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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33화

사상 최대의 빅쇼트 포지션 ‘비트코인’

2020. 11. 23 by Michael J Casey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출처=파라마운트 영화사
영화 ‘빅쇼트’의 한 장면. 출처=파라마운트 영화사

자신이 지목한 금융 상품의 가격이 내려갔을 때 돈을 버는 공매도 투자자(short seller)들은 정부나 재계 인사에게는 언제나 인기가 없다. 이렇게 주식이나 통화에 역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에게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무언가를 만들고 키우며 가치를 창출하려 애쓰는 사람들의 눈물을 먹고 사는 상어’와도 같다고 말한다.

농담을 좀 섞자면, 이는 짧은 생각이다.

공매도란 금융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제 기능을 하는 데 요긴한 제도다. 이는 유동성을 공급해 입찰에서 항상 파는 쪽이 생기도록 해준다. 또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공매도 투자자들이 이익을 거둔다는 것은 사회가 어떻게 자원 분배 방식을 개선해야 할지 알려주는 귀중한 신호가 된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있는 요즘, 비트코인을 전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빅쇼트 포지션으로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영화 ‘빅쇼트’보다 더 큰 규모의 빅쇼트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현재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주요 척도 사이에 상관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그보단 정치 시스템과 분리된 탈중앙화된 거버넌스라는 설계 구조에 있다. 이런 특징은 이 정도 규모와 유동성을 지닌 자산 중엔 금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비트코인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포지셔닝은 이런 구조에 따른 결과일 뿐 원래의 본질은 아니다. 법정화폐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신뢰받는 사회적 규약을 유지할 능력을 정부가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해, 사람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초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특유의 탈정치적 지위 때문에 그런 환경에서도 가치가 오르게 된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돈을 버는 공매수(long position)에 나서는 투자자들은 안보와 안녕을 위해 전 세계가 의지하고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붕괴할 때 이익을 얻는다. 그렇다면 혹시 여기에 죄책감을 느껴야 할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시장을 망가뜨리지 않았듯 비트코인 투자자들도 이 시스템을 망가뜨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치권을 더 압박해 유권자들을 생각하고 돈의 사회적 규약을 유지하는 시스템 개혁을 이루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본다.

 

신호를 읽어야

독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비트코인 공매수 투자자들이 현재 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이 시스템을 건설적으로 개선함으로써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의 열렬한 팬으로서 말하자면, 나는 디스토피아를 정말 싫어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히 해두자. 비트코인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는 건 한 세기 동안 유지된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거버넌스 모델이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점점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부채,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에도 지지부진한 성장, 경제적 불평등, 코로나19발 쇼크, 또 탈중앙화된 소셜미디어 정보 시스템의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삶을 위해 일하는 대리 기관이 없어졌단 것을 느끼는 현실들이 그렇다.

문제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엘리트 계층의 논의가 정부라는 오래된 시스템이 현재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거라는 가정을 조금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시스템의 실패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정부 시스템이 붕괴하는 상황에 '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비트코인을 어느 정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출처=파라마운트 영화사
출처=파라마운트 영화사

만약을 대비한 헤지 투자자들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숏 포지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비트코인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시장의 신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 신호들은 기존 모델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기존 모델이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아직까진 그들이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조만간 깨닫길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찾는 해결책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혁명이 아니라 건설적인 진화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준비 자산

이는 기존의 질서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말이 아니다. 트럼프주의가 주창하는 허무주의 신념을 지지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기업의 손실을 사회화하는 구제금융과 주식시장 투기 세력의 풋옵션을 돕는 경기부양책이 경제의 큰 문제들을 가려왔고, 전 세계 시민들의 행복 증진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고 촉구하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시장 경제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시장 경제를 달성했을 때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시스템이 진화해 다시 한번 폭넓은 지지를 얻게 된다면, 비트코인은 그 시스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시스템 붕괴에 대비한 헤지 수단 말고 더 넓은 의미에서 비트코인의 목적은 무엇일까? 유일한 목적이 최악의 결과에 대비한 헤지 수단인 자산이 그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어떤 지속적인 가치를 지닐지 예상하기란 어렵다.

나는 비트코인의 목적이 일종의 사회적 준비자산이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부가 보유하는 준비 통화, 그리고 통화 붕괴에 대비한 헤지 수단의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온 금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비트코인이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에서 담보로 사용된 것을 보면 사회적 준비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초창기 모습을 볼 수 있다.

커피를 사고 계산하면서 비트코인을 낼 필요는 없다. 달러나 엔화 같은 기존 법정화폐로도 그런 결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대신 비트코인이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의 바탕이 될 근본적인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이 될 수는 있다.

현재 글로벌 채권 시장을 보면, 이런 역할을 미국 재무부 발행 국채(만기가 1년 미만인 Treasury bill, 1년 이상 10년 미만인 Treasury note, 10년 이상인 Treasury bond)가 하고 있다. 이런 정부 채권 상품은 월스트리트에서 만든 계층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기본 레이어 담보를 제공해주는데, 이 계층 시스템을 통해 금융 기관들은 다른 모든 형태의 신용을 외부로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향후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들과 시장 참여가 충분히 늘어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의 발달과 유동성이 충분한 수준으로 확대돼 가격 변동성이 줄어든다면 비트코인도 미국 국채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프로토콜이 보장하는 희소성과 프로그램화가 가능한 특성, 그리고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나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의 상호운용 가능성 때문에 신뢰가 무너진 정부가 제공하는 그 어떤 자산보다 뛰어난 기본 가치저장 수단이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달러 수요 강세에 휘둘리지 말라. 비트코인 숏 포지션을 보면 알 수 있듯, 미국 정부 주도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신뢰의 붕괴가 임계점에 다다르면 사회는 미국 국채를 대체할 또 다른 형태의 기본 레이어 담보를 필요로 할 것이다.

바로 그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 위기 후의 세계를 책임질 기본 레이어 담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 없는 비트코인 상승장

지난주는 비트코인 역사를 통틀어 그야말로 대단했던 한 주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에 기록한 최고점에 가까워질 정도로 크게 올랐고, 시가총액은 이미 그 시기 고점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면에서 이번 반등은 3년 전과 매우 다르다. 바로 남들이 큰돈을 벌 동안 혼자만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반 투자자들을 일컫는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아래 차트에서 이런 현상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반등은 2017년과는 달리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는 동안 구글에서의 비트코인 검색 활동이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검색 수준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비트코인’ 검색과 비트코인 가격. 출처=구글, 코인메트릭스
‘비트코인’ 검색과 비트코인 가격. 출처=구글, 코인메트릭스

이번 가격 급상승의 배후엔 일반 투자자들이 아니라 비트코인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유명 거액 투자자들이 있었다.

그 중엔 마이크로 스트래터지(Micro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 헤지펀드 전문가 스탠리 드러켄밀러, 씨티은행(Citibank) 애널리스트인 톰 피츠패트릭 등이 있으며, 블랙록(BlackRock)의 채권 부문 총괄 CIO인 릭 라이더가 CNBC에 나와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운용 규모 7조달러 이상)인 블랙록이 비트코인을 금보다 더 나은 헤지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 반등은 메인 스트리트가 아닌 월스트리트가 주도한 반등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이번 반등에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준다. 지난 2017년 버블 당시 너무도 많은 일반 투자자들이 고점에서 물려 손실을 보았다. 비트코인과 함께 수백개의 ERC-20 토큰 가격 급등을 불러왔던 ICO(암호화폐공개) 붐 없이는 암호화폐 가격 반등에 대한 입소문이 잘 퍼지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번 반등을 이끈 논리가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번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채, 정치적 안정에 대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일어났다.

비트코인을 앞서 언급한 모든 상황에 대비할 헤지 수단으로 보고 장기 투자를 하는 전문 투자자들이 이런 우려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린 투자자들이 이끈 반등이 아닌 일종의 보험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반등을 이끌었다.

이 큰손들이 수익을 바라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이렇게 전문 투자자들이 만들어낸 반등이 언젠가 일반 FOMO 투자자들의 참여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투자자 중 일부는 벌써 조정기에 대비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일반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비트코인 가격은 여전히 추가로 더 오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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