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트렌드: 트레이드마이닝 지고, IEO 떴다

등록 : 2019년 8월 12일 07:00 | 수정 : 2019년 8월 12일 01:31

암호화폐 시장 암흑기를 지나오며 지지부진했던 국내 거래소 거래량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올해 초 문을 연 체인엑스라는 신생 거래소가 암호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힐스 기준 일 거래량 약 4600억 원을 기록하며 업비트를 넘어선 국내 3위에 자리 잡았다. 신생 거래소의 급성장 뒤에는 IEO가 있었다.

그렇게 트레이드마이닝을 앞세운 거래소토큰 시대에서 IEO 시대가 시작됐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저무는 트레이드마이닝과 거래소토큰

에프코인(F-coin) 거래소를 시작으로 지난해 5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년 3개월간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는 소위 ‘트레이드마이닝’과 ‘거래소토큰’의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국내는 그 정도가 특히 심했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이른바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다수 거래소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기류를 타고 한몫 챙기기 위해서 트레이드마이닝과 거래소토큰을 도입했다. 후발 주자면서 거래소토큰을 도입하지 않으면, 거래소 운영에 대한 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올 지경이었다.

트레이드마이닝과 거래소토큰을 도입한 거래소의 현주소에 대한 이전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들 거래소는 불과 1년 사이 거래량이 줄어들며 주춤거렸다. 결국 트레이드마이닝으로 채굴한 거래소토큰의 가치를 상승 혹은 유지하지 못해, 유저가 빠져나가고 거래량이 줄어들며 거래소 이익이 급감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거래소들은 이러한 문제를 타개할 방안으로 ICO(암호화폐공개)에 집중했다. ICO는 블록체인 프로젝트팀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한테 판매해 개발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ICO를 진행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이 이뤄진다. 즉, 거래소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BM)로 자금을 모으는 ICO(암호화폐 판매)와 상장을 한 번에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IEO(Initial Exchange Offering)’다. 거래소 입장에서 IEO는 신규 암호화폐 판매 수수료와 함께 거래량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수단이다. 더불어 인지도가 부족한 블록체인 프로젝트팀에게 도움을 준다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IEO 전성시대

바이낸스 런치패드에서 진행된 IEO 목록. 출처=바이낸스

 

IEO의 대중화를 이끈 거래소는 다름 아닌 바이낸스다. 바이낸스는 지난 2017년 12월 IEO 플랫폼 ‘런치패드‘를 전 세계 거래소 중 처음 공개하며, 기프토(GIFTO)와 브레드(BREAD)를 자사의 거래소토큰인 바이낸스토큰(BNB)으로 판매했다. 이후 런치패드 서비스는 중단됐다가, 올해 1월 다시 재개했다.

“2017년 말 공개한 런치패드는 최초의 IEO 플랫폼이었다. 당시 암호화폐 환경에서 IEO는 시기상조라 판단돼 서비스를 중단했었다. 런치패드는 궁극적으로 프로젝트 팀에게 이익이 되고, 건전한 생태계를 위한 것인 만큼 다시금 시작하게 됐다.” – 바이낸스 관계자

후오비 패스트트랙의 IEO 진행 목록. 출처=후오비 글로벌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후오비 역시 IEO 플랫폼을 선보였다. 후오비는 올해 3월 후오비 프라임 서비스를 통해 기존에 어느 거래소에도 상장이 안 된 암호화폐를 선정해 자체 토큰인 후오비토큰(HT)으로 투자자가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올 6월에는 ‘패스트트랙‘이라는 새로운 IEO 플랫폼도 공개했다.

“후오비 프라임은 자체 블록체인 평가 시스템인 ‘스마트 체인 2.0’에 따라 수백 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후오비의 상장 기준에 만족하는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 후오비 코리아 관계자

국내 거래소에서도 IEO를 도입한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트레이드마이닝을 재빨리 도입하며 한때 국내 거래량 1위를 기록한 코인제스트를 비롯해 캐셔레스트, 비트소닉, 코인빗 등이 차례로 IEO를 도입했다.

여기서 잠깐. 그러고 보면 IEO를 도입한 거래소들은 하나 같이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거래소토큰’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낸스는 BNB, 후오비는 HT, 코인제스트는 ‘코즈플러스(COZP)’, 캐셔레스트는 ‘캡(CAP)’, 비트소닉은 ‘BSC’, 코인빗은 ‘덱스(DEX)’ 등이다. 이들 거래소는 자신들의 IEO를 런치패드, 프라임, 패스트트랙, 토큰세일, 간편구매, 라이징 등으로 부른다. 이들 거래소에서 IEO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거래소토큰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거래소토큰이 있는 거래소는 서둘러 IEO를 도입했다.

거래소토큰과 결합한 IEO

트레이드마이닝으로 발행되는 거래소토큰은 지난 1년 동안 후발주자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훌륭한 도구였다. 하지만 트레이드마이닝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 기사처럼 암호화폐 거래량이 꾸준히 늘지 않으면, 결국 거래소토큰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가치가 폭락해 수명이 다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소토큰을 발행한 거래소들은 그동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했다. 일례로 거래소 이익 중 일부를 사용해 거래소토큰을 소각하거나(비트소닉, 코인제스트, 캐셔레스트), 물건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거나(코인제스트, 비트소닉), 거래 수수료를 낸다거나(바이낸스) 하는 방법을 도입했다. 물론 원하는 성과를 얻진 못했다.

바이낸스가 IEO 서비스인 런치패드에 참여하는 도구로 BNB를 내세우며 성공하자, 거래소토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던 거래소들은 돌파구로 IEO를 선택했다.

“IEO는 어찌 보면 후발주자 거래소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발행한 거래소토큰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거래소토큰은 트레이드마이닝으로 발행한다. 결국, 공급을 줄일 수 없다. 그렇다면, 발행된 거래소토큰의 유통량을 줄여야 한다. 소모시켜 없애야 한다. IEO가 현시점에서 시장에 뿌려진 거래소토큰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거래소토큰이 있는 거래소 관계자

거래소 입장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해 수명이 끝나가는 거래소토큰을 살리기 위해서는 IEO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거래소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 IEO

기존에 트레이드마이닝과 거래소토큰이 그러했듯, IEO는 신생 거래소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후발주자인 거래소가 순식간에 국내 거래량 기준 상위권으로 치고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예컨대 문을 연 지 7개월에 불과한 신생 거래소 체인엑스는 업비트의 일 거래량을 넘어서며 국내 2~3위권으로 성장했다. IEO를 전면에 내세운 효과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IEO를 트레이드마이닝을 대체할 새로운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트레이드마이닝과 거래소토큰으로 신생 거래소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대다수 거래소가 거래소토큰을 내세우면서 특색이 사라졌다. IEO는 거래소토큰의 가치도 지키면서, 타 거래소와 차별화된 암호화폐를 상장시킬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는 IEO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 IEO를 준비 중인 거래소 관계자

IEO 문제점…’먹튀’

IEO를 도입했거나, 준비 중인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 일견 거래소 성장을 위한 좋은 수단으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IEO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모럴해저드(moral hazard)’로 인한 ‘먹튀’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미 수차례 IEO 거래소 먹튀 사건이 발생했다.

인트비트가 고액의 자동차를 경품으로 걸고 암호화폐 구입을 유도했다. 출처=인트비트

 

지난 1월 안동에 위치한 ‘인트비트’는 자체 거래소토큰인 ‘인트(INT)’를 IEO로 사전 판매한다고 광고하며, 350여 명의 투자자에게 약 250억 원을 투자받았다. 돈이 쌓이자, 인트비트는 거래소를 폐쇄하고, 관계자들은 잠적했다. 피해자들은 횡령 및 유사수신 행위 등을 이유로 고소했고, 그 결과 주요 관계자가 구속됐다.

또한 지난해 11월 발생한 퓨어빗 먹튀 사건도 이와 유사하다. 퓨어빗은 거래소토큰인 ‘퓨어(PURE)’ 상장 전 투자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광고하며, 약 26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모금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잠적했다.

IEO는 거래소가 직접 ICO를 진행하고, 거래소에 상장까지 책임지는 구조로 이뤄진다. 그 어느때보다 거래소의 신뢰가 중요하다.

 

믿을 수 있는 IEO를 위한 조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암호화폐 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현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판매업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하면서 무법지대에 머물게 됐다. 달리 말하면, 거래소 이용 고객은 법의 테두리 밖에 있으므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지난 6월 22일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37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규제에 관한 권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 권고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취급업소(VASPs,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s)’가 지켜야 할 의무대상이 대거 포함됐다. 또한 국회에는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특금법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의무를 규정한다.

이처럼 암호화폐 거래소를 법의 테두리 안에 넣으려는 시도는 계속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먹튀 피해자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 – 한인수 스카이메도우 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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