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년들, 스타트업 딛고 ‘우주’(Cosmos)로

[인터뷰] 텐더민트 재 권 대표, 진 권 이사

등록 : 2019년 4월 25일 17:30 | 수정 : 2019년 4월 25일 17:11

코스모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재 권(왼쪽)과 동생 진 권. 이미지=텐더민트 제공

 

형제는 한국에서 태어났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와 학원을 다녔다. 그렇게 수학과 과학을 배웠다. 형제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형은 뉴욕 코넬대에서, 동생은 캘리포니아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형은 대중 참여형 크라우드소싱 지역검색 서비스 옐프(YELP)의 앱 개발을 맡았다. ‘천재 개발자’로 명성을 얻었다. 동생은 인텔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쟁쟁한 기업을 거쳐 시카고대 경영학대학원을 마쳤다. 그리고 형제는 다시 뭉쳤다. ‘블록체인의 인터넷’을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 ‘코스모스’ 프로젝트의 개발사 텐더민트를 이끄는 재 권(Jae Kwon), 진 권(Jin Kwon) 형제의 이야기다. 재 권 대표는 두 형제가 미국 시민권을 가진 미국인이지만, 중학교까지는 한국에서 한국식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수학과 과학 등을 학습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미국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공부했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해외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이들 형제와 지난 18일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형인 재 권은 미국 뉴욕에, 동생인 진 권은 샌프란시스코에 머물고 있었다. 두 형제의 목소리는 유쾌했다.

-만나서 반갑다.

재 : 반갑다. 재 권이라고 한다. 진은 나의 오른팔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내 동생이기도 하다.

진 : 스태프인 셈이다.  무슨 일이든 돕는데, 현재 하고 있는 일 대부분은 사업에 관계된 일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시각은 한국시각 밤 9시였다. 뉴욕의 재에겐 오전 8시, 샌프란시스코의 진에겐 새벽 5시. 이른 시각이었다. 먼저 접속한 진은 익숙한 듯 얼굴을 내보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온 반면, 뒤이어 들어온 재는 영어로 인사를 건네오면서도 “얼굴을 꼭 보여야 하나요”라며 카메라를 켜지 않았다.

결국 화상 채팅이었음에도 인터뷰는 참가자들 모두 얼굴을 보이지 않은 채 진행됐다. 대부분의 질문엔 재가 답했고, 간혹 진이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형제가 연관된 코스모스, 텐더민트, 인터체인 파운데이션을 각각 소개한다면?

재 : 우리는 코스모스를 블록체인의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코스모스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기 위해서 시작했다. 기존 블록체인(비트코인)은 네트워크를 운용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PoW 합의 알고리듬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PoW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합의 알고리듬인 텐더민트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
텐더민트는 지난 2014년 비잔틴 장애 허용(PBFT) 알고리듬을 바탕으로 만든 지분증명(PoS) 알고리듬이다. 코스모스의 토큰인 아톰(Atom) 보유자가 블록체인의 네트워크를 검증하는 검증인(Validator) 역할을 맡게 된다.
인터체인 파운데이션은 지난 2017년 만들어진 재단으로 코스모스를 홍보하고, 개발자 교육을 진행한다.

정리하자면, 재 권은 2014년 비트코인의 합의 알고리듬인 작업증명(PoW)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텐더민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텐더민트는 블록체인 플랫폼 코스모스의 합의 알고리듬 이름이자, 동일한 이름의 개발사 이름이 됐다.

텐더민트에서 재 권은 창업자 겸 대표이고, 진 권은 비즈니스 개발을 총괄한다. 코스모스 백서에 따르면 초기 검증인은 100명으로 시작되며, 향후 10년 동안 매년 13%의 비율로 증가해 최종적으로 총 300명의 검증인으로 유지될 계획이다.

-코스모스 개발 로드맵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나?

재 : 코스모스의 메인넷인 ‘코스모스 허브’와 코스모스 기반 서비스 개발 프레임워크인 ‘코스모스 SDK’가 개발 완료됐다. 코스모스 SDK를 활용하면 ‘블록체인 간 커뮤니케이션(IBC) 패킷’으로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에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예컨대 코스모스 SDK를 이용하면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연결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 블록체인의 전망을 어떻게 보나?

재 : 블록체인의 최종 승자는 다양한 블록체인을 연결할 수 있는 인터체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개발 중인 코스모스를 보면 기존 블록체인보다 장점이 많다.
먼저, 인터체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PoS 알고리듬이 필수적이다. 코스모스의 합의 알고리듬인 텐더민트는 2014년부터 개발된 만큼 기술 성숙도가 다른 프로젝트(이더리움 캐스퍼)보다 높다.
또 블록체인을 개발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SDK가 중요한데, 코스모스 SDK는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지원한다. 끝으로, 코스모스 백서는 2016년에 나온 만큼 인터체인에 있어서 우리가 가장 앞서 있다.

“확장성 문제 생기면 코스모스로 다른 블록체인 갈아타라”

– 인터체인이 향후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로 인해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무엇인가?

재 :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가 실제 사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확장성(scalability) 문제다. 지금은 암호화폐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고자 해도 확장성 문제 탓에 네트워크에서 수용할 수 없다. 비트코인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나왔고,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즈마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확장성 문제를 완전히 없애기는 쉽지 않다.
코스모스는 인터체인을 지향한다. 예컨대 A라는 블록체인의 확장성이 부족하다면, 코스모스로 B라는 블록체인과 연결해서 사용하면 된다. 이를 통해 어떤 종류의 블록체인이라도 확장성을 충족할 수 있다.

진 : 현재의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Dapp, 댑)은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 사용자 경험(UX)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확장성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더라도, UX가 미흡하다면 사람들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UX 부분도 고민하고 있는 이유다.

– 로드맵 상 예정된 추가 개발 계획이 있나?

재 : 현재 추가로 공개할 수 있는 개발에 관한 내용은 없다.
앞으로 개발될 IBC의 성능과 방향, 목표 등 세부 내용은 이미 공개가 돼 있다. IBC로 이더리움 스마트컨트랙트 생태계를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 코스모스 기반 암호화폐인 아톰은 코인마켓캡에서 1800위권으로 생각보다 인기가 있지 않은 것 같다.

진 : 현재의 암호화폐 거래 통계는 의미가 없다.
텐더민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이다. SW 개발에 집중하는 만큼 아톰의 가격이나 거래는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재 : 아톰은 거래를 위해 만든 게 아니라 텐더민트 합의 알고리듬을 위한 스테이킹(staking) 용도의 토큰이다. 아톰을 보유하고 있으면 코스모스의 검증인이 돼 시스템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검증인이 되면 코스모스 네트워크 유지에 대한 수수료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재 권(오른쪽 두번째)과 진 권(오른쪽 세번째)이 한국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팀과 기념 촬영을 했다. 사진=텐더민트 제공

-텐더민트 SDK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재 : 바이낸스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바이낸스 체인’이 있다.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결제를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 ‘테라‘가 대표적이다. 또 탈중앙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위한 프로젝트인 ‘아이리스넷(IRIS)’도 있다. 이 밖에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 현재 금융, 물류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블록체인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반면, 코스모스는 하나로 연결하는 블록체인을 지향한다. 블록체인 발전 흐름을 역행하는 것 아닌가?

재 : 우리는 코스모스가 블록체인의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스모스로 여러 블록체인이 연결되면 하나의 토큰을 다양한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교환하지 않아도 암호화폐 활용이 가능해진다. 완전히 분산된 시스템을 만드는 셈이다.

진 : 현재 대부분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댑을 만든다. 개발자들이 개별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블록체인 코드를 만들고, 스마트컨트랙트를 작성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코스모스를 활용한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코스모스로 개발해서 다른 블록체인과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예전에 재가 개발한 옐프가 대표적이다. 옐프는 API를 연동해 구글 등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 약 10년 전에 옐프(YELP)를 개발하면서 개발자로 유명해졌는데, 옐프를 어떻게 시작했고 어떻게 온 건가?

재 : iOS 기반의 옐프 모바일 앱을 개발하면서 재미도 있었지만, 고생도 많이 했다. 옐프는 ‘오브젝트 C’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었다. 오브젝트 C는 오픈소스로 개발된 언어였는데, 당시에 오픈소스 생태계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개발을 위한 자료를 얻기 힘들었다.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옐프 이후 다양한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그 중에서 2008년 금융 시스템 관련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2013년 시작된 비트코인 버블을 보면서 블록체인에 뛰어들게 됐다.

– 언제, 어떻게 미국으로 갔나? 한국 경험은 어떤 영향을 줬나?

재 : 한국에서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다니다가 미국으로 건너갔다.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다. 학여울역 근처에서 다녔던 학원에서 수학, 과학 등을 배웠다. 만약 그 때의 경험이 없었다면 미국에서 수학에 대한 열정을 갖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코넬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한국어를 하긴 하지만, 중학생 수준이다. 그것도 한참 한국어를 쓰지 않은.

진 : (웃음) 어찌 된 일인지 내가 형보다 한국어를 잘한다.

재 : (웃음) 진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