. 이용자가 사진을 올릴 때 사진 설명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대체 문구’ 기능이 대표적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사진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도 사진 설명을 음성으로 변환해 듣는 방식으로 트위트에 접근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위터는 독특한 형식과 넓은 도달 범위 덕분에 오랜 기간 장애인들에게 필수적인 공공 공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런 장점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외신 보도를 보면, 머스크는 인력을 감축하며 대체 문구 기능 등을 담당하던 ‘접근성 기술팀’ 전체를 해고했다. 자신을 비판한 전직 직원에게는 지난달 15일 “성인 투렛(틱장애) 발병의 비극적인 예시”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어맨다 톨티 미국투렛협회 회장은 “(머스크의 발언은) 투렛이 실제로 어떤 병인지에 대한 오해가 이어지도록 할 뿐 아니라, 심각성을 축소하고 모두가 이렇게 행동해도 된다는 청신호를 준다”고 지적했다.

 실제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최고경영자가 등장한 뒤 트위터 플랫폼에선 혐오 표현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20일 영국의 비영리 단체 ‘디지털혐오대응센터’(CCDH)를 인용해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트위터에 올라온 선수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의 99%가 걸러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정책은 인종·종교·지향·성별·장애 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에이피>(AP) 통신은 3일 유명인들의 ‘반유대주의’ 발언이 늘고 있다고 전하며 트위터를 언급했다.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주의적인 발언을 감시하는 단체들에 따르면, “머스크가 플랫폼을 인수한 지 한달 만에 유해한 말들이 증가”했다.

 그러면서 광고주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리서치업체 패스매틱스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상위 50개 광고주 가운데 14개가 광고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전체 직원 7500여명 가운데 절반이 해고되며, 트위터 플랫폼의 보안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1억4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미국 신용평가사 에퀴팩스 해킹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는다. 그러자 ‘탈트위터’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 때부터 사용을 줄이기로 결심하고 실천했다며 “생각만큼 소셜미디어가 필요하지 않다. 트위터를 줄인다면 삶이 더욱 충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머스크는 지난달 26일 자신이 인수한 뒤 신규 가입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며 트위터가 광고주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 정보를 전달하거나 온라인을 통해 사회적 유대 관계를 맺어온 소수자들에게 트위터는 이미 삶과 분리할 수 없는 필수재에 가까워졌다. 미국 뉴욕에 사는 장애인 트랜스젠더 빅터 매뉴얼은 트위터를 통해 기본적 생활비를 모금해 왔다. 그는 “트위터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트위터 같은 플랫폼이 없다면 많은 사람이 매우 현실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겪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워싱턴 포스트>에 말했다.

 현실적으로 봐도 트위터의 독특한 존재감을 대신할 매체가 없는 게 사실이다. 단문 중심인 소셜미디어 ‘마스토돈’이 대체재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트위터를 완벽히 대체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세라 머나비스도 지난달 9일 “(트위터와의) 유사성을 주장하는 다른 플랫폼들이 우리가 ‘트위터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용자들은 트위터 공간을 핵심 기능을 넘어서는 하나의 문화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좋든 싫든 트위터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머스크에게 사회적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엔은 머스크가 직원 대량 해고에 나선 뒤인 지난달 5일 누리집을 통해 머스크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편지에서 “당신은 트위터의 새 주인으로서 사람들이 생각과 이념을 토론하고 걱정과 삶을 논하는 디지털 공간이라는 (트위터) 플랫폼의 구실과 관련된 막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며 “다른 모든 기업처럼 플랫폼과 관련된 위험을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는 조처를 해야 한다. 요약하자면, 인권 존중이 트위터 경영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20일 머스크가 “트위터와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광고주의 우려를 털어내는 한편 트위터를 올바른 방향으로 감독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위터 경영진의 정치적 중립도 과제다. 머스크는 11월8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지지하는 트위트를 올려 논란이 됐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 “새(트위터의 로고는 파랑새 모양이다)는 해방됐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자신의 트위터 인수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 자유의 해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은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증가시켜야 하지만,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사이트는 혐오 게시물, 스팸, 포르노그래피, 괴롭힘, 신상털기, 폭력 선동으로 넘쳐나게 된다”고 전했다. 해방된 새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누리게 된 자유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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