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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의 NFT 판매기] 10회, NFT 저작권과 전시권

2021. 07. 16 by 김태권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왼쪽부터, 김태권(만화가), 박성도(뮤지션)

김태권 만화가와 박성도 뮤지션은 NFT시장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 박성도 뮤지션은 자신의 창작곡을 NFT로 발행해 판매에 성공하기도 했다. 뉴스에 나올 만큼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말이다.

지난 칼럼부터 김태권과 박성도는 "NFT 거래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영욱 변호사를 모시고 의견을 듣고 있었다. 이영욱 변호사 역시 창작자다. <저작권 별별이야기>라는 책을 낸 만화가이기도 하다.

창작자이자 변호사인 이영욱의 블로그


[NFT 창작물을 전시할 권리]

김태권 (만화가) : 지난번에 말씀하셨죠. "NFT를 사고 판다는 일은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창작자 쪽은 저작권을 빼앗길까 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고, 구매자 쪽도 일단 사놓은 NFT를 잃을까봐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요.

박성도 (뮤지션) : 그러면 우리가 NFT를 사고팔 때 오프라인에서 창작물을 사고팔 듯 마음 놓고 해도 되는 건가요? 그런데 지난 번에 "NFT 전시는 낙관할수만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무슨 뜻인지요?

이영욱 (변호사 겸 만화가) : NFT로 구매한 창작물은 보통 디지털 파일 형태죠? 이 파일을 인터넷 공간에 전시하는 일은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뜻이에요.(엄밀히 말하면 인터넷상 전시는 ‘전송’이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미술품의 ‘전시’를 예로 들어 설명할게요).

: 신기하네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다른가요? 오프라인에서 산 창작물은 보통 별 제약 없이 전시해도 되지 않나요?

: 엄밀히 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미술저작물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1항에 이렇게 되어 있어요.

“미술저작물 등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다. 다만, 가로ㆍ공원ㆍ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뒷문장이 이 경우 문제입니다. 미술품을 구매한 사람은 소유권만 사는 것이고, 저작권과 전시권은 그대로 원 저작자에게 남아 있어요.

: 앗, 오프라인 창작물도 전시할 권리가 구매자 쪽에 완전히 넘어오는 것은 아니군요. 몰랐네요.

: 저작권법에 따라 미술품 원본을 소유한 사람은 원본을 전시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파블로 피카소 원본 그림을 샀다면, 자기 개인 박물관 같은 전시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걸어둘 수 있어요. 

: 저라도 피카소 작품을 사면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것 같아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출처=Amy-Leigh Barnard/Unsplash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출처=Amy-Leigh Barnard/Unsplash

: 그런데 그 작품을 길거리나 공원처럼 여러 사람들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상 전시할 수는 없어요. 법에 따르면 그래요.

: NFT 작품의 경우는 따져봐야겠네요. 인터넷 공간에 전시하는 일은 어떻게 봐야하나요? 인터넷 공간은 여러 사람이 와서 항상 볼 수 있잖아요.

: 그 점이 문제죠. NFT 작품의 경우, 누구나 항상 와서 볼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전시하는 일은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 그런데 그렇게 많이들 하지 않나요?

: 물론 문제 삼지 않을 수도 있어요. NFT 작품은 처음부터 인터넷에 게시된 상태 그대로 매수하는 것이고, 이러한 형태의 이용이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이미 양해된 것으로 본다면 별 문제가 없겠죠.
김 : 지금 당장 심각하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구매한 사람이 NFT작품을 전시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군요.

: 나중에 메타버스와 NFT가 본격적으로 결합하게 되면, 가상 공간의 공원이나 건물 외벽에 정말 내가 산 NFT 작품을 "걸어놓고 전시할" 수도 있잖아요. 


[한 번 더 들여다보자

사람들이 NFT를 사고파는 이유]

이영욱(변호사) : 어떤 분은 이렇게 물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전시도 자랑도 못할 거라면 도대체 NFT 작품을 왜 사는 거지?"라고요.

김태권(만화가) : 그러게요, 사실 몇 주 째 고민하는 문제기도 하지요.

박성도(뮤지션) : 나는 NFT 작품을 사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요. "사는 사람이 효용을 느끼기 때문"이라고요. NFT를 "법적으로 보장 안되는 디지털 등기서류"나 "디지털 영수증"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얼마 전 칼럼에서 "돈을 내면 달의 등기 서류를 떼어주는 사업"에 대해 읽었어요. 이 사람들이 "달 부동산을 사는 이유"가 정말 무슨 경제적 가치를 기대해서 하는 일은 아니지 않겠어요?

"달의 등기를 떼는 일"과 코인과 NFT 거래를 비교한 정순형 온더 대표의 칼럼

: 박성도 뮤지션이 말하는 취지는 공감해요.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NFT 거래가 뒷탈 생길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죠. 나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궁금하더라고요. 어찌 보면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 같고요.

페어워닝. 출처=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페어워닝. 출처=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똑같은 NFT 작품을 또 찍어낸다면]

김태권(만화가) : 예를 들어 내가 내 그림을 NFT로 발행해 경매로 8천만원에 팔았다고 해봐요.

박성도(뮤지션) : 돈 많이 버셨네요. 가상의 예긴 하지만.

: 그런데 돈을 더 벌고 싶어서 한 달 뒤에 똑같은 작품을 내가 하나 더 NFT로 발행한다고 쳐요. 그래서 이게 4천만원에 팔렸다고 쳐봐요. 이때 처음에 8천만원 주고 산 사람하고 다음에 4천만원 주고 산 사람하고 생각해보자고요.

: 아까 "달의 등기를 떼어 파는 일"과 비교해 볼까요? 그 논리에 따르면 처음에 산 사람은 8천만원을 주고 샀을 당시에는 효용을 느꼈을 거에요.

: 하지만 두번째 토큰이 팔린 다음에도 그 논리가 통할까요? 처음에 산 사람이 자산가치로 4천만원을 손해보는 거잖아요. 내 작품을 가지고 있다는 효용도 확 줄어들 거고요.

이영욱(변호사) : 나도 같은 걱정이에요. "NFT를 만든 창작자가 ‘유일한 작품’이라고 선전해서 어떤 구매자에게 거액에 판 다음, 자신이 원본 파일을 갖고 있으니, 또 똑같은 다른 NFT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물론 블록체인 구조 상에서는 다른 작품이겠지만, 구매자가 그 사실에 큰 의미를 둘 것 같지는 않네요.

: 이러다가 NFT 시장이 통째로 붕괴할 수도 있죠. '가상의 예에 등장한 나' 같은 비양심적 창작자 때문에요. 

: 우선 저작권 문제만 놓고 보면 창작자가 유리하네요. 저작권은 구매자한테 있는 것은 아니니, 창작자가 또 찍어낸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죠.

: 맞아요. 저작권법상 저작자, 즉 창작자는 복제와 전송 등의 권리를 가지고 있어요. 지난 번에 살펴본 것처럼 NFT의 최초 구매자가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도 아니죠.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거에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서울옥션블루·서울옥션과 NFT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나무는 서울옥션블루가 오는 7월 여는 NFT 작가 지원 공모전에 후원한다. 출처=XXBLUE 웹사이트 캡쳐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서울옥션블루·서울옥션과 NFT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나무는 서울옥션블루가 오는 7월 여는 NFT 작가 지원 공모전에 후원한다. 출처=XXBLUE 웹사이트 캡쳐

: 그런데 처음에 산 구매자가 손해를 크게 보는 건 어떡하죠. 아까 예에서 하나 더 발행이 아니라 숫제 스무 개를 더 발행해 처음에 산 NFT작품의 시세가 4백만원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봐요. 문제가 되지 않나요?

: 저작권법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이런 문제는 생길 수 있죠. NFT의 창작자와 구매자 사이의 약정이나 보증의 위반은 책임을 물을 수 있겠습니다. 약속을 어겻다는 채권적 책임이죠.

: 그럼 '가상의 예에 등장하는 김태권 만화가 같은 비양심적 창작자'가 책임을 지나요?

: 아하, 그 부분은 또 애매해요. 창작자와 구매자 사이의 약정이나 보증이 명확한 형태로 존재할 것 같지는 않거든요.

: 그럼 '가상의 나'한테 당한(?) 구매자가 딱한데요.

: 나는 NFT 생태계에 대해 낙관적인 것 같아요. 이 부분은 NFT 생태계가 알아서 해결해 주지 않을까요? 하나만 발행하겠다고 거짓말해서 비싸게 팔아놓고 나중에 마구 찍어내는 제멋대로인 창작자는 사람들이 쫓아내 주겠죠. NFT 시장에 자정 능력이 있을 것 같아요.

: 나는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아요. 다른 분야 보면 법을 촘촘하게 만들어놔도 못 막는데, 아직 낯선 분야라서 법이 철저히 준비되어 있지 안다면 별별 이상한 경우가 다 나올 것 같아요. 사람들이 실망해서 NFT에 등을 돌릴 수도 있고요. 그런데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니, 원래 블록체인의 출발과는 맥락이 다른 것 같기도 하네요.

: 모종의 질서 또는 규약이나 책임 등 체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NFT 시장은 불안정한 상태에 머무를지도 몰라요.

: 그러게요. 나는 걱정이 많아서 그런지 우려가 되네요.

 

[새로 생기는 NFT 거래소들]

이영욱 (변호사) : 그런데 현실이 또 다르네요. NFT 거래소가 계속 생겨난다죠?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이 많은가 봐요.

박성도 (뮤지션) :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계속 늘어나요. 준비하는 곳도 많고요. 

김태권 (만화가) : 지금까지 우리는 NFT 거래소로 오픈시를 살펴봤어요. 장점은 여기가 세계 최대의 거래소라는 거죠. 앞으로도 오픈시보다 큰 거래소는 나오지 않을 것 같고 한동안 창작자들이 오픈시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반면 너무 크다는 점이 단점이기도 해요. 창작물도 너무 많고 구매자도 너무 많아서, 창작자와 구매자가 제대로 연결되기가 쉽지 않아요. 큐레이션이 아쉬운 대목이죠. 여기 말고도 많은 곳이 있는데, 요즘 눈에 띄는 몇 곳을 박성도 뮤지션이 브리핑 해주실래요?

: 예, 일단 나는 바이낸스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 바이낸스면 코인 거래소 아닌가요?

: 예, 세계 최대의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가 이번에는 NFT를 사고 팔겠다고 나섰어요. 들어가 봤더니 이곳에 근사한 물건이 참 많이 있습니다. 피카소의 실제 작품을 얼마 전에 NFT로 경매했어요. "역시 바이낸스"라는 생각을 했죠. 오프라인으로 작품을 보내줘야 하니 구매에 성공한 사람은 자기네한테 연락하라는군요.

: 아, 저도 그 뉴스 봤어요. 기존의 예술품 시장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NFT로 예술 작품을 거래할 수 있다"는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 같아요.

바이낸스는 피카소의 실제 작품을 NFT 경매로 진행했다

바이낸스가 경매한 파블로 피카소 작품과 NFT. 출처=바이낸스 웹사이트 캡처
바이낸스가 경매한 파블로 피카소 작품과 NFT. 출처=바이낸스 웹사이트 캡처

: 국내에도 몇 군데 거래소가 생기는 것 같던데요.

: NFT매니아라는 곳이 바삐 움직이고 있어요.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를 NFT로 판매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죠. 현재까지는 국내시장을 주로 겨냥하는 것 같고요. 아직 다른 국내 NFT 거래소들은 창작자의 창작물 중심인데, 이곳은 연예인처럼 셀레브리티를 NFT 발행자로 모으는 것 같아 눈에 띄어요.

: NFT매니아는 저도 들어가 봤어요. NFT를 투자 자산처럼 보고 접근하는 시각이 뚜렷하더라고요. 우리 같은 창작자들이 보는 시각과는 또 다를 것 같습니다.

: 그리고 그라운드X라는 회사가 벌이는 사업에 눈길이 갑니다. 우선 크래프터스페이스(KrafterSpace)는 아마도 국내 최초의 대중NFT플랫폼이 아닌가 싶네요.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NFT를 발행할 수 있다"라는 플랫폼의 의도대로, 기존에 창작물을 내던 작가가 아닌 사람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런저런 일상적인 것들을 NFT로 발행하는 경우가 많아요.

: 크래프터스페이스는 아직 베타버전이라 크롬 브라우저에서만 돌아가나 봐요. 모바일로 들어가서 돌아다니고 싶은데 아쉬워요. 

: 그라운드X는 클립드롭스(Klip Drops)라는 프리미엄 NFT 마켓도 곧 오픈한대요.'한정판 디지털 아트를 큐레이션하여 판매할 예정'이래요. 당분간은 한정판에 대한 옥션으로만 진행되고 2차거래를 위한 마켓플레이스는 나중에 할 계획이라고 하고요.

: 그라운드X가 올 하반기에 NFT 시장을 주름잡을 것 같다고 많이들 생각하시죠. 지금은 준비 중이지만요.

클립드롭스 계획을 밝힌 그라운드X

: 한국 밖에서는 수퍼레어(SuperRare)라는 거래소에 관심이 가요.

: 어째서죠?

: 이름부터가 "매우 희귀한" 콜렉션을 모으겠다고 해놨는데, 오픈시처럼 확 열어놓은 오픈마켓이 아니라 부티크 갤러리를 표방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작품이 좋습니다. 다른 거래소와 달리 콜렉션을 살펴보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정도에요. 스크롤이 아주 느리게 내려간달까요. 여기에 아티스트로 초대되는 과정도 쉽지 않은 것 같구요. 

미스터 미상의 작품 'Money Factory'. (위 그림을 누르면 해당 작품의 슈퍼레어 사이트로 이동한다. 거기서 '재생' 버튼을 누르면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스터 미상의 작품 'Money Factory'. (위 그림을 누르면 해당 작품의 슈퍼레어 사이트로 이동한다. 거기서 '재생' 버튼을 누르면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그러게요. 우리는 안 불러주네요. 그런데 부티크 갤러리가 사람들이 많이 안 가잖아요. 이렇게 해놓으면 오는 사람만 오지 않겠어요?

: 그런데 최근 거래량을 보면 수퍼레어가 전체 NFT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큐레이션의 힘이 대단하구나"하고 다시 생각했어요. 많이 팔겠다고 이것저것 다 가져다 놓지 않아도 큐레이션이 좋으면 많이 팔리는 것 같아요.

: 역시 우리 이야기의 결론은 '큐레이션'인가요.

: 흥미롭습니다. NFT 시장이 아직 불안해 보이는데도, 상당한 고가의 작품이 이미 활발히 거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요. 

: 나는 내 작품 팔겠다고 발을 들여놨는데도 여전히 불안함이 커요. 내가 시대에 뒤떨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김태권(만화가)

만화를 그리고 글을 쓴다. 저서로 '불편한 미술관', '히틀러의 성공시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이 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나는 역사다'와 '창작의 미래', '영감이 온다' 등의 칼럼을 연재한다. 오픈씨 계정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박성도(뮤지션)

밴드 원펀치로 데뷔하여, 2017년 <낮과 밤>을 발표하며 개인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 이상은의 기타리스트, 프로듀서, 영화 <미성년> 등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픈씨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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