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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NFT 판매기] 9회, NFT 저작권

2021. 06. 27 by 김태권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박성도 뮤지션의 마수걸이]

'다 썼다! 이제 퇴고만 하면 된다.' 김태권 만화가는 <창작자의 NFT판매기> 원고를 쓰고 있었다. 그런 그를 깜짝 놀라게 한 한밤의 문자 메시지.

박성도 뮤지션 : 혹시 내 작품을 김태권 만화가님이 구입하셨나요? 어떤 분이 방금 구입을 했네요.

김태권 만화가 : 우와, 정말? 축하합니다. 

: (남의 일인 듯) 세상에 이런 일도 있네요.

: (아니, 이 담담함은 뭐지) 쉽지 않은 상황인데 판매에 성공했네요. 이더리움 값은 들쭉날쭉하고 사람들 눈길은 유명인사의 NFT에 몰린 상황인데요.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 지금까지는 NFT를 사고파는 사람 대부분이 '사이버펑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 '아직 내 NFT는 팔리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하나 필리니 '오, 팔리는구나'하는 마음과 '아, 그럼 다음 작품을?'하는 생각이 드네요.

: 우리 칼럼 이름이 <창작자의 NFT 판매기>잖아요. 박성도 뮤지션의 NFT가 드디어 판매되기 시작했으니 목표 절반은 달성되었네요. 역경매 방식처럼 중간에 한번 가격을 내렸죠?

: 예. 처음에 높은 가격에 올리고 안 팔리면 조금씩 내리는 방법을 택했어요. 이번에 한번 내렸는데 팔리네요. 남은 토큰은 계속 이 가격을 유지하게 될 것 같아요.

박성도씨의 첫 NFT. 출처=오픈씨 캡처
박성도씨의 첫 NFT. 출처=오픈씨 캡처

: 이더리움 시세에 따라 판매가가 달라지긴 하겠는데, 그래도 음원 판매보다는 수익이 높네요.

: 그런데 김태권 만화가는 왜 아직 작품을 팔지 못했어요?

: 사실은 아직 올리지 않았으니까요. 올리지 않았으니 팔리지도 않죠. 내가 오픈시에 작품을 올리는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어요. 바로 나 자신이요.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네요. 아직은 NFT를 수집하는 분 대부분이 전부터 가상화폐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잖아요.

'내가 해놓은 작업 가운데 어떤 작품을 먼저 올릴까' 고민하다가 옆길로 새서 '크립토 문화란 무엇인가, 사이버펑크란 무엇인가, 어째서 사람들은 <뉴로맨서>와 <블레이드러너>에 열광했는가' 같은 문제로 빠져버렸어요.

요즘은 사이버펑크소설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엉뚱한 곳으로 빠지셨군요. 작품에 사이버펑크 성향이 없어도 NFT를 구매해주는 사람이 있어요. 한 작품만 팔고 끝날 것도 아니니 어서 시작하시죠.

: 그러게요. 박성도 뮤지션의 판매 소식에 자극받았어요. 나도 어서 가격 책정하고 작업을 올리겠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먼저 이번 원고부터 새로 써야겠군요. 

: 앗, 나의 NFT 판매 소식 때문인가요?

: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일이니 괜찮습니다! 독자님께는 연재가 늦어진 데 대한 변명을 드려야겠군요. 


[이영욱 변호사를 게스트로 모시고]

'다시 다 썼다! 이제 퇴고만 하면 된다.' 김태권 만화가를 놀라게 한 문자 메시지가 또 도착했다. "아니, 이영욱 변호사님이?" 그토록 기다리던 게스트 섭외가 성사된 것이다. 

박성도 뮤지션 : 모시기 힘든 귀한 게스트를 모셨다고요! 만화가 분이신가요?

김태권 만화가 : 예, 만화가시기도 하고...

박 : 변호사님도 게스트로 오시나요?

김 : 예, 저작권 전문 변호사시기도 하고...

박 : 그럼 두 분을 게스트로 모시나요?

김 : 아뇨, 사실은 한분입니다. 이영욱 변호사님은 저작권 전문 변호사면서 또 만화가시기도 하죠.

어려운 저작권 판례를 만화로 풀이한 <저작권 별별이야기>라는 책을 내시기도 했고요. 사실 이영욱 변호사님이 변호사 되기 전에도 나는 이영욱 작가님 만화를 좋아했어요.

이영욱 변호사 : 안녕하세요. 이영욱입니다.


박 : 안녕하세요! 평소에 블록체인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희는 블록체인이 거의 처음이거든요.

김 : 예, 그나마 박성도 뮤지션은 비트코인으로 3만원인가 4만원을 벌어본 일이 있대요. 저보다 비트코인에 대해 잘 압니다(농담).

이 : 사실 나도 코인 거래를 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NFT 관련 기사와 자료를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띄어, 그 말씀을 좀 드릴까 합니다.

박 :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부분을 보시겠네요. 창작자시기도 하고 저작권 전문가시기도 하니까요.

김 : 그럼 궁금한 이야기 좀 질문드려볼게요. NFT와 관련해 저작권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요?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내 작업을 가지고 허락 없이 NFT를 발행한다면 내 저작권을 침해하는 거잖아요.

이 : 새로운 저작물을 창작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저작물을 허락없이 이용해 NFT를 만든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저작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2차적저작물작성권 또는 전송권 침해).

문화체육관광부도 6월 초에 "NFT 작품의 저작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원저작물의 복제권 침해 여지가 있는 경우 저작권자와 연계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일이 있죠.


박 : 그렇다면 누가 내 창작품을 NFT로 발행해 내 저작권이 침해될 일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걸까요?

이 : 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기존 저작권 법리대로 판단이 이루어질 것 같아요. 별달리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남의 저작물을 가져다 쓴 사람이 "이것은 패러디 또는 오마주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 법원, 뿐만 아니라 미국 법원도 이런 항변은 잘 받아주지 않습니다.

김 : 친절한 설명 고맙습니다. NFT를 발행하는 창작자 쪽은 기존의 저작권 법리대로 보호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이군요. 창작자 입장에서 'NFT에 관해 법도 없는 상황인데, 황당무계한 불이익을 당하면 어떡하나' 지나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럼 NFT를 구매하는 쪽은 어떤지요?

이 : NFT에 관심을 가지고 나서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는 문제가 있죠. "NFT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과연 무엇을 사는 것일까?"

나는 저작권 전문 변호사니 저작권 문제부터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NFT를 사는 사람은 돈을 내고 작품의 저작권을 양도받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만약 저작권을 양도받는다면, 이 작품을 이용해 경제적 수익을 얻는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관련 자료를 찾아봐도, 토큰(NFT)을 판다고 해서 저작권까지 양도했다는 내용은 보지 못한 것 같아요.

박 : 예, 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 생각으로도 내 NFT를 사간 사람이 내 작품의 저작권까지 사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이 : 그럼 일종의 이용 허락을 받은 걸까요? NFT로 발매된 창작물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라이선스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NFT를 팔고 산 다음 어떻게 하나 살펴보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김 : 그러게요. 돈은 내지만 작품을 물리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요. 화랑에서 미술품을 사고 집으로 들고가는 것처럼요. 

이 : 예, 물리적 이전이 없죠. 그래도 굳이 현실세계에서 비슷한 모습을 찾자면 미술품 구매와 여러가지로 비슷합니다. NFT를 하나만 발매하는 경우는 회화 작품과 비슷하고, 열 개나 스무 개처럼 한정된 개수로 발매할 경우는 마치 개수를 한정해 판매하는 판화 또는 사진과 비슷할 것 같아요.

김 : 그렇다면 구매자 쪽 역시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군요. 구매해서 소유하고 흐뭇하게 감상하다가 갑자기 '황당무계한 불이익'을 당하실 것 같지는 않네요.

박 : 그렇다면 궁금한 게 있어요. NFT를 구매한 사람이 이를 여러 인터넷 공간에 전시하고 자랑할 수 있을까요? SNS나 블로그 공간이건 메타버스 공간이건 자기가 소유한 NFT를 자랑하는 일이 앞으로 무척 중요할 것 같다고, 지금까지 김태권 만화가와 이야기해 왔거든요.

이 : 글쎄요. 낙관만 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김 : 정말요? '내가 소유한 NFT'를 세상에 자랑하기 위한 '자랑질 갤러리'를 여는 일이 문제가 될 수 있나요?

이 : 우리 저작권법을 보면, 문제가 될 여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이 좀 필요하네요.

김 : 으음, 그렇다면 여기서부터 다음 원고에서 또 말씀 나누시면 어떨까요? 이영욱 변호사님(아니 이영욱 작가님으로 불러야 할까요) 모시고 'NFT 시대의 저작권' 이야기를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오픈씨 계정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픈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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