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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스타트업 인터뷰⑥]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키관리 솔루션과 수탁 솔루션 개발에 집중

당장은 매출이 없어도, 아톰은 블록체인 꿈을 버리지 않는다

2020. 08. 05 by 박근모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중혁 이사, 배경일 이사, 김성수 이사, 임창수 연구원 등 아톰릭스랩의 팀원 모습. 정우현 대표는 미국에 있는 관계로 참여하지 못했다. 출처=아톰릭스랩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중혁 이사, 배경일 이사, 김성수 이사, 임창수 연구원 등 아톰릭스랩의 팀원 모습. 정우현 대표는 미국에 있는 관계로 참여하지 못했다. 출처=아톰릭스랩

이더리움 메인넷은 2015년 7월 첫발을 내디뎠다. 그보다 8개월 앞선 2014년 11월 국내서 이더리움 백서를 바탕으로 공부했던 모임이 있다. 지금도 해마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이더리움밋업'이다. 모임의 중심에는 '아톰'이 있다. 아니, 정확히는 아톰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정우현 대표가 있다.

정우현 대표는 지난 2018년 10월 블록체인 대중화를 기치로 '아톰릭스컨설팅(현재 아톰릭스랩)'을 창립했다. 그로부터 2년 여 정우현 대표는 현재 미국 텍사스에 있다. 아톰릭스랩은? 정 대표에게 사정을 들어보자.

―일단 미국에 계신 대표님의 근황을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현재 미국은 어떤가요?

=심각합니다. 그동안 다들 경제 활동을 못하다 보니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나가서 일거리를 찾는 분위기입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백신 치료제가 빨리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원래는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가서 아톰릭스랩 팀원들을 만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미국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지금처럼 화상 회의로 틈틈히 팀원들과도 대화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8일 화상으로 진행됐다.)

―그래도 무사하시다니 다행이네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데, '아톰'(atomrigs)이라는 필명은 언제부터, 왜 사용하시게 된 건가요?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 말 그대로 '아톰'입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영화 아톰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 이후로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아이디를 만들 때 아톰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죠. 이더리움에 관심을 두기 전인 2014년부터 비트코인 채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국내에 '땡글'이라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있었어요. 거기서 필명으로 아톰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이름도 아톰릭스랩이 됐어요. 쉽고, 누구나 친근하게 느끼다 보니 바꿀 수가 없더군요. 저도 아톰이 맘에 들어요.

―현재 아톰릭스랩의 구성원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장중혁, 배경일, 김성수, 임창수, 장세희, 저 이렇게 총 6명이에요. 인원은 적지만 모두 전문가입니다. 저는 전체적인 사업 방향과 블록체인 기술 설계를 담당합니다. 배경일 이사는 암호학 알고리듬 연구와 키 관리 솔루션을 맡고 있습니다. 장중혁 이사는 크립토이코노미를, 김성수 이사는 실제 응용프로그램 개발을 책임집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보니, 현재 능력 있는 개발자를 찾고 있습니다.

―아톰릭스랩이 지난해 KB국민은행과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솔루션 개발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전통 금융권에서도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죠. 현재 그 프로젝트는 어디까지 진행 중인가요?

=KB국민은행과 다자간 컴퓨팅 솔루션(secure multiparty computation) 기술을 활용해 키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고, 테스트 작업까지 마무리했습니다. 현재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대규모 처리가 가능한 키 관리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공개는 현재 KB국민은행이 금융 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 프로젝트 외에 다른 활동도 있나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과제 중 하나인 '블록체인 기반의 멀티 레벨 인증키 관리 및 복구 응용 플랫폼 개발'을 아톰릭스랩 주관으로 충남대학교와 아이오트러스트가 함께 개발 중입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종 블록체인을 연동할 수 있는 API 기반의 인증키 관리 플랫폼입니다. 이밖에도 개인키 위임 프로토콜을 개발해 암호화폐 보유 기업의 고질적인 내부 탈취 문제를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핫월릿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인텔리퀀트(IntelliQuant)와는 개인키를 제한된 조건에서만 실행할 수 있는 권한을 외부 투자사에 위임할 수 있는 트레이딩 서비스 개발도 수행했습니다.

―KB국민은행과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그렇지만, 아톰릭스랩이 맡은 프로젝트는 대부분 키 관리, 수탁 관련 솔루션 개발 쪽이네요. 이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덕분에 외부의 제3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자산을 관리하고, 보호하고 전송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전세계 금융 역사에서도 매우 획기적인 일입니다. 다만 현재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가 취하는 고객의 법정화폐와 암호화폐 모두를 외부 감사나 안전장치 없이 직접 보관·관리하는 방식으로는 제도권에 진입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고객에게 직접 개인키를 관리하도록 하고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게 하면 대중적 확산이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명하고 검증 가능한 안전한 수탁 서비스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는 암호화폐 뿐 아니라 부동산, 유가증권, 특정한 권리 등을 토큰화해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 역할도 담당합니다. 결국 블록체인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수탁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블록체인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수탁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하시는데요,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된 수탁 서비스 업체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요건과 방향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거래소 입장에서 생각하면, 언제, 어떻게 규제 여건이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수탁 서비스를 먼저 도입할 동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또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기존 정통 금융기관 등이 선도적으로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특히 소규모의 스타트업이 수탁 서비스의 주체가 되기에는 자원도 부족하고, 업계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저희가 KB국민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와 함께 하는 이유도 여깄습니다.

―내년부터 개정 특금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수탁 서비스 분야는 어떻게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가상자산사업자(VASP)와 이와 거래하는 금융사에 자금세탁방지 의무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과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임시적인 성격이 짙고, 구체적인 요건이나 시행안이 나오기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신고제의 형태를 보이지만, 사실상 허가제와 마찬가지의 요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수탁 서비스는 결국 명시적 라이선스 제도 형태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과정에서 수탁 라이선스와 VASP 라이선스가 별도로 관리되는 형태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앞으로 수탁 사업자는 자산의 안전한 보관과 자금세탁방지, 불법자금 모니터링에 초점을 맞춰서 전문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크립토겨울을 지나면서,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접으며 '탈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수입 확보가 매우 힘들다는 점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성장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더리움이 등장하고 ICO가 나왔던 때만 할지라도 기존 시스템에는 없는 방식으로 개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심지어 ICO를 해서 자금을 모은 경우에도 이미 다 써버린 프로젝트가 태반이죠. 이런 상황에서 크립토겨울이 불어닥치니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또 다른 이유는 탈중앙화라는 가치의 신선함이 훼손된 점입니다. 대중화되고, 제도권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타협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초기에 꿈꿨던 이상적인 그림이 퇴색되어갔죠.

―탈블이 계속된다면 이 산업이 버틸 수 있을까요?

=당분간은 탈블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규제환경이 정비되고 암호화폐 시장의 활기가 다시 살아난다면, 다시 기회는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나면, 관련 인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킬러앱이 여기저기서 나와야 합니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출처=정우현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출처=정우현

―아톰릭스랩이 탈블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흠…. 아톰릭스랩은 '아톰릭스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회사명처럼 다양한 프로젝트의 컨설팅을 맡았죠. 거기서 매출을 꽤 올릴 수 있었습니다. 근데 컨설팅보다는 우리가 직접 키 관리 솔루션, 수탁 솔루션을 개발하자고 내부 의견이 모아지면서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1년여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요. 매출이 있을 수가 없죠. 일단 필요한 자금은 내부적으로 펀딩을 해서 모았습니다. 올해에는 정부 과제를 맡으면서 일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죠. 최근에는 어느 정도 키 관리나 수탁 서비스 개발이 끝나서 영업 활동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아톰릭스랩이 생각하는 블록체인 세상이 뭔지 설명해주세요.

=저는 블록체인의 핵심가치가 여전히 탈중앙화에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누구든 쉽게 이용 가능한 탈중앙화된 퍼블릭 블록체인이 펼쳐지고, 그 위에서 각자 꿈꾸는 서비스가 구현되고,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톰릭스랩은 이를 위해 블록체인 기업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키 관리 솔루션과 수탁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또 이더리움2.0과 스케일링 및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에 대한 연구와 확산을 통해 이더리움 커뮤니티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꽤 있었습니다. 크립토겨울이 길어지고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이 더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자의반타의반 '탈블'을 선택했습니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걸까요, 살아남는 자가 이긴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남아있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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