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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48화

NFT에 디파이 요소를 넣는다면

2021. 03. 29 by Michael J Casey
출처=YouTube 캡쳐
지금의 NFT 광풍이 잦아들게 되면 NFT 시장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YouTube 캡쳐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최근까지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던 비트코인은 이번 주 NFT(대체불가토큰)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또 한 번 호재거리를 제공했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추가 상승 없이 이달 8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NFT 관련 소식은 어디서나 화제였다. 오픈어쓰재단(Open Earth Foundation)이 이끄는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의 기금 조성을 위해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이 600만달러라는 거액에 팔렸고, 뉴욕타임스(NYT)와 타임매거진(Time Magazine)도 각각 자사 칼럼과 표지를 NFT 시장에서 판매했단 소식을 전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NFT 거품을 보고 있다. 문제는, 그리고 이번 주 칼럼에서 다루려고 하는 주제는 ‘거품이 터진 이후 NFT는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까?’다.

한편 재정난을 겪고 있는 여러 국가에서 비트코인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터키의 경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 총재를 취임 넉 달 만에 경질(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터키 중앙은행 총재 자리는 3번이나 교체됐다)하면서 금융 위기가 악화되자 국민들이 비트코인에 급격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비트코인 수요가 계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번 주 ‘돈을 다시 생각하다’ 팟캐스트에서는 한 세기째 지속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문제를 다뤘다.

 

NFT 열풍 이후 디파이에서 해답 찾아야

최근 기업가 겸 디지털 경제 전문가인 게리 베이너척은 코인데스크 TV와 NFT 열풍을 주제로 한 인터뷰에서 토큰화된 디지털 예술작품이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현상을 2000년 닷컴버블에 비교했다.

‘게리비(Gary Vee)’라는 계정으로 800만이 넘는 인스타그램(Instagram) 팔로워 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인데스크US가 오는 5월 주최하는 컨센서스 2021에서 기조 연설을 맡게 될 베이너척은 NFT 열풍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NFT 가격이 조정을 받아 현재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획기적인 소셜미디어의 등장이나 닷컴버블 이후 일어난 모바일 컴퓨팅 혁신처럼 NFT 기술도 진정한 획기적 변화기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NFT 열풍이 식은 다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거냐는 거다.

예측을 위해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다. 바로 2017년에 있었던 ‘ICO(암호화폐 공개) 버블’과 지난해 시작된 ‘디파이 붐’이 그것이다. 2단계에 걸친 진화라는 점이 닷컴버블 이후 인터넷의 발전 양상과 유사하지만, NFT엔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기술 관련 예시가 더 관련 깊을 것이다.

 

통합과 결합성

웹1.0 시대에 기본이 됐던 닷컴 사업모델은 소비자들을 설득해 다양한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 반려동물 사료나 양말을 구입하고 장을 보게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이트들이 손쉽게 복제할 수 있어 손에 꼽힐 만한 일부 사이트들만 살아남거나, 아니면 타의추종을 불허할 아마존(Amazon)같은 기업만 유일하게 살아남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이후 웹2.0 시대에는 개발자들이 다른 인터넷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을 통합해 네트워크 효과를 증대시킴으로써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상에 수많은 앱들이 개발되고, 페이스북(Facebook)과 구글(Google) API를 이용한 서비스들도 대거 등장했다. 이렇듯 앱과 플랫폼 사이에 공생관계가 형성돼 각각의 개별 생태계가 미칠 수 있는 영향과 효용성, 가치를 뛰어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디파이 역시 앞선 ICO 모델과는 달랐다. ICO 붐 당시에는 증명되지 않은 여러 토큰 프로젝트들이 난무했고, 대부분 다른 프로젝트와의 연관성 없이 해당 프로젝트에만 국한된 가치를 제안한 반면, 디파이는 상호운영성과 결합성(composability)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디파이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에게 탈중앙화된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유인책을 적극 제공하면서 여러 프로토콜과 애플리케이션 간 상호 통합을 장려해 실제로 프로젝트들이 다른 프로토콜이나 애플리케이션 위에서 구축되게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각 프로젝트에서 창출한 가치를 이용해 탈중앙화된 거래소, 자동화 마켓 메이커(AMM), 자동실행 담보 시스템, 무신뢰(trustless) 기반 가격 데이터와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진 네트워크 상에서 대규모 대출ㆍ결제 생태계를 만드는 개념이다.

탈중앙화된 금융 시스템으로서 디파이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 되려면, 그 전에 반드시 확장성과 사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눈부신 속도로 이뤄진 혁신의 과정에서 얻은 훌륭한 교훈들이 있다.

NFT 프로젝트들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창의적인 매체ㆍ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의미 있는 가치를 더하려면 오픈소스 기반의 블록체인, 핀테크, 데이터 경제의 다른 요소들과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로서의 투기

두 번째 교훈은 비록 과도한 사기성 행위로 비난 받고 있지만 투기가 NFT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 투기를 프로젝트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ICO 프로젝트는 그렇지 않았다. ICO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이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토큰을 많이 교환할수록 프로젝트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유틸리티 토큰’ 모델을 기반으로 했는데, 사용자들이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게 당초 의도했던 토큰의 기능이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교환이나 사용을 목적으로 토큰을 구매한 것이 아니라, 이를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기회로 인식해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토큰을 샀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동기를 부여했던 요인과 프로젝트가 의도했던 결과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 것이다.

이에 반해 디파이 프로젝트에는 투기 세력이 필요하다. 디파이의 주요 구성요소 중 대부분이 금융상품 투자자들이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해 수익을 얻을 때, 이들의 매도나 매수로 상품 가격이 균형을 찾아가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투기 세력은 시장 내 비효율성을 제거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디파이는 이런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메이커다오(MakerDAO)의 탈중앙화된 플랫폼에서는 수수료와 담보 요건이 자동으로 조정돼, 돈을 빌려주는 이들과 빌리려는 이들이 거래할 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다이(Dai) 가격을 코인 1개당 1달러로 유지하는 플랫폼의 주요 목표 또한 달성하도록 하고 있다(다이는 메이커다오에서 대출 거래 시 이용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다른 디파이 대출 플랫폼들 역시 돈을 빌리는 이들과 빌려주는 측에 특별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플랫폼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받고 있다.

그렇다면 NFT 시장은 어떨까? 물론 투기 자본이 충분히 많이 유입된 상태다. 하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몇몇 거래 건들이 뉴스 1면을 장식하는 요즘, 이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은 듯 보인다.

NFT 옹호자들은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민주화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예술가들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NFT 기술을 가치 있는 일에 활용해 필요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론상 NFT 기술은 예술가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더 넓은 잠재적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주고, 자금력으로 무장한 수집가들이나 갤러리들이 작품 가격을 정할 수 없도록 투명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프로그래밍 가능한 기능들로 중고거래 시장에서 창출된 수익을 자동으로 원작자나 지정된 수혜자에게 돌아가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가치의 대부분이 크리스티(Christie’s)처럼 오래된 미술품 경매회사의 주도로 작품 하나를 690만달러에 판매한 비플이나, 첫 트윗 NFT가 290만달러에 낙찰된 잭 도시처럼 유명세 있는 몇몇 크리에이터들에게만 돌아갈 때 혁신과 거리가 멀어진다. 전통적인 미술 시장에서 이렇게 비싼 가격에 거래된 고유 자산들은 중고거래 시 그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없을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시장 자체가 성장할 수 없으며, 이는 인지도가 낮은 예술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NFT는 디파이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 사용자 수 증대와 혁신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바람직한 투기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출처=비플/크리스티
출처=비플/크리스티

NFT+디파이=?

디파이를 모방하는 데만 그치지 말고, 디파이에 참여하는 것이 해답이 될 수 있다.

NFT 발행 플랫폼과 NFT 거래 시장을 탈중앙화된 거래소와 유동성 엔진으로 구성된 디파이 네트워크에 통합시킴으로써 NFT 프로젝트 개발자들이 자체적으로 혁신을 강화하는 디파이 생태계를 활용하게 하고, 건설적인 투기를 목적으로 유동성 풀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컴파운드(Compound)나 에이브(Aave), 메이커다오 같은 디파이 대출 플랫폼들이 담보를 관리할 때 사용하는 스마트계약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접근법에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대출 거래 시 예술품이나 수집품을 담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해당 물건을 거래할 수 있는 유동성 높은 시장이 없는 경우에도 이를 담보로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미 NFT파이(NFTfi) 같은 스타트업에서 NFT를 보유한 사람들이 NFT 자산을 담보로 해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탈중앙화된 디파이 기반 앱을 통해 NFT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중고 시장에서 작품이 판매될 때마다 원작자가 지정한 곳에 판매 대금을 자동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밖에 다른 급진적인 아이디어들도 실현 가능해질 것이다. 점점 그 규모가 확대되는 다양화된 시장에서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특히 간편한 인허가ㆍ저작권 솔루션이 더해질 경우 자신들이 만든 예술 작품으로 수익을 창출할 새로운 기회가 생기게 된다.

희소식이라면 지난달 코인데스크US가 보도했듯 NFT파이 이외에 수많은 개발팀에서 현재 NFT를 디파이와 결합시키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단 사실이다. 여기엔 예술 작품의 소유권을 나누는 프로젝트부터 로열티를 자동으로 지급해주는 첨단 시스템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돼 있다.

NFT 버블이 사라지고 난 뒤 NFT 시장은 지금보단 언론의 주목을 덜 받게 되겠지만 분명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수에즈 운하와 탈중앙화

해커와 암호화폐 업계 사람들 관점에서 보면 수에즈 운하는 중앙화된 형태의 공격대상이다. 한 곳에서 취약성이 발견돼 문제가 생기면 운하에 의존하고 있는 시스템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중간에서 좌초하면서 운하를 이용하지 못한 채 발이 묶인 선박들의 경제적 여파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상황이다. 런던 로이즈(Lloyd’s of London)는 수에즈 운하 사고로 인해 운송되지 못하는 선적 피해액만 하루 96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중앙화에 따른 수에즈 운하의 취약성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슈아이 하오와 나는 글로벌 경제에서 수에즈 운하가 차지하는 비중을 원그래프로 그려봤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반돼서인지 가장 중요한 글로벌 교역 규모 그래프가 달러로 표시됐다.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국제해운회의소, 수에즈운하청(SCA),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 로이드(Lloyd’s) 목록

이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글로벌 경제의 수에즈 운하 의존도를 줄일(탈중앙화) 수 있는 방법 중에는 전 세계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원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 현지에서 생산 가능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비록 직관적이진 않지만 비트코인 채굴이 어떤 방식으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을지를 다룬 지난 주 칼럼을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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