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주제인 ‘그레이트 리셋(the Great Reset)’은 잊자. 2023년 WEF가 FTX 붕괴 여파 속에서 진행됐다. 행사에 참여하는 암호화 업계(혹은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분산원장 기술) 관계자들은 ‘그레이트 리브랜딩(great rebrand)’에 박차를 가했다. 

FTX 붕괴는 ‘Crypto(크립토, 암호화)’ 및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실체가 없는 허풍쯤으로 일축하는 회의론자들에게 커다란 방아쇠가 됐다. 2018년 암호화폐공개(ICO) 버블 당시에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었다. 당시 미국 음료업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Long Island Iced Tea)는 롱블록체인(Long Blockchain Corp.)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에는 업계 리더들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정책 입안자들을 설득하고자 큰 노력을 기울였다. 건설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거래 및 참여 확대를 설파했다. 영향력 있는 주요 업체 리더들이 받아들이도록 관련 어휘 선정에 관련한 이야기도 많이 오고 갔다. 

이 칼럼의 대다수 독자는 이 같은 노력에 반발할 것이다. 일부는 이 같은 노력을 중앙집중식 권력 장악 시도로 볼 수도 있다. 

이 또한 일리 있는 관점이다. 종종 위선과 빈말, 엘리트주의가 점철된 장으로 인용되는 WEF는 암호화폐(가상자산)와 블록체인 기술이 불평등한 세계 경제를 뒤엎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피뢰침이 된다. 그렇다고 여러분이 WEF 설립자 클라우스 슈밥의 그레이트 리셋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중앙집중식 권력 구조를 영속화하는 여러 다보스 회원 기업 및 조직에 대해 우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제 ‘크립토’라는 용어는 ‘가난한’ 암호화폐 기업 운영자나 MIT 디지털 커런시 이니셔티브 디렉터 네하 나룰라가 ‘토큰 카지노’로 명명한 것과 깊이 연관된 것도 사실이다. ‘크립토’라는 단어가 정책 입안자나 핵심 인사들에게 거북한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가상자산 업계 리더들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크게 낯설거나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고, 좀 더 보편적이고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개념을 포함한 단어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WEF의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책임자 브린리 라이르는 ‘분산형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크립토 문화와 연관된 부정적인 뉘앙스는 제거하고 해당 기술이 수행하는 기능을 명확하게 설명한다는 취지에서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기업 운영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길 바라는 마음에 단순히 ‘블록체인’을 재포장하자는 의견도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블록체인’은 한때 비즈니스 컨소시엄이 선호했던 ‘허가형’ 블록체인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실제로 분산되지도 않고, 그 결과 실질적인 가치를 추가하지도 않는다. 요즘에는 이더리움 같은 비허가형 제1 레이어 프로토콜에서 웹3 전략을 점점 더 많이 구축하고 있다.  

 

부정확한 언어

업계의 언어 관련 문제는 단순히 ‘크립토’라는 단어가 풍기는 부정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크립토’라는 용어는 정확도 및 핵심 뉘앙스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토큰 종류만 해도 무척 다양하다. 여기에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구동하는 ETH(이더)를 비롯해 BTC(비트코인) 같은 가치 저장 자산, USDC(US달러코인) 같은 결제용 토큰, 본질적으로 희소한 디지털 상품인 NFT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암호화폐’라는 이름으로 통칭된다. 암호화폐는 물론 전통적인 ‘통화’ 개념과의 연관성을 촉진하고, 뚜렷한 법적·정치적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들 토큰을 모두 하나의 용어로 묶다 보니 업계 참여자들이 서비스 관련 규칙이나 조건에 대해 협상하거나 정책 입안자 및 비암호화 기업과 협상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비드 트릿 액센추어의 블록체인 디렉터는 “우리는 이미 지나가 버린 내용에 대해 너무 자주 언급한다”며 “실제로 특정 영역에 작동하지 않는 논리를 언급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원, 돈, 토큰화된 사물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분류 체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근시안적인 측면에 빠져 더 넓고 중요한 대화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FTX의 붕괴를 촉발한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듯 단어에만 집착하는 것은 자칫 요점을 벗어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규제 당국이 은행 측에 ‘암호화폐’를 건드린 모든 법인에 대한 서비스를 차단하려는 지시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용어에 대한 부분은 좀 더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 결정은 누가 할 것인가? 그 주체는 중앙 마케팅 부서나 최고브랜드책임자(CBO)가 아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할지는 시장이 결정할 것이다. 

지금 시장은 그저 ‘크립토’라는 단어에 갇혀 있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주제의 이 칼럼은,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분석한다.

원문: 최윤영 번역,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Michael J Casey Michael J. Casey is CoinDesk's chief content officer. Previously, Casey was the CEO of Streambed Media, a company he cofounded to develop provenance data for digital content. He was also a senior advisor at MIT Media Labs'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a senior lecturer at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 Prior to joining MIT, Casey spent 18 years at The Wall Street Journal, where his last position was as a senior columnist covering global economic affairs. Casey has authored five books, including "The Age of Cryptocurrency: How Bitcoin and Digital Money are Challenging the Global Economic Order" and "The Truth Machine: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 both co-authored with Paul Vigna. Upon joining CoinDesk full time, Casey resigned from a variety of paid advisory positions. He maintains unpaid posts as an advisor to not-for-profit organizations, including MIT Media Lab's Digital Currency Initiative and The Deep Trust Alliance. He is a shareholder and non-executive chairman of Streambed Media. Casey owns a small amount of bit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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