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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NFT 판매기
[창작자의 NFT 판매기] 2회, 오픈씨의 바다에 풍덩
2021. 04. 11 by 김태권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김태권은 만화가, 박성도는 뮤지션이다. NFT에 관한 뉴스를 읽으며 기대가 크다. "우리도 우리 작품을 돈 받고 팔 수 있을 거야!" 문제가 하나 있다. 두 사람이 가상화폐의 세계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만화가와 뮤지션, 과연 이들은 자기 작품을  무사히 NFT로 판매할 수 있을까?

 

[거래소 대 전자지갑, 수수료를 따져보니]

박성도(뮤지션) : 이번에 우리가 어떤 일을 해보기로 했죠?

김태권(만화가) : 가만있자, 이더리움을 좀 사야 해요. 장터에 물건 내다 팔듯이 '오픈씨(OpenSea)'라는 공간에 우리 작품을 '입점'시켜야 하는데, 그때 이더리움이 필요하대요. '가스비'라는 요금을 내야 한다나? 한국 돈으로 요즘은 십만 원 남짓이라던데. 블로그들 찾아보니 이렇게 따라 하면 된다네요.

(1) 거래소에 가입한다. (주거래은행이 연결된 거래소가 편하다.) 그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을 약간 산다.

(2) 전자지갑을 등록한다. (메타마스크를 많이 쓴다.) 아까 산 이더리움을 이 지갑에 송금한다.

(3) 오픈씨에 가입한다. 이더리움이 든 전자지갑을 계정에 연결한다.

박(뮤) : 앗, 그런데 그거, 순서대로 다 할 필요 없어요. 나도 나중에 알았는데요, (1)의 거래소 가입을 안하고 (2)의 전자지갑부터 등록해도 돼요. 메타마스크 전자지갑에서 신용카드로 이더리움을 살 수 있어요.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쪽이 수수료도 싸요.

김(만) : 뭐라고요?

박(뮤) : 각각의 경우에 수수료 얼마 나오는지 내가 확인해봤거든요. 계산해보니...

블록체인 컨설턴트 마야 제하비는 "가스비에 놀라는 디파이 신규 이용자의 반응"에 대한 농담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가스비' 문제가 등장한다.

출처=메타마스크
출처=메타마스크

잠깐. 여기서부터 박성도 뮤지션의 숫자 계산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숫자를 싫어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이미 전자지갑에 이더리움(ETH)을 입금했거나, "1~2만 원을 아끼느니 계산을 안하고 만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아래로 건너뛰어도 된다.


박(뮤) : 우리가 '가스비'로 입금해야 하는 돈이 지금 시세로 10만 원 남짓이에요. 이때 두 가지 방법으로 수수료를 낼 수 있어요. (1) 하나는 거래소에서 지갑으로 송금하는 방법이고, 송금할 때 0.01 이더리움을 내요. 액수가 정해져 있어요. (2) 또 하나는 전자지갑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법이에요. 이때는 전자지갑에 넣는 돈의 액수에 따라 수수료가 오르내려요. 액수가 상대적이에요.

김(만) : 맞아요. 그리고 블로그들을 찾아보면 (1) 거래소에서 먼저 이더리움을 사고, 0.01 이더리움을 내고 전자지갑에 송금하는 방법을 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쪽이 (2) 전자지갑에서 바로 결제하는 것보다 돈이 덜 들기 때문에 권하지 않았을까요?

박(뮤) : 그게 경우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한국 돈으로 100만 원이나 1000만 원 어치의 이더리움을 사서 지갑에 넣는다고 하면 (1) 거래소에서 사서 보내는 쪽이 (2) 전자지갑에서 바로 사는 것보다 수수료가 덜 나와요.

김(만) : 그렇지, 거래소에서 사서 보내면 송금수수료가 0.01 이더리움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요즘 시세로 2만 원 남짓 나오겠네요.

박(뮤) : 그런데 우리가 지금 보내야 할 돈은 한국 돈으로 10만 원 남짓이잖아요. 이 경우는 (2) 전자지갑에서 바로 사는 게 싸요. 수수료가 1만 원 정도 나와요.

김(만) : 앗, 정말? 그런데 어째서 (1) 거래소에서 사서 보내는 방법을 권하는 블로그가 많은 걸까요?

박(뮤) : (의기양양하여) 그거야 요즘 들어 이더리움 값이 뛰었기 때문이겠죠? 옛날에는 0.01 이더리움이 1만 원이나 그보다 쌌으니까 거래소에서 송금하는 방법이 저렴했겠죠. 지금은 이더리움 시세가 확 올랐으니 0.01 이더리움도 전자지갑에서 사는 수수료보다 비싸진 것이겠고요.

김(만) : 으어, 박성도 뮤지션, 엄청 똑똑해 보여요!

박(뮤) : 전자지갑 결제하는 창에 숫자 이것저것 넣어보면서 수수료 올라가는 걸 확인해봤어요. 1 이더리움이 230만 원 정도 나오는 시세일 때는요...

대충 70만 원부터 (2) 전자지갑에서 와이어로 결제하는 수수료가 2만5천 원 정도가 나오면서 (1) 거래소에서 사서 보내는 0.01 이더리움(2만3천 원)보다 비싸져요.

그러니까 이더리움을 50만 원, 60만 원 어치까지 구입할 때는 지금 시세라면 (1) 거래소에서 사서 송금하는 것보다 (2) 전자지갑에서 직접 구입하는 쪽이 돈이 덜 들어가는 것 같네요.

 

명쾌하다. 듣고만 있어도 이미 수익을 올린 듯 뿌듯한 기분이 드는 박성도 뮤지션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다.

 

김(만) : 그러면 박성도 뮤지션은 전자지갑에 돈을 넣는 과정에서 1만 원 넘게 비용을 줄였겠네요. 나는 0.01 이더리움 내고 송금했는데. 와, 부러워요.

박(뮤) : 아뇨.

김(만) : 음?

박(뮤) : 아쉽게도 송금을 마친 다음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심지어 거래소에서 이더리움을 10만 원 어치만 사서 송금한다 그러다가 수수료 2만 원 넘게 떼고 나니 7만 원 남짓이 전자지갑에 들어가더라고요. 그래서 송금 한 번 더하고 수수료는 두 번 물었죠.

김(만) : (허탈) 아.

박(뮤) : (허탈) 아.

오픈씨. 출처=linkin.bio/opensea
오픈씨. 출처=linkin.bio/opensea

수수료를 줄일 방법을 찾아냈으나 정작 자신들은 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었다. 풍랑이 거친 가상화폐의 바다에서 이 두 사람, 이대로 괜찮을까?

 

[큐레이션이 아쉬운 오픈씨, 이대로 괜찮을까]

김태권(만화가) : (화제를 바꾸어) 음, 오픈씨 사이트도 들어가 봤죠? 어떤 거 같아요?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죠?

박성도(뮤지션) : 예. 수억, 수백억 원 짜리 작품에 관한 뉴스만 보다가 직접 들어가 보니 상당히 소박한 느낌인데요? 으리으리한 갤러리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고급미술시장보다는 NFT로 팔 수 있는 작품은 다 가져다 놓은 만물상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장난으로 올린 물건도 봤어요. 영국비밀정보요원 MI6의 지갑이라며 사진을 올려놓고, 1억 달러에 판다고 올려놓은 사람이 있어요.

김(만) : 헐, 혹시 진짜 007이 발행한 NFT는 아닐까요(그럴 리가).

박(뮤) : 한참 보다 보니 솔직히 불안해요. 오픈씨가 앞으로 잘되겠다 장담은 못하겠어요. 좋은 콜렉션, 나쁜 콜렉션들이 뒤죽박죽이에요. 개러지세일에 온 기분이 들어요. "알아서 좋은 거 골라 가져가세요" 하는 느낌이랄까요.

김(만) : 맞아요. 큐레이션이 필요할 것 같아요. 한때 스팀잇이라는 서비스가 기대를 모았어요. 가상화폐와 블로그를 결합시킨다고 했죠. 글을 쓰고 읽을 때마다 가상자산이 쌓인다는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에는 글 쓰는 사람들이 스팀잇에 관심이 많았어요.

나도 들어가서 살펴봤는데, "이대로는 더 크게 발전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운영진에서 큐레이션을 안 해준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스팀잇은 여전히 서비스 중이지만 지켜보는 쪽에서는 "더 잘 될 수 있는데 아깝다" 생각이 들죠.

박(뮤) : 좋은 큐레이션을 갖춘 플랫폼이 많아져야 NFT시장도 활성화가 될 텐데요. 가상자산에 투자해서 빚도 갚고 사업 자금도 모은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한테 내가 말했어요. "나 오픈씨에 음악 올리고 팔아보려고 해."

그랬더니 친구가 나한테 훈수(!)를 해주더라고요. "오픈씨, 내가 벌써 들어가 봤지. 그런데 돌아다니며 작품 보기가 불편하더라고. 거기 음악 올려도 별 효과 못 보는 것 아니야?"

김(만) : 플랫폼이 잘 되려면 팔릴 물건이 많이 올라오는 일보다 올라온 물건을 잘 정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에 '위키백과'의 성공을 분석한 내용이 나와요.

"위키백과는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사실은 그 반대다. 누가 글을 하나 올리면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체크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박(뮤) : 지금까지는 오픈씨는 플랫폼 성격이 애매해 보여요. 오프라인 미술 시장에 내놔도 팔릴 만한 고가의 미술 작품이 거래된다고 소문을 듣고 들어가 봤더니, 농구 카드나 괴물 카드처럼 가볍게 즐길 만한 대중적인 창작물들이 많이 보여요. 앞으로 어느 쪽으로 가게 될까요?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이 최근 오픈씨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한국 작가들의 오픈씨 체험을 기록한 박성미Shura 작가님의 브런치 글
"NFT와 디지털 르네상스 : 68명의 한국 NFT작가들과 함께 한 14일간의 여정"

김(만) : 양쪽으로 모두 가게 되지 않을까요? 한쪽은 고급 작품 시장, 한쪽은 수집한 카드 교환 장터. 일단 지금은 서울 홍대 앞에서 주말에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누구는 100호 짜리 유화를 들고 나오고 누구는 자기가 가지고 놀던 포켓몬 카드 들고 나와서 나란히 놓고 파는 그런 느낌이에요. 다양한 수요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이 나오게 될 것 같아요. 아니, 그렇게 가야 NFT 시장이 살아남겠죠.

박(뮤) : 그런데 우리가 왜 지금 오픈씨 플랫폼과 NFT 전체 시장을 걱정해주고 있는 거죠? 내 전자지갑에는 1 이더리움(한국 돈 230만 원 정도)도 안 들어 있는데요.

김(만) : 으, 그렇네요. 우리 사정에 맞는 이야기를 해보죠. 785억원에 작품을 팔았다는 비플 말고,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요?

록밴드 킹스오브레온(Kings of Leon)의 앨범. 출처=킹스오브레온 웹사이트 캡처
록밴드 킹스오브레온(Kings of Leon)의 앨범. 출처=킹스오브레온 웹사이트 캡처

[킹스오브레온의 사례]

박성도(뮤지션) : 지난 번에 얘기했던 킹스오브레온(Kings of Leon)이라는 록밴드 기억나세요? NFT로 앨범을 냈어요. 메이저 록밴드로는 처음이래요. NFT앨범이 공개된 2주 동안 2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대요. NFT패키지 하나에 50 달러였다니, 4만 장 정도를 팔았나 봐요.

김태권(만화가) : 앨범 한 장에 50 달러.

박(뮤) : 예, 패키지에 한정반 LP와 음원 다운로드 코드, 그리고 디지털 아트웍까지 포함되어 있대요. 합리적인 가격 같아요. 기존의 음악 팬들이 NFT 시장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NFT 시장에 들어가 수집가들끼리 경매에 나서 일확천금을 노려보겠다, 이런 전략은 아니었어요.

킹스 오브 레온(킹스 오브 리온)의 사례를 소개한 연합뉴스 기사

김(만) : 일확천금을 굳이 사양할 생각은 없지만, 어흠, 아무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는 편이 우리는 바라야겠죠. NFT 시장이 한번 확 달아오르고 망가지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박(뮤) : 맞아요. 사실 비플 같은 작가의 작품이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것 때문에 NFT시장이 뉴스에 오르긴 하지만, 킹스 오브 레온처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을 걸어야 사람들도 더 많이 참여하겠죠. 물론 우리 작품도 나중에 어디까지 가치가 올라갈지는 알 수 없으니, 만약에 일확천금이 우리의 운명이라면 그 운명을 감내할 용기는 있습니다.

김(만) : 아무튼 우리로서는 비플의 사례보다는 킹스 오브 레온의 사례가 관심이 가네요.

박(뮤) : 스트리밍 시대가 되면서 음악은 사실상 공짜로 듣는 시대가 되었죠. 그런데 돈을 받고 판매하는 소유물로서의 NFT 음반이 과연 세상에서 받아 들여질까? 나는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킹스 오브 레온의 사례를 보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네요. 기대가 큽니다!

김(만) : 다음에는 우리가 어떤 작품을 올리고 판매할 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글 : 김태권, 박성도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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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2021-04-22 14:49:04
(허탈) 아.

진짜 너무 웃겨요...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익하고!!! 성도님 태권님 꼭 NFT 판매 성공하시길 저절로 바라게 됩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