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논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쇠기러기떼. 한겨레 자료
간척지 논바닥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쇠기러기떼. 한겨레 자료

새떼가 갑자기 무리지어 날아오르고 개들이 시끄럽게 짓는다. 그 뒤 파괴적인 지진이 일어났다. 

 일부 동물이 지진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던 주장이다. 고대 로마의 작가인 클라우디우스 아엘리우스는 기원전 373년 헬리케가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파괴되기 전 쥐와 뱀, 지네, 딱정벌레가 어떻게 도시를 떠났는지 기록으로 남겼다.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는 미국 오클라호마에 지진이 나기 15분 전 새떼 몇천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른 모습이 촬영된 사례도 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을 두고도 소셜미디어에는 이처럼 동물들이 지진을 미리 알고 이상 행동을 보였다는 주장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그런 얘기가 과연 사실일까. 일부는 과학적 근거가 있고 또 일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 논쟁의 대상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문가들을 인용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지질연구소(USGS)에 따르면, 지진 발생 몇초 전에 동물들이 이상 행동을 하는 것은 지진파로 설명할 수 있다. 지진이 일어나면 진원에서 P파와 S파, 두 종류의 지진파가 퍼져 나간다. P파는 전파 속도가 초당 7~8㎞로 상대적으로 빠르고, S파는 초당 3~4㎞로 느리다. 따라서 지진파는 P파가 먼저 지나가고 그 뒤 S파가 퍼져 나간다.

 그렇지만 P파는 진동이 작아 사람들이 잘 느끼지 못한다. 사람들은 몇 초 뒤 진동이 큰 S파가 와야만 비로소 “지진이 났다”는 걸 알게 된다. 지진피해는 대부분 S파에 의한 것이다. 그렇지만 일부 예민한 동물들은 S파가 오기 전에 P파를 먼저 알아챌 수 있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이에 대해 “진동이 큰 S파보다 먼저 오는 P파를 알아채는 사람은 매우 드물지만, 더 예민한 감각을 가진 많은 동물은 S파가 오기 전에 P파를 먼저 느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진계의 경보 시스템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예민한 감각의 동물들처럼 S파가 오기 몇 초 전에 미리 P파를 감지해 지진 경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P파와 S파의 도착시각 차이는 대개 1분 이내로 짧다. 이보다 훨씬 전인 몇 시간 전에 동물들이 지진을 예감하고 이상 행동을 보인다는 주장은 어떨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마틴 비켈스키는 2020년 연구논문에서 지진을 12시간 이상 이전에 감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지진이 일어나기 몇 달 전에 주변 농장의 소와 개, 양에 전자장치를 달아 관찰했더니 주변에서 일어난 지진 8번 중에서 7차례나 미리 계속 움직인다든가 하는 이상 행동을 45분 넘게 지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왜 동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른다며 동물들의 소통 능력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처음에는 소들이 꼼짝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개들이 매우 불안해하며 마구 짖기 시작한다. 그러면 양들이 날뛰기 시작하고 이제는 소들도 미쳐 날뛴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2018년 연구논문에서 지진 전 동물들의 이상 행동을 보고한 사례 700건을 분석한 결과 “결론을 내리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많은 사례가 P파와 S파의 도착시각 차이로 설명되지만 일부는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때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식의 개인적이고 회고적인 진술이어서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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