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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NFT 판매기] 5회, 적정가격은 얼마?

2021. 05. 02 by 김태권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김태권은 만화가, 박성도는 뮤지션이다.

지난 주부터 NFT 거래 플랫폼인 오픈씨에 각자의 창작물을 올릴 페이지를 만들고 작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자신만만하던 두 사람,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이 는다. 내 작품의 NFT를 만족스러운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까? 찾아보고 배워야 할 것은 왜 이렇게 또 많은가?


[어떤 근거로 가격을 책정할까]

김태권(만화가) : 박성도 뮤지션은 지난 주에 작품의 토큰을 발행하셨죠? 오픈씨에서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 파셨나요?

박성도(뮤지션) : 나는 <sway>라는 음원으로 첫 NFT를 발행했어요. "커버는 어떻게 하지?"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하지?" 준비할 때만 해도 '물건을 어떻게 잘 만들고 포장할까' 고민하느라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어요.

박성도씨의 첫 NFT. 출처=오픈씨 캡처
박성도씨의 첫 NFT. 출처=오픈씨 캡처

그런데 작품을 올리면서 보니 그때까지 하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이걸 얼마의 가격에 몇 개의 토큰으로 발행해 올려야 할까?" 결정이 너무 힘들어요. 

김(만) : 그래서 난 영상만 만들어 놓고 아직도 못 올렸어요. 가격 결정 어떻게 하셨어요?

박(뮤) : 일단 내가 원하는 액수로 올려놨어요. 일정 기간 동안에 안 팔리면 가격을 내려서 다시 올려 보려고요. 높은 가격에서 낮은 가격으로, 일종의 역경매 방식이랄까요? 이렇게 하다 보면 적정한 가격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만) : 나는 원고료와 인세처럼 정해진 값을 받으며 일해 왔어요. 이제 직접 가격을 잡으려니 혼란스러워요. 가격을 책정하는 근거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박(뮤) : NFT의 가격 책정에 후원금 개념을 적용하는 창작자도 많은 것 같아요. 오픈씨에 올라온 창작자의 글을 쭉 읽다 보니 이런 메시지가 눈에 띄어요.

"이 작품을 구입하면, 당신은 나를 후원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운이 좋다면, 장차 이 NFT가 당신에게 경제적인 이익을 주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김(만) : 작품 가격에 후원 금액이 덧붙으면 좀 더 비싸지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내 작품의 토큰을 안 살까 봐 걱정이에요. 난 '유리 멘탈'이라, 물건 올렸는데 안 팔리면 충격 받을 것 같아요. 오픈씨에 올라와 몇 달씩 안 팔리는 작품도 적지 않던데, 나는 비싸게 내놓을 자신이 없네요.

지난 1년간 이더리움 가격 차트. 출처=코인데스크
지난 1년간 이더리움 가격 차트. 출처=코인데스크

[배보다 배꼽이 커지기도]

박성도(뮤지션) : 그런데 너무 싸게 내놓으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수가 있어요. 트랜잭션 수수료 때문이에요. 가격 사례를 찾다가 나는 정말 '아스트랄'한 사례를 발견했어요.

라리블에 올라온 작품인데, 작품의 판매가보다 그 과정에 발생하는 트랜잭션 수수료가 더 비싼 거예요. 작품의 가격은 0.005이더리움(ETH, 이더)인데 그 과정에 발생한 트랜잭션 수수료는 0.01이더리움이었어요.

김태권(만화가) : 아니, 무슨 그런 경우가 있어요? 구매자가 지불하는 값은 0.015이더리움인데 창작자가 받아가는 '작품값'은 0.005이더리움인 거네요?

박(뮤) : 더 이상한 사례도 나올 수 있어요. 오픈씨에 정가 판매와 입찰(경매) 판매가 있다는 것은 말씀 드렸죠? 그런데 정가 판매는 사는 사람이 트랜잭션 수수료를 내지만, 입찰의 경우에는 파는 사람이 트랜잭션 수수료를 냅니다.

방금 사례가 입찰을 통한 거래였을 경우, 판매자는 팔면서 받은 작품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수수료로 지불할 수도 있어요. 비슷한 경우가 실제로 없지도 않았나 봐요. NFT 게시판에서 "자기도 모르게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했는데 이거 사기 아니냐"며 눈물(!)로 써내려 간 사연들을 읽었거든요.

김(만) : 그러는 사이에 이더리움 가격은 또 올랐죠. 이제는 이더리움 값이 뛰어도 반갑지만은 않네요. 투자하시는 분이야 기뻐할 일이지만,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는 가스비도 오르고 수수료도 오르고 우리 제품의 가격도 오르니 당황스럽네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작품이 NFT로 거래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만든 이미지를 판매하는 크립토펑크의 작품(오른쪽)은 NFT 거래 플랫폼에서 2021년 3월24일 760만달러(약 85억원)어치의 암호화폐로 판매됐다. 출처=라바랩 제공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작품이 NFT로 거래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만든 이미지를 판매하는 크립토펑크의 작품(오른쪽)은 NFT 거래 플랫폼에서 2021년 3월24일 760만달러(약 85억원)어치의 암호화폐로 판매됐다. 출처=라바랩 제공

[다시 한번, NFT란 무엇인가]

박성도(뮤지션) : 일주일 사이에 이런 일도 있었어요.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친구가 있어서 "내가 작품을 NFT로 발행했는데 하나 살 생각 없냐"고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랬더니 친구가 궁금해 하면서 되묻더라고요. "내가 사는 게 네 작품이야 아니면 네 토큰이야?" 그러고 보니 이런 질문 자주 하고 자주 받네요.

김태권(만화가) : 우연히 저도 며칠 전에 똑같은 대화를 했어요. 

박(뮤) : NFT를 소개하는 글 중에 이 부분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김(만) : 작품은 사고파는 게 아니죠. 토큰을 사고파는 거죠. 디지털 작품은 복사하면 똑같은 작품이 또 생기잖아요. 복제를 번거롭게 한다거나, 저작권법을 건다고 하더라도, 사실 기술적으로는 똑같은 작품이 또 나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어요.

그래서 제품의 수량이 무한대고, 가격을 정할 수가 없죠. 굳이 말하면 공짜? 반면 대체불가능토큰인 NFT는 애초에 정해진 개수만 발행되니까 값을 정할 수가 있고요. 그래서 "이 토큰을 이 작품에 연결해 발행하니, 작품 대신 토큰을 소유하세요"라고 토큰을 파는 거고요.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래요. 그런데 여기 문제가 있어요.

박(뮤) : 어떤 문제죠?

김(만) : 작품과 토큰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없어요. 

박(뮤) : 작품 따로 토큰 따로?

트위터 ‘불탄 뱅크시’ 팀은 3월11일 크리스티 경매 직전 자신들이 구매한 1억여원의 뱅크시 판화를 스캔해 NFT로 발행한뒤 불에 태우는 동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유튜브 제공
트위터 ‘불탄 뱅크시’ 팀은 3월11일 크리스티 경매 직전 자신들이 구매한 1억여원의 뱅크시 판화를 스캔해 NFT로 발행한뒤 불에 태우는 동영상을 유튜브로 공개했다. 유튜브 제공

김(만) : 디지털 작품은 자기 혼자만 소유하기가 불가능하고 NFT는 가능해요. 창작자,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는 "이 토큰을 가지면 이 작품을 소유한 셈"이라는 약속이 있어요. 그런데 세상 사람 모두가 그 약속을 인정하고 존중할까요? 복잡한 문제에요.

박(뮤) :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세상 대부분의 일이 이렇지 않아요? 

김(만) : 그렇죠, 이 집에 누가 살고 있는데, 집문서 가진 사람은 따로 있고, 집은 집이고 집문서는 집문서일 뿐인데,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집문서 가진 사람한테 월세를 내고.

박(뮤) : 아무튼 NFT와 작품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겠네요.

김(만) : 지금은 그 과정이죠. 일단 첫발은 떼었고, 아직까지는 잘 풀리는 것 같지만 나중에 어찌될지는 두고 봐야죠. 물론 창작자 입장에서는 잘 정착되면 좋겠고요.

박(뮤) : 변동성이 크고 '일확천금' 이야기가 자주 들리는 가상화폐의 특성이, 창작자 입장에서는 꼭 좋은 건 아니네요.

김(만) : 나는 이런 상상도 해요. NFT를 사는 사람은 수집가죠. 우리 창작자 입장에서는 고객이고요. 이 사람들이 자기 수집품을 뽐낼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래야 NFT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에도 도움이 되고, NFT 생태계도 무럭무럭 자라날 것 같아요. 굳이 말하자면 '수집 자랑 갤러리' 정도? 온라인 상의 사설 미술관 내지 옛날 독일의 '분더카머' 같은 공간이요. 

박(뮤) : 내가 메타버스에 주목하는 게 그래서예요. 메타버스에서는 자연스럽게 자기 소유의 NFT를 '자랑'하게 되지 않겠어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출처=제페토 인스타그램 캡처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 출처=제페토 인스타그램 캡처

[NFT의 미래에 대하여]

김태권(만화가) : 그렇군요. 나는 메타버스에 대해 회의적인 편이었는데, 미래에 NFT와 연결되면 많은 가능성이 있겠네요.

박성도(뮤지션) : 우리가 알던 세상과 다른 세상이 열릴 수도 있을 거예요. 마침 이번 주에 NFT와 메타버스에 대한 온라인 좌담이 있어요. 여기 링크 보세요.

김(만) : 패널 세션이 눈길을 끄네요. 대퍼랩스 공동창업자 믹 나옘, 지니스 공동창업자 아카시 니감. 대퍼랩스가 NFT의 성공사례인 크립토키티와 NBA 톱숏 만든 곳인데. 지니스는 아바타 기술 기업이군요.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네요.

박(뮤) :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의 공동창업자 이승규와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 공동창업자 김균태 님도 같이 이야기를 해요. 여기 신청하고 접속하면 볼 수 있어요.

김(만) : 대퍼랩스 쪽에 "왜 NBA를 골랐나" 물으니 "농구팬 중에 젊은 사람이 많고 농구 선수들이 트위터에서 활동적이며 농구가 세계적인 스포츠라서 그랬다"는군요. 왜 MLB 야구가 아닌지 사실 나도 좀 궁금했어요.

박(뮤) : NFT 구매자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네요. "이 사람들은 NFT를 구매하여 한 순간을 소유하는 것이지, 그 소유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 좋은 지적이네요. 

김(만) : 업계 최전선의 선수들이 이야기하니까 확실히 재미가 다르네요.

박(뮤) : "메타버스를 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오프라인 세계를 그대로 디지털 세계로 가져와 사용한다면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네요.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만) :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네요. 이번 주에 더 다루기 힘들 것 같은데, 다음번에 더 이야기 해보면 어떨까요? 귀한 손님도 모시고요.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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