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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헬로, 블록체인

3개월 후 코인시장을 상상해보니

2021. 06. 20 by 김병철

건국 이래 ‘최대 피라미드 사기'라 알려진 조희팔 사건. 조희팔은 2004~2008년 전국에 20여개 의료기기 대여 다단계업체를 차리고 7만여명에게 4조~5조원의 금융 다단계 사기를 저질렀다. 올해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경찰이 사기, 불법 다단계 혐의로 수사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의 피해자는 약 7만명, 피해금액은 약 4조원이다. 브이글로벌 사이트는 지금도 운영 중이며, 수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자와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부터 석달 뒤인 9월24일 이후에는 이런 사건이 나오기 어려울 듯하다. 지금까진 누구나 웹사이트만 만들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9월까지 국내 거래소는 금융위원회에 신고를 마쳐야 사업을 할 수 있다.

특히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이 안에 브이글로벌 같은 다단계 거래소들이 신고 요건을 갖추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올 9월은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정부가 추정하는 국내 거래소는 60여개. 이 중 살아남는 곳은 보수적으로 보면 3~4개, 넉넉하게 봐도 10개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석달 안에 50여개 거래소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폐업하는 거래소 중 일부는 고객의 예치금을 ‘먹튀'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면 좁은 신고의 문을 통과한 거래소들은 오랫동안 희망했던 제도권 안에 안착하게 된다. 들어가긴 어려웠지만, 일단 들어가면 그 문이 기득권을 보장해준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과 비슷한 새로운 과점 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

앞으로 석달 동안 주목할 건 국내 거래량 2위 거래소인 빗썸의 매각 여부다.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정훈 전 빗썸 의장이라는 ‘오너 리스크'가 금융위 신고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상장폐지 도미노도 예상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는 170여개 수준이다. 지난주 업비트를 시작으로 부실 암호화폐의 상장폐지가 줄을 잇고 있다. 50~100여개로 줄어들 수도 있다.

특히 일명 ‘김치코인'이라고 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암호화폐가 대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자연스레 투자자들의 돈이 김치코인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글로벌 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 앞으로 몇달간 이어질 상장폐지, 거래소 폐업은 각종 소송을 불러올 것이다. 일부 암호화폐 발행사들은 상장폐지를 통보한 거래소에 소송을 예고했다. 발행사와 거래소의 폐업도 예상되는 만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의 소송도 예상된다. 양쪽을 모두 대리할 수 있는 법무법인에겐 일거리가 늘어나는 호시기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1천만원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8천만원까지 올랐다가, 4천만원으로 반토막 나면서 상반기 내내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하반기에도 여전히 가격은 관심을 모으겠지만, 다른 종류의 사건 사고가 터질 수 있다.

국세청은 최근 대형 암호화폐 발행사를 중심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몇달 후면 세무조사 결과를 포함해, 정부가 전방위로 진행 중인 가상자산 불법행위 단속 결과가 하나씩 공개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회에선 가상자산업권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5건(박용진·이용우·김병욱·양경숙·강민국 의원)의 법안이 발의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운영을 시작한다.

게다가 매년 10월이면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열린다. 마침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가 끝난 직후다.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라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암호화폐 관련자들을 예상하는 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글은 한겨레신문 지면에도 게재됐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한겨레신문 오피니언 코너 '헬로, 블록체인'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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