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바이낸스 유튜브 갈무리
출처=바이낸스 유튜브 갈무리

FTX 거래소 붕괴 이후 글로벌 매체들이 바이낸스와 관련된 의혹 보도를 잇따라 내고 있다. 

논란은 지난해 창펑 자오 최고경영자(CEO)가 준비금 증명 보고서를 공개한 후 증폭됐다. 거래소의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창펑 CEO는 암호화폐(가상자산) 업계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준비금 증명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정작 바이낸스의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낸스의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비트코인 전문 투자기업 스완비트코인의 코리 클립스텐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낸스 생태계 내 자산과 관련해 거짓 진술이 있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거래소에 넣어놓은 암호화폐를 인출할 것을 권장한다”며 “이미 많은 큰 손 플레이어들이 이 사실을 믿고 있고, 작은 불꽃 하나가 대형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창펑 CEO는 이에 대해 FUD(퍼드, 공포·불확실성·의심)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거래소를 둘러싼 악재들이 잇따라 보도되며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미국 법무부(DOJ)가 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바이낸스를 기소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최근에는 홍콩 소재 거래소 비츠라토에서 범죄자금을 바이낸스로 송금했다는 소식과 바이낸스가 고객자금과 리저브 토큰을 분리하지 않고 보관했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중앙화 거래소 대표주자 바이낸스, FUD 중심에 서다 

전문가들은 바이낸스를 둘러싼 FUD의 핵심이 단순히 한 거래소의 위기설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화 거래소(CEX)의 대표주자 격인 바이낸스이기에 사안이 유독 더 부각된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앙화 거래소 전체의 위기설로 보는 게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바이낸스가 DOJ나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사나 조사를 받은 일도 최근에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1년 5월에도 탈세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 조사를 받았으며, 2022년 9월에는 법무부가 바이낸스에 대해 자금세탁방지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FTX 붕괴 이후 글로벌 거래소 내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바이낸스가 더 주목을 받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크립토컴패어가 지난달 공개한 집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FTX 붕괴 이후 시장 점유율이 사상 최대인 66.7%까지 증가했으며, 파생상품 거래 점유율도 67.2%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현물거래소 중 거래량 면에서 압도적인 1위 거래소가 된 것이다. 

코빗 리서치센터의 정석문 센터장은 “바이낸스의 고객잔고 보유분 감소는 단순히 거래소 문제라기보다 FTX 파산 이후 많은 사람들이 CEX에 불신을 갖고 개인지갑이나 탈중앙화 거래소(DEX)로 옮겼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CEX에서 자금이 이탈됐는데 이 중 바이낸스의 자금 이탈이 가장 눈에 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많은 불안감을 낳았던 회계기업 ‘마자르’의 바이낸스 감사작업 취소도 고객인 크립토닷컴이나 쿠코인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와의 작업을 중단한 것”이라며 “바이낸스만의 문제로 감사의견 거절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바이낸스의 패트릭 힐만 최고전략책임자(CSO)도 “암호화폐 산업이 탈중앙화 금융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중앙화 거래소는 쓸모 없게 될 수 있다”며 “코인 시장은 디파이(Defi, 탈중앙금융) 분야로 이동하고 있고, 10년 뒤 (중앙화) 기업의 생존 여부는 미지수”라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몸집이 거대한 중앙화 거래소가 존재하고, 이 거래소가 FUD를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탈중앙화 거래소 개발자인 쉽야드 소프트웨어의 마크 루리 CEO는 “바이낸스가 문제를 일으키려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조직은 이제 우리 모두에게 위험해졌다”며 “한 명의 플레이어가 상당한 수준의 거래량을 제어한다면 시스템적인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불명확한 암호화폐 규제가 빚어낸 바이낸스 이슈

바이낸스를 두고 일어나는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암호화폐 규제의 불명확함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릿 캐피탈의 제네비브 로치 덱터 CEO는 “바이낸스는 준비금 증명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내보이려 했지만 오히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만 커졌다”며 “준비금이나 재정 건정성을 확실하게 증명할 수 없는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전적인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1년 본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으며, 세계 각지에 사무실을 두고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샘 케슬러 코인데스크US 에디터는 “코인베이스나 크라켄 같은 미국 규제 관할 안에 있는 거래소와 달리 FTX나 바이낸스는 일종의 규제 회색 지대에서 운영됐다”고 짚었다. 

정석문 센터장은 “특정 국가에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영업에 대한 규제나 법령이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정비됐고, 바이낸스가 해당 국가에 본사를 두고 영업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아직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암호화폐 유통은 많은 부분 합법과 불법의 영역이 아닌 ‘비법’과 무법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낸스 감사보고서 문제도 특정 국가에 상장된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의무적으로 감사보고서를 발행하거나, 보고서 안에 반드시 포함시켜야할 항목도 존재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규제 원년의 해로 꼽히는 올해, 바이낸스가 지금까지 고수해온 방식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간 비법의 상태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 진출해온만큼 여러 국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에도 이 거래소는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무허가 영업에 대한 경고를 받았으며 영국, 타이 등에서도 영업 중단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웨이브 파이낸셜의 데이빗 시머 CEO는 “바이낸스가 FTX처럼 파산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규제 공백으로 인해) 거래소 안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창펑 CEO는 결국 사용자들의 인식이 거래소 존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을 알고 최근 소셜 계정에서 비정상적으로 활발히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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