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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연쇄인터뷰⑤ 1인치] 세르게이 쿤즈 1인치 CEO 최근 이더리움 수수료 10% 줄이는 V3버전, iOS 앱 출시 "시장 문제를 찾고 어떻게든 해결...레이어2 나오면 치 토큰 사라질 것"

1인치, 효율성 '덕후'가 만든 디파이 가격비교 서비스

2021. 05. 09 by 김동환 기자

탈중앙지향 금융(디파이, DeFi)의 성장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2020년 5월 96억달러(한화 약 10조7071억원)수준이었던 디파이 프로젝트들의 전체 예치금(Total Value Locked, TVL)은 1년만에 800억달러(한화 약 89조2263억원)를 넘어섰습니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대중화를 앞당겨줄 로켓일까요. 아니면 신기루일까요. 디파이 연쇄 인터뷰에서는 초고속 성장 중인 디파이 주요 프로젝트들을 만나 현재 업계의 쟁점과 미래의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한국의 온라인 알뜰 구매족들은 쇼핑을 할 때 '네이버쇼핑', '다나와' 등 인터넷 가격 정보 사이트를 즐겨 이용한다.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다. 쇼핑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이런 경향은 세계 만국의 소비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습성이다. 

여러 코인의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디파이 세계에서도 가격비교 정보는 매우 유용하다. 남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코인을 사고 싶어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1인치(1INCH)는 이런 투자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일종의 디파이 가격비교 서비스다. 사용자가 특정 토큰 교환을 원할 때 다양한 분산형 거래소(DEX)에 상존하는 유동성 풀을 검색해 최적의 조합을 제공하는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로 유명하다. 커브(Curve), 유니스왑(Uniswap), 밸런서(Balancer) 등 디파이 TVL(예치금, Total Value Locked) 상위 DEX들의 코인 교환 조건을 한 번에 모아서 비교할 수 있으며, 스마트계약을 이용해 바로 거래도 가능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소비자 지향적인 효율화, 최적화 철학이 이 기업의 작업 방향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 수수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지난 3월에는, 수수료를 많게는 10%까지 줄여주는 1인치 V3 버전을 출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iOS 전용 전자지갑 앱 '1인치 월릿'을 출시했다. 애플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한 지갑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워치에서 거래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게 가능하다. 

제품 명칭인 1인치는 절권도 창시자인 이소룡의 1인치 펀치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줌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만난 세르게이 쿤즈(Sergej Kunz) 1인치 CEO는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1인치의 팀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인치 네트워크를 사용자들이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끔하는 편의적인 기능을 완벽하게 추가하는데 관심이 많다"며 "디파이에 1인치 펀치를 날리는 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쿤즈 1인치 CEO. 출처=1인치 제공.
세르게이 쿤즈 1인치 CEO. 출처=1인치 제공.

- 1인치는 디파이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토큰 교환 경로를 찾아서 제공하는 애그리게이션 프로토콜로 유명하다. 다른 애그리게이터들에 비해 1인치가 앞서는 장점이 있다면?

= 말 그대로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가장 짧은 시간에, 최적의 토큰 경로를 찾아주는 데, 수수료도 싸다.(웃음)

 

- 하나씩 짚어보자. 1인치가 여러가지 유동성 풀 중, 어떻게 가장 적합한 풀을 찾아내는 원리가 궁금하다. 

= 1인치 V2 버전에서 패스파인더 API(Pathfinder API)를 소개한 바 있다. 패스파인더 API에는 일단 모든 유동성 풀을 찾아낸 다음, 각각의 조건을 수학적으로 비교하는 알고리즘이 들어 있다. 유동성 풀의 실시간 교환 비율을 비교하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풀 별로 가격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매수·매도 주문 소화 능력(Market Depth)도 함께 계산해주기 때문에 최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지난 3월 V3 버전을 공개했다. 이더리움 가스 비용을 큰 폭으로 줄였던데. 

= 유니스왑이나 유니스왑 포크 계열 탈중앙화거래소(DEX)에 비해 10% 정도 수수료가 줄어든다. 제로엑스에 비해서도 3~5% 정도 저렴하다. 

 

- 어떻게 한 건가. 

= 로우레벨 코드를 짜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10%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걸 그대로 적용한 결과다. 

 

- 최근 높은 이더리움 수수료가 화제가 됐다. 다른 DEX들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 절감을 시키고 싶을 것이다. 1인치의 수수료 절감 방식을 다른 프로젝트들이 따라할 수는 없나. 

= 이번에 공개한 수수료 절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계층(Application layer)을 개선한 게 아니라 로우레벨 코드를 최적화하면서 얻게 된 부수적 효과다. 쉽게 따라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 1인치는 이더리움 사용자 거래 수수료를 줄이는 치(CHI) 토큰을 출시한 바 있다. 이번 V3과 치 토큰을 함께 사용하면 이중으로 수수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나. 

= 그렇게는 어렵다.(웃음) 비탈릭 부테린이 발표한 최신 이더리움 제안(EIP-1559)를 보면 치토큰은 점점 사용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치 토큰 자체가 이더리움 가상머신(Ethereum Vritual Machine, EVM) 상에서만 사용 가능한 변칙적인 성격이 있다. 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더리움 레이어2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치 토큰은 사라지지 않을까. 

iOS용 1인치 월렛. 출처=1인치
iOS용 1인치 월렛. 출처=1인치

- 1인치 V2나 V3 같은, 그동안 해왔던 작업들을 보면, 문제 설정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것 같다. 실제 사용자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찾아내서 적정 기술로 해결한다. 이런 방향 설정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 (웃음) 우리는 기본적으로 해커톤 대회에 출전했던 팀이 그대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는 경우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미션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빠르게 그 문제를 해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1인치 관련해서도 먼저 시장 자체에 산재해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제품과 서비스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편이다. 이더리움 수수료가 비싸지자 치 토큰을 만든 것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는 임기응변에 익숙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 1인치(1INCH) 팀 멤버가 40명쯤 되는 것으로 들었다. 팀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나. 

= 15명 정도는 개발자이고 나머지는 커뮤니티 관리, 홍보(PR), 비즈니스 디벨로퍼 등이다. 팀 인원 중 다수는 러시아에 있고, 일부는 사이프러스 섬, 독일, 네덜란드, 멕시코, 남미 등에서 작업하고 있다. 

 

- 요즘 어떤 작업에 집중하고 있나

= 팀과 재단이 각각 다른데, 팀은 제품 코드 감사(Code audit)를 (서드파티로부터) 받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1인치 네트워크를 사용자들이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게끔하는 편의적인 기능을 완벽하게 추가하는데 관심이 많다.

지금만 해도 4~5개 업체의 코드 감사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재단에서는 생태계 기여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그랜츠(Grants)' 프로그램 운용에 가장 신경을 쓰는 편이다. 

 

- 팀 이름이자 제품명인 '1인치'는 이소룡의 1인치 펀치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치 펀치가 세계적으로 유명하긴 한데, 그걸 왜 팀 이름으로 정했는지 이유가 궁금하다.  

= 어렸을 때부터 가라테, 유도, 무에타이 같은 종합 격투기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주짓수 블루벨트 보유자이기도 하다.(웃음) 

앞서 우리가 해커톤 팀 출신이라는 배경을 설명했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효율성(efficiency)이다. 1인치 펀치는 종합무술 분야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기술이라서 매우 좋아한다. (디파이에) 1인치 펀치를 날리는 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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