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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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일어난 일련의 사태 속에서 한 가지 희망을 꼽자면, 블록체인 업계의 관심사가 금융 상품 부문에서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 부문으로 변화하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우리가 갖고 있던 믿음은 작년에 보기 좋게 무너져버렸다. 암호화폐(가상자산)가 금융소외자들에게 은행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 암호화폐가 강력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믿음,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는 어느 자산보다도 투자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나에게 디지털 자산의 예상가격을 묻지 않는다. 대신 디지털 자산의 실제 적용 사례에 관해 묻는다. 확실히 전에 비해 한 걸음 발전한 모습이다.

현재 ETH(이더)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의 가격과 글로벌 컴퓨팅 비즈니스 인프라 차원의 디지털 자산 가치가 분리되는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EY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몇 가지 기본 원칙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블록체인이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기업 ERP처럼 될 것이라는 원칙이다. 그리고 올해야말로 이 원칙을 되새길 적절한 시점이다.

ERP는 ‘전사적 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를 말한다. 여러분들은 ERP를 모를지라도 ERP는 이미 여러분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ERP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운영 소프트웨어다. 상점 선반이 비면 창고에 신호를 보내 더 많은 제품을 가져오게 하는 소프트웨어이며, 기업들이 세계 각 곳에서 상품, 서비스, 가격을 일관되게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관리 방법이다.

기업 거래는 필수 보안 툴 부족으로 크게 부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보안 문제가 해결되면서 기업들은 이제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2023년은 퍼블릭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보안을 유지하면서 기업들을 연결하는 유용한 앱이 부상하는 해가 될 것으로 희망한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의 블록체인 구축은 디파이보다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기업들은 신중한 경향이 있으며, 이미 암호화폐가 기업에 끼칠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사용자들도 있다. 그동안 발생한 암호화폐 관련 폰지 사기 때문에 기업들을 설득하기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도입이 느려질지언정 흐름을 멈출 수는 없다.

결국 다음 수순은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가령, 재고 관리로 먼저 시작해볼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가시성이 높아지면 공급망 운영이 개선될 것이고, 보안 툴로 확장 네트워크상 자산 관리도 용이해진다. 물리적 재고 자산을 디지털 토큰과 매칭시키는 경우, 토큰이 해킹이나 도난당한다 해도 실제 가치 있는 자산 손실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도난보다 데이터 훼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관리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일 뿐, 이사회 소집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재난은 아니다.

자산 트래킹 다음 단계는 공동의 비즈니스 로직을 추가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거래 협상에는 능하나 종종 할인이나 리베이트를 받기 전 기존 매수량 등과 같은 사항은 기억하지 못한다. 이 또한 판매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스마트컨트랙트가 있으면 자동 해결된다.

모든 것을 금융 상품화하려는 시도보다는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뛰어드는 편이 낫다.

물론 결국에는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었던 돈으로 다시 회귀할 것이다. 비즈니스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구매한 품목에 대금 지급도 가능하다. 이미 다른 모든 비즈니스 로직과 규칙이 적용되는 중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을 지불수단으로 사용하면 효율적이고 유용할 것이다.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채권을 매입하거나 재고가치를 담보로 대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화 요소는 마지막에서나 나타날 것이고,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기업들이 처음이 아니라 가장 나중에 취할 시스템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일어날 이 흥미진진한 혁명에 대비하길 바란다. 암호화폐의 폭발적 성장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던 소비자들 덕분이었다. 10년 후면 신기술은 소비자들에게 깊숙이 파고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 IT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바로 "고장이 안 나는 한, 고치는데 돈을 안 쓴다"는 점이다. 이는 시스템이 고장날 때나 새로운 주요 역량이 필요할 때, 또는 수리의 장점이 충분히 클 때만 교체된다는 말이다.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이 20년차에 접어들었다. 거의 모든 신규 시스템이 클라우드 기반이지만 대부분의 기업 컴퓨팅은 아직도 클라우드 기반이 아니다. 블록체인이라고 이와 다르진 않을 것이다.

금융은 지난 몇년간 암호화폐 시장에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5년간 보인 세 자리 수 성장은 소비자의 암호화폐와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대한 수용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로인한 성장과 경험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다. 디파이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금융화는 잠시 잊고 실물자산과 실질 비즈니스에 초점을 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폴 브로디는 언스트영(EY) 글로벌 블록체인 리더로 EY 블록체인 글로벌 사업에서 이더리움 생태계의 공공 블록체인, 검증,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이끌고 있다.

 

원문: 김가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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