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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55화

[마이클 케이시] 연준이 실패한다면?

2021. 05. 17 by Michael J Casey
미국에 권력을 안겨주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달러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가 이제는 연준의 통화 주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처=Pixabay​
미국에 권력을 안겨주는 요인 중 하나로 알려진 달러의 준비통화로서의 지위가 이제는 연준의 통화 주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출처=Pixabay​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들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주 동안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좋지 않은 뉴스가 연달아 터졌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11일과 12일에는 굵직한 악재가 전해졌다.

먼저, 오는 6월 비트코인(BTC)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여부 결정을 앞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성명을 통해 승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시사했다.

또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 소식이 전해지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방준비은행(Fed, 연준)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돈을 찍어내 주식과 채권, 암호화폐 시장을 떠받쳤던 정책 기조를 더는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테슬라(Tesla)의 CEO 일론 머스크는 자사 차량의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은 한때 5만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이번 주 ‘돈을 생각하다’에서는 이 모든 주제를 다룰 예정인데, 그중에서도 월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부채가 촉발하는 통화정책 붕괴 위험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 관점에서 비트코인과 인플레이션과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다?

먼저 나타니엘 위트모어에 존경을 뜻을 표한다.

지난 월요일(10일), 코인데스크의 더 브레이크다운(The Breakdown) 팟캐스트 진행자 위트모어는 목재, 구리, 트럭 운전기사 임금을 비롯해 미국 경제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징후가 많다며, 아직 데이터에 반영되진 않았으나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고 있단 징후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는 이틀 뒤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공개됐는데, 전년 동월대비 4.2% 상승해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연준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예상보다 빨리 거둬들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글로벌 시장은 일제히 들썩였다. 비트코인 역시 매도세를 피할 순 없었는데,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Twitter) 계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 결제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수요일 오후 비트코인 가격은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할 때면 암호화폐 업계 안팎에선 당황한 반응을 보인다.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 아닌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소비자물가지수와 궤를 같이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오르면 함께 오르고, 떨어지면 같이 떨어진다. 아직도 비트코인을 주식과 비슷한 위험 자산으로 보는 투기세력이 많다. 그들은 통화정책 기조에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모든 요인이 비트코인에 주식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먼 미래에 정부가 막대한 재정 부담을 겪는 상황에서 부채를 화폐화하는 방식밖에 택할 수 없을 때, 법정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 더 적합하다.

이처럼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모든 종류의 물가가 상승하므로 당연히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데, 심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최근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나타나는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수요-공급 요인과는 다르다.

즉, 비트코인이 불안정한 통화 상황에 대비한 헤지 수단인 ‘디지털 금’이 될 거라 믿는다면 아직은 그때가 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건전성과는 여전히 거리가 먼 글로벌 경제에서 소비자 물가가 다시 오른다는 것은 장기적인 부채 문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뜻이며, 바로 이 점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대개 비트코인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출처=Pexels
출처=Pexels

악순환

그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지금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문제를 살펴보자. 투자자들은 가파른 물가 상승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이란 연준의 2대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이 물가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어떤 징후라도 보일 경우, 연준은 자산 매입을 통해 공격적으로 진행해온 양적완화(QE) 정책을 축소할 수 있다. 지난해 주식과 채권시장은 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장기간 랠리를 누렸다.

이 같은 우려는 표면상으론 정당해 보인다. 현재 연준의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는 2%로,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이 목표치를 상회하더라도 허용할 것이라는 신호를 줬으나 물가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너무 오래 지속된다면 연준에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준의 권력과 유효성을 담보해주는 기관의 정당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실제로 긴축 통화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당연히 금리가 매우 급격하게 오를 것이다.

평상시라면 긴축 정책은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환영받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상시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너무 많은 업계에서 미실현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재무 부채가 늘면서 엄청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부채는 상환 불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부채 규모는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걸까?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CBO)에서 내놓은 전망치에 따르면, 정책과 법규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올해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GDP의 10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1년까지 사상 최대 수준인 107%까지, 2051년까지는 그보다 약 두 배가 증가해 GDP의 202% 수준이 될 것이다. IMF는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80%를 넘을 시 부채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원인이 되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집행한 경기부양 지출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새롭게 늘린 부채, 그리고 베이비 붐 세대에 지급해야 할 막대한 메디케어, 사회보장연금 청구액이 바로 그것이다.

채권시장은 이미 이런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오르면 심하게 요동친다. 점진적인 금리 상승만으로도 정부의 부채 상환 비용이 수조 달러나 증가할 수 있다.

연준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잉글랜드 은행(BOE), 일본은행(BOJ), 중국 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 역시 모두 비슷한 악순환과 부채 전망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 모두 부채를 화폐화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결말

먼저 중앙은행들은 지금껏 해온 방식대로 부채를 간접적으로 화폐화할 것이다. 양적완화 정책을 확대해 유통시장(2차 시장)에서 채권 등 자산을 매입할 거다. 하지만 이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이 바닥나 어쩔 수 없이 신규 발행된 정부 부채를 매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게 중앙은행의 정당성을 저해하는 행위일지라도 그 외 다른 선택지는 없을 것이다. 그 결과 법정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반대로 화폐로 살 수 있는 모든 자산의 가격은 오를 것이다. 소비재도 물론이거니와 금이나 부동산, 비트코인 같은 희소성 있는 자산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다.

이는 유명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주장한 이론이다. 그는 오는 24일 코인데스크에서 주최하는 ‘컨센서스(Consensus)’ 컨퍼런스에서 내가 사회를 보는 세션의 주요 기조연설자 중 하나로 나와 지난 75년간 글로벌 경제가 유지해온 부채 사이클과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 화폐 가치하락 문제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 이론이 다소 무서운 것은 사실이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매월 변화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니라 바로 이 문제다.

 

디파이 여름2.0?

지난해 ‘디파이(DeFi) 여름’을 기억하는가? 지난 여름, 하나의 프로토콜 위에 또 다른 프로토콜을 결합해 만드는 이른바 ‘레고(lego)’ 시스템 개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었다.

시장 참가자들이 이더(ETH)나 랩트 비트코인(WBTC)을 생태계로 가져와 대출을 받거나 해주는 과정에서 돈을 벌기 위해 갖가지 이자농사 기술을 새롭게 시도하면서 디파이 부문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몰려들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척도가 ‘총 예치자산 규모(TVL)’인데, 지난해 9월 중순에는 TVL이 100억달러 선을 돌파하는 등 중대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요즘엔 디파이 여름2.0이란 말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AMM) 유니스왑(Uniswap)이 업그레이드된 버전3.0을 공개하고, 다양한 레이어2 애플리케이션(이론상으론 네트워크 혼잡과 높은 가스비(거래 수수료) 문제를 줄일 해결책임)이 개발됐으며, 디파이 부문의 월가 자본 유치 계획 등 수많은 호재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큰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디파이 여름1.0은 오히려 시시해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다.

이렇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 사람들은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을까? 과연 이것을 TVL로 확인할 수 있을까? 데이터 제공기업 디파이 펄스(DeFi Pulse)에서 제공한 차트를 보면 그 답을 알 수가 있는데, 차트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는 말을 하고 있다.

출처=디파이 펄스
출처=디파이 펄스

위 차트에서처럼, 달러 가치를 기준으로 총 예치자산 규모를 측정했을 때 디파이로 유입된 자금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차트 마지막 부분의 하락 곡선을 보면 이런 측정 방식은 투자한 암호화폐에 대한 달러 가치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이번 주는 디파이 대출 플랫폼에서 담보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이더와 비트코인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TVL 달러 가치는 떨어졌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실제 예치된 암호화폐 개수를 기준으로 측정해보면 어떨까?

출처=디파이 펄스
출처=디파이 펄스

위 도표는 디파이 펄스가 디파이에 예치된 이더의 총 개수를 측정한 그래프다(실제 예치된 이더의 개수를 측정한 것으로, 이더 기준으로 총 자산 가치를 나타낸 것이 아니다). 도표를 보면 4월 초에 유니스왑 버전3가 출시됐을 무렵 이더 예치가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점 이후 점차 청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났는지 그 원인은 분명치 않으나,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이더를 담보로 한 새로운 펀드나 스테이킹(staking) 프로젝트 등 다른 투자처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이더가 디파이 부문에서 가장 중요성 높은 담보로 계속 사용된다고 한다면, 이 그래프는 여름 동안 예치량이 또다시 급증할 경우 유의할 점을 미리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출처=디파이 펄스
출처=디파이 펄스

위 도표는 디파이에 예치된 비트코인의 총 개수를 나타낸 것이다.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계약에 코인을 예치하면 이 코인을 ERC-20 토큰으로 전환해주는 WBTC를 기준으로 측정한 그래프다. 기술적 문제처럼 보이는 급격한 상승과 하락이 나타나는 두 번의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최근 3개월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4월 이후 소폭이나마 증가세가 이어져 오고 있어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다시 디파이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위 데이터는 모두 비슷한 양상을 띤다. 그리고 최근 디파이 부문에서 일어난 큰 변화들을 보면 디파이 여름2.0이 머지않아 다가올 거라 믿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암호화폐 분야가 아직 신생 시장임을 감안해 스시(sushi)든, 피자(pizza)든, 얌(yam)이든 너무 일찌감치 세지는 말길 바란다.

영어기사: 코인데스크코리아 임준혁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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