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파악·자금세탁방지 규제가 ICO 사기보다 더 나쁘다”

등록 : 2018년 7월 31일 10:26 | 수정 : 2018년 8월 2일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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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업계 최악의 비밀은 수많은 프로젝트가 사실 사기나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투자된 돈은 수십억 달러에 이르지만, 결과물로 나온 것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무슨 말인지 아실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 핀테크 분야와 암호화폐 분야의 스타트업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거의 반드시 지켜야 하는 양대 규제처럼 되어버린,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고객파악제도(know-your-customer, KYC)와 자금세탁방지제도(anti-money-laundering, AML)는 어떨까?

나는 이 규정을 모두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이 진짜 ICO 사기 때문에 입는 피해보다 훨씬 더 크며, 심지어 이 규정의 실질적 효용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규정은 우리의 모든 삶에 스며든 전 지구적 감시 도구일 뿐이다. 또한, 수십억 명을 여전히 가난한 상태에 머물게 하며, 혁신을 죽이고, 기존 은행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않아도 되도록 방패막이가 되어줄 뿐이다.

금융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

1970년대 미국은 은행비밀법을 제정해 은행과 금융기관에 비공식적인 비밀경찰의 역할을 맡겼다. 그 법 이후, 금융기관은 고객의 모든 자금 흐름을 감시하고,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될 경우 정부에 이를 보고하며, 또한 이들의 계좌를 동결해야 하는 엄격한 의무를 준수해 왔다.

이러한 법률을 준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년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이것도 전체 사회가 치르는 비용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 정부는 마치 마약과의 전쟁을 치를 때처럼 KYC/AML 규정을 전 세계에 대단한 표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권장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스위스처럼 이를 거부하는 국가는 점점 더 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 국가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곧, 전 지구적인 빅브라더 감시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개인정보 문제 외에도, KYC/AML은 지구상의 많은 이들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게 배제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은 이민자, 가난한 이들, 그리고 정부가 발행한 “적절한” 신분증이 없는 이들을 거부해왔다.

미국에만 해도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이 1천만 명에 이르며, 영국에도 수백만 명이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이 제도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국민이다.

기존 은행들은 단순히 위험을 낮추기 위해 국가 전체를 편견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과 태평양, 아프리카의 여러 소국들은 기존의 전 지구적 금융 시스템에 참여하지 못했다.

영국의 은행들이 소말리아로의 송금 서비스를 수익성 때문에 폐지하자 소말리아는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소말리아 인구의 40%가 영국에서 일하는 가족이 보내주는 돈으로 삶을 유지한다. 당시 영국 은행들은 소말리아로 송금하는 데 “위험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 제대로 된 서류가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법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 뿐이다. 이 경우에도 결국, 가장 큰 비용을 치르며 희생양이 된 것은 사회적으로 가장 힘없는 가난한 이들이었다.

또한, 아무리 새로운 상품이나 대안이 혁신적이라고 해도 KYC/AML을 구조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거나 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면 그 상품이나 대안은 아예 탄생하지도 못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KYC/AML 때문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 정확히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우리는 이런 현실을 매일 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서비스가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주저앉았을까?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이 소중한 자본금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변호사들에게 낭비하고 있을까?

얼마나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허가를 받지 못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을까? 사법부가 모든 금융기관에 비공식적 협조를 강제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가난한 사람, 젊은이들에게도 문턱을 낮춰준 대안 은행이 얼마나 많았을까? 우리가 가지 않은 길이기에 정답은 알 수 없다.

비용과 편익

금융 분야에 빅브라더를 만드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부는 그들이 늘 써오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바로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을 계속 들먹이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여기에는 마약왕, 테러리스트, 독재자, 이란,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최악인 탈세범이 있다. 정부는 KYC/AML이 자금 세탁을 줄였다는 연구에 끝없이 연구비를 지원한다.

분명 KYC/AML이 있어서 테러리스트와 독재 집단도 손해를 보기는 했을 것이다. (아마 독재 집단이 언론이 말하는 만큼 거대한 부를 축적해놓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KYC/AML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큰 비용을 치렀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

과연 이를 위해 우리 모두가 더 불편하고 더 값비싼 서비스를 받을 이유가 있을까? 이 때문에 가난한 사람, 사회적 취약계층을 금융 활동에서 배제할 가치가 있을까? 기존 은행 시스템에 지금과 같은 특권을 부여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금융기관이 수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그렇게 모은 개인정보를 잊을 만하면 해커들에게 탈취당하는 현실은 또 어떤가? 정부라는 가면을 썼지만 사실상 민간 자본이기도 한 기업들이 탄생시키는 거대한 전 지구적 감시 시스템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까?

KYC/AML을 계속 시행하고 운영하려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제도임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정말로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낭비를 일삼는 것이기 때문이다.


칼럼을 쓴 에단 야고(Edan Yago)는 지난 7년 동안 징가(Zynga)를 거쳐 에피파이트(Epiphyte) CEO를 지냈고, 현재는 메타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야고 트위터 팔로우하기)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