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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년 인터뷰⑦ 김성아 플루토스디에스 대표

김성아 한빗코 대표 "중개·수탁·운용 다하는 가상자산 금융그룹이 목표"

2021. 01. 18 by 정인선 기자

코인데스크코리아는 2021년을 맞아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의 대표 기업들과 신년 인터뷰를 했다. 두나무(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스트리미(고팍스),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그라운드X, 코다(KODA), KDAC.

2017년 문을 연 한빗코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공격적 운영과 거리가 가장 먼 쪽에 속한다.

은행과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정) 계약을 하지 못한 대부분 거래소들은 이른바 '벌집계좌'를 통해 원화마켓을 운영한다. 투자자의 원화 입출금이 거래소의 법인계좌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다.

반면 한빗코는 법적 리스크가 있는 벌집계좌를 쓰느니 아예 원화마켓 없이 간다는 전략을 택했다. 보수적 경영의 다른 말은 더딘 실적 증가일 수 있다. 지난 11일 오전 코인마켓캡 기준 한빗코의 24시간 거래량은 19억 5천만원에 그친다.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난 김성아 플루토스디에스 대표는 "한빗코는 원화마켓도 없고, 신규 상장도 많이 하지 않는데다가 펌핑·덤핑도 없다보니 그동안 시장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부터는 전통 금융권과의 협업, 가상자산사업자 인가 등을 통해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2019년 한빗코 대표와 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위원장을 맡으며 두가지 공약을 걸었다"면서, "2020년은 둘 모두를 잘 이뤄낸 한해로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아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김성아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거래소 대표와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 위원장에 취임할 당시 어떤 공약을 걸었나요?

"첫째, 가상자산 거래소의 제도권 편입. 둘째, 여성들의 가상자산 산업 참여 확대. 두 가지를 걸었습니다. 제가 전통 금융권 출신, 밀레니얼 세대 여성이라는 점을 차별화 할 수 있는 지점들이라고 봤습니다."

 

―지난 2년간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가상자산 거래소 제도화를 이뤘다는 게 가장 큽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통과시키고, 시행령을 마련하는 단계에서 업계와 당국 간 의견 조율을 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했습니다.

제가 가상자산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2015년 국내 첫 거래소인 코빗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친척들이나 전통 금융권의 옛 동료들이 '넌 요새 뭐 하니' 물었을 때 대답도 제대로 못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들 '네가 선견지명이 있었구나'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모든 게 (특금법 통과로) 가상자산 산업이 법제화되면서 인지도와 위상이 크게 오른 덕분이 아닐까요?

다만 한빗코는 사업 전략 측면에서 법·규제를 너무 잘 따라가려 했기에 매출을 많이 포기해야 했던 게 사실입니다. 주주들 입장에선 아쉬웠을 수 있죠. 그럼에도 장기적인 그림을 봤을 때는 만족스럽습니다. 지금은 주주들도 결과적으론 큰 신뢰를 보내 줍니다."

 

―지난해 아쉬웠던 점은 없나요?

"숙원사업이었던 은행 실명계정 발급이 예상보다 지연된 점이 아무래도 가장 아쉽죠. 하지만 실명계정 발급에 필요한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입니다. 

궁극적 목표는 어차피 특금법상 가상자산 사업자(VASP) 신고 수리를 받는 거니까, 금융당국의 속도에 맞춰 갈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필요한 준비들을 착실히 해 나가며 2020년을 보냈습니다. 한빗코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영업 신고를 하는 거래소가 될 겁니다."

 

―올해는 은행 실명계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한빗코의 전략은 간단합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를 가로막는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모두 제거하는 데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많은 거래소들이 위험 소지가 있는 일들을 우선 하다가, 특금법이 시행되고 나면 그 때 바꾸자는 노선을 많이 취한 것과는 상반되죠.

은행들이 거래소에 실명계정을 선뜻 못 내줬던 건 사실 당연한 일이에요. '과연 거래소들에 자금세탁방지(AML)를 할만한 전문성과 시스템이 있냐'는 우려가 굉장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금법이 나오기 이전까지 거래소들의 자금세탁방지는 이상거래보고(FDS) 의무를 지키는 데에 집중돼 있어요. 지금 거래소들이 보기엔 다들 수익을 내고 있는 것 같아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상태예요. 한 번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사건에 휘말려 은행으로부터 지급정지를 당하게 된다면, 설령 당국의 인가를 받더라도 모두 채무를 지게 되니까요.

2019년에 우리은행이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CTR) 4만여건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늦게 보고해 중징계를 받은 것처럼, AML은 기존 은행들이 지키기에도 매우 타이트해요. 그런데 많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관련 경험은커녕 사고방식조차 부족해요. 한국블록체인협회 거래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가장 큰 과제도 그 간극을 메우는 거였어요."

 

―한빗코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조직 전체 인원의 10% 이상이 AML 관련 인력일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또 전문 회계법인의 자문 아래 AML 부서를 솔루션 개발과 비상 대응, 운영 등 세개 파트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상거래탐지와 위험관리, 화이트리스트, 고객확인 등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과 협업해 미리 시스템을 연동해 시뮬레이션을 하며 필요한 준비를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 인가 획득 이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시아 최대 가상자산 금융 그룹(VAFG, Virtual Asset Finance Group)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거래소들만 가상자산 사업자로 인가받는다고 해서 이 산업이 살 수 없습니다. 거래소가 활성화되려면 결국 운용도 가능해야 하죠. 운용사들이 적절한 법적 지위를 갖고 세금도 내면서 양지화 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빗코는 거래소와 커스터디, 가상자산 운용, 프라임 브로커리지 등 여러 서비스가 하나의 금융 그룹 내 생태계로 연결돼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빠르면 올해 1분기 구체적인 계획을 처음 외부에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상자산 금융그룹이라는 한빗코의 비전이 실현되려면 자금세탁방지법뿐 아니라 가상자산업권법 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한빗코 대표에 처음 취임했을 때부터 미국 코인베이스와 그레이스케일이 가는 방향을 유심히 보며 벤치마킹 했어요.

특히 규제를 회피하기보다 아예 초반부터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에 참여하는 등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며 사업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미국에서도 2013~2014년 큰 상승장이 온 뒤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규제당국이 가상자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2015년 뉴욕주에서 처음 비트라이선스라는 인가 제도가 나왔죠. 당시 비트파이넥스나 비트스탬프 등 거래소들은 '미국에서 인가 받으려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해외로 나가버렸어요.

한때는 코인베이스의 성장이 가장 늦어 보이는 시기가 있었죠. 지난 2017~2018년 상승장 때도 여러 거래소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신규 상장 수도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나왔고요.

코인베이스는 그러기보다 정도를 지키며 갔어요. 그런데 수면 아래에서는 탄탄하게 가상자산 금융업을 구축하고 있었고, 그 전략이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거죠. 한빗코도 코인베이스와 같은 정도를 걷는 전략을 취하려고 합니다." 

김성아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김성아 플루토스디에스(한빗코) 대표. 출처=정인선/코인데스크코리아

―2019년 취임 당시 거래소 법제화와 더불어 더 많은 여성이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을 갖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걸었다고 하셨는데요. 암호화폐 분야에 여성 이용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산업에 처음 들어와서 이용자 인구 분포를 보니, 밀레니얼 세대와 3040세대, 그 중에서도 남성이 가장 많더라고요. 지금까지 이들에게는 투기가 가장 큰 유즈케이스였던 게 사실이에요.

이젠 다른 분야도 발굴해야 해요. 이용자 기반이 넓어져야 비로소 대중화가 가능하고, 그래야 비로소 전통 금융권과 기업도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기존 금융 부문에서 자본가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빈부 차이를 만들어내는 데에 대한 반발로 시작한 가상자산 기반 크립토 경제는 10년이 채 안 됐어요. 그런데 결국 자본주의의 성격상 더 빨리, 더 먼저 자본을 축적한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건 비슷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배제돼 있던 여성들, 그리고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자산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빗코는 'AMMA 프레그넌시 트래커'라는 임산부용 서비스에 수탁(커스터디) 기술을 제공해, 가상자산 지갑 시스템 구축을 도왔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은행에 가서 첫 계좌를 만들어 주듯, '크립토 제너레이션'의 첫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 주는 거예요.

올해는 '크립토 베이비: E-E-E(고용, 교육, 엔터테인먼트) 이니셔티브' 출범에 참여했습니다. 엄마들이 블로그 포스트 작성 등 활동을 하면 보상으로 가상자산 제공하고,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더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가상자산에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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