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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이시 주간 연재 칼럼 ‘돈을 다시 생각하다’ 68화

[마이클 케이시] 전환점을 맞이한 암호화폐

2021. 08. 17 by Michael J Casey
미국 의회의사당 돔. =Ian hutchinson/unsplash
이번 주 미국 상원의 인프라 법안과 관련한 조세 부과 논쟁에서 암호화폐 업계가 패했지만 마치 이긴 것처럼 느껴졌다고 코인데스크US의 최고콘텐츠책임자는 말한다. 출처=Ian hutchinson/unsplash

돈을 다시 생각하다(Money Reimagined)’는 돈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의하거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꿔놓고 있는 기술, 경제, 사회 부문 사건과 트렌드들을 매주 함께 분석해 보는 칼럼이다.

지난주 칼럼에서 미국 상원의 인프라 법안에 포함된 암호화폐 조항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이 문제는 이미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그 후 사흘간,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논란은 공식적으로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패한 것으로 끝났지만, 이번 주 칼럼에서 지적하듯 실제로는 암호화폐 기술의 대중적인 이미지에 있어서 긍정적 의미의 분수령이 됐다.

 

미 의회가 암호화폐 업계에 준 선물

때로는 실패를 승리로 볼 수도 있다.

상원의 인프라 지출 법안에 포함된 심각한 수준의 암호화폐 감시 조항을 수정하기 위해서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기울였던 놀라운 시도(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를 보며 내가 받은 느낌이다.

의욕 넘치는 수천 명의 활동가들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상원의원 한 명으로 인해 결국엔 대사를 이루지 못하게 된 이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는 거침없는 변화의 중심에 선 암호화폐 업계의 스토리를 더 쉽게 들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제 암호화폐 업계는 혁명가나 활동가들이 역사적으로 내세워온 ‘기득권이 새로운 바람에 마지못해 무릎 꿇을 때 종국엔 승리하게 되는 끈질긴 투쟁’이라는 근본적인 이야기를 갖게 됐다.

내 동료 기자인 에밀리 파커가 말한 것처럼,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스토리텔링에 능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개인 간(P2P) 거래를 할 수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와 검증 가능한 희소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가치저장 수단 비트코인의 이점을 꾸준히 알리고 있지만, 이는 일반 대중 사이에선 그리 큰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암호화폐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나, 대중과의 이해 차이는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 같은 이들에게 암호화폐의 위험에 대한 비방을 할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는 마치 전환점과도 같았다.

모든 건 롭 포트만 미 공화당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인프라 지출 법안에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납세 보고 요건을 강화해 약 280억달러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거둬들이는 조항을 삽입하면서 시작됐다(해당 법안에는 총 1조달러(약 1169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며, 암호화폐 과세를 통해 280억달러(약 32조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조항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중개인(broker)’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정의하며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부분이었는데, 암호화폐 업계의 법률 전문가들은 바로 이 부분이 자칫 광범위하게 해석돼 채굴자와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미국 국세청(IRS)에 보고 의무를 지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10일 자 사설에서 주장한 것처럼, 해당 조항은 일상적인 거래도 엄격한 감시망 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암호화폐 혁신이 미국이 아닌 국외로 향하게 만들 것이며, 아마 시행 자체도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출처=Towfiqu barbhuiya/Unsplash
출처=Towfiqu barbhuiya/Unsplash

풀뿌리 운동

이에 코인 센터(Coin Center), 블록체인 얼라이언스(Blockchain Alliance), 디지털 상공회의소(Digital Chamber of Commerce), 디지털자산시장협회(ADAM) 등 여러 암호화폐 이익단체가 즉각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론 와이든(민주당, 오리건주), 신시아 루미스(공화당, 와이오밍주), 팻 투미(공화당, 펜실베니아주) 상원의원을 설득해 고객에게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소에 대한 거래 보고책임을 축소하고, 채굴자와 개발자들을 보고 요건에서 면제하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중요한 건 해당 발의안의 초당적 성격이었다.

이 이익단체들은 파이트 포 더 퓨처(Fight for the Future)가 펼친 영리한 소셜미디어 캠페인의 도움을 받아 수천 명에 달하는 열혈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전화, 이메일, 트윗을 통해 자신이 사는 지역의 상원의원들에게 수정안 지지를 촉구하도록 만들었다.

이로써 로비단체는 암호화폐 기업 자금을 지원받아 운영되지만 진정한 권력은 풀뿌리 운동에 대한 열정적인 참여 의지가 있는 암호화폐 투자자들과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들의 메시지가 기득권만이 아닌 대중의 메시지임을 전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 캠페인은 즉각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미 의원들은 수정안을 지지하고 나섰고, 당초 조항이 혁신 부문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원 법안을 발의했던 포트만 의원마저 상원에서 암호화폐 관련 조항을 수정해 조항의 모호성을 없애야 한다고 인정하기에 이른다.

포트만 의원은 마크 워너(민주당, 버지니아주), 키어스틴 시너마(민주당, 애리조나주) 상원의원과 함께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수정해 또 다른 수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자신의 법안을 수정하기 위한 첫 번째 공식적 시도였음), 지분증명(PoS) 합의 알고리듬 개발자들을 법적 영역 안에 넣으려 작업증명(PoW)과 지분증명 방식을 구분하면서 득보다 실이 많은 수정안이 탄생했다.

하지만 결국 포트만 의원 등은 와이든, 루미스, 투미 의원과 전격 합의해 지난 9일 발의자 6인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새로운 수정안을 내놓았고, 코인 센터 등 암호화폐 이익단체들은 이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이룬 놀라운 성과였다.

 

하나의 반대표

그런데 그 후 일어난 일이 코미디에 가까웠다.

새로 합의된 수정안이 반영되기 위해선 상원의원 100인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했는데, 여기서 찬성 99표만을 얻은 것이다. 반대표를 던진 1명은 공화당 의원 리처드 셸비(앨라바마주)였다. 그는 500억달러 군사비 증액 수정 조항이 포함될 경우에만 해당 법안에 서명을 하겠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고, 버니 샌더스 의원(무소속, 버몬트주)이 이 제안을 거부하면서 많은 이들이 사활을 걸었던 수정안 표결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사용 문구에 문제가 있음을 모두가 인정했음에도 인프라 법안 내 암호화폐 관련 원 조항이 그대로 유지됐음을 의미한다(심지어 셸비 의원조차 문구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에서는 셸비 의원이 방위 산업보다는 자신에게 정치 후원금을 낸 월가 기부자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35년간 상원에서 의정 활동을 했던 그가 내년 은퇴를 앞두고 암호화폐에 반대하는 은행가들의 요청을 들어줌으로써 은퇴 이후 자기 사람들의 월가 일자리를 보장받으려 한다는 음모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게 진짜든 아니든, 암호화폐 업계에는 냉전 이래로 의원직을 내내 지켜온 연로한 한 의원이 특수하고 편협한 자기 이익 때문에 세수를 장기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친혁신 법안을 고집스레 반대하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미국 전역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열혈 암호화폐 지지자들(대부분 셸비 의원보다 몇 세대나 젊은 사람들)이 풀뿌리 운동을 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셸비 의원이 상원에서 고집스러운 자세로 수정안을 반대하는 모습은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파의 완벽한 전형이었다. 비트코인 등 여러 블록체인 기술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중앙화된 게이트키퍼 문제를 정확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설명해줄 이미지가 필요한 암호화폐 옹호론자들에게 현실을 모르는 나이 든 상원의원이 기업의 이익 보호를 위해 다른 모든 동료 의원들의 염원을 막아선 모습보다 더 좋은 이미지가 있을까 싶다. 이 경우, 그는 말 그대로 ‘1%’였다.

법안을 둘러싼 다툼이 이제 하원으로 넘어가면서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활기가 넘치고 있다. 물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반대에 또 많이 부딪히게 될 것이다. 즉, 문제가 많은 문구를 담은 암호화폐 조항이 법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암호화폐 업계는 이미 정신적인 승리를 거뒀다. 한때 주류와는 거리가 있었던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합법성을 부여받으면 결국엔 업계에 건설적인 정책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야기는 이미 바뀌었다. 암호화폐를 반대하는 이들이 쓰려 했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암호화폐 친화적인 결론으로 말이다.

 

펭귄과 펑크

지금 우리는 열풍의 중심,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퍼지 펭귄(pudgy penguin), 크립토 펑크(crypto punk), 보어드 에이프(bored ape) 열풍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물론 NFT(대체불가토큰) 이야기이다.

NFT 거래시장인 오픈씨(OpenSea)의 거래량을 보면 NFT 열풍을 가장 잘 알 수 있다. 코인데스크US에서 데이터 시각화를 담당하고 있는 슈아이 하오가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 제공 자료로 만든 차트를 살펴보자.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슈아이 하오/코인데스크. 출처=듄 애널리틱스

오픈씨에서 8월 들어 거래량이 급증한 것을 보면 NFT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NFT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가 급락했을 때 모두 과도한 언론 노출 때문이라던 이들이 많았는데, 위 수치들을 보면 그게 사실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닌 거래량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오르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지난 3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6930억(약 785억원)에 팔린 것과 같이 큰 액수가 아니란 거다.

하지만 최근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 BAYC) 시리즈 작품이 이더(ETH, +1.02%) 400개(130만달러, 약 15억원)에 거래된 것도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영어기사: 박소현 번역, 임준혁 코인데스크 코리아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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