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1호 블록체인 지역화폐 노원구 ‘NW’ 15개월의 성과는?

등록 : 2019년 5월 2일 18:00 | 수정 : 2019년 5월 2일 17:57

노원(NW) 지역화폐. 이미지=노원구청

 

서울특별시 노원구가 지난해 2월1일 발행하기 시작한 국내 1호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NW(노원)은 15개월이 지난 오늘도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린다. NW의 크고작은 성패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실험을 진행중이거나 검토중인 지자체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준다.

NW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업체 글로스퍼가 지난 2017년 12월 개발에 착수해,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NW은 노원구의 이름을 따온 이름인 동시에, 돈 없이도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뜻을 담은 ‘No-Won’의 약자다. 가치는 1NW=1원으로 매겨지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된 만큼 노원구 내 등록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NW을 쓰려면 모바일 앱을 설치한 뒤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고령층을 위해 실물 카드로도 존재한다.

NW를 보는 시각은 ‘진정한 블록체인 실험’이라는 찬사와 ‘의미 없는 포인트 제도’라는 혹평이 공존한다. 노원구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지역 경제 회복과 생태계 구축에 먼저 나섰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지자체로서 첫 실험인 만큼 여러 한계를 보이며 비판을 받고 있다. ‘개척자의 모순’인 셈이다.

 

개척자의 모순

NW가 비판받는 첫번째 이유는 확장성의 한계다. 지난 4월29일 기준으로, 전체 발행량은 1억3809만945NW이다. 이 중 4586만2289NW이 실제 가맹점에서 사용됐다. NW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총 273곳이다. 노원구에 등록된 사업자 중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이 대략 8000여 곳 이상인데 견주면, NW을 쓸 수 있는 업소는 약 3.4% 수준이다. NW 회원 가입자도 7153명으로, 노원구 인구(54만1천명)의 1.3%에 지나지 않는다. 이용 규모 면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노원 적립 방법. 이미지=노원구청

 

노원구 쪽은 NW의 이용 규모가 작은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NW사업 담당자인 최기천 노원구청 마을공동체과 사회적경제팀 주무관은 “기본적으로 NW은 봉사활동을 통해서 발행이 이뤄진다. 또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노원의 1차 목표는 노원구 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W의 목표가 실질적인 거래보다도 봉사에 기반한 마을 공동체 형성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실제 NW의 발행은 노원구에 주민등록이 돼있는 개인이 자원봉사를 했을 때 시간당 700NW, 기부를 했을 때 기부액의 10%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노원구는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구민 수, 곧 NW의 1차 이용자 타깃층이 15만여명이라고 보고있다. 이렇게 계산해도 현재 이용자 수는 5% 수준이지만, 이른바 ‘진성 참여자’가 존재하므로 단순 계산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다.

NW가 비판받는 두번째 이유는 현금화가 불가능하다는 문제다. NW을 쓸 때엔 가맹점별 사용기준율(2~40%)에 따라 쓰게 된다. 예컨대 사용기준율이 10%인 슈퍼마켓에서 1만원짜리 물건을 사면, 10%인 1000NW만 사용 가능하다. 9000원의 현금과 1000NW을 지불하는 셈이다. 슈퍼마켓의 계정에는 1000NW이 보관된다.

문제는 가맹점인 슈퍼마켓이다. 슈퍼마켓 입장에서 보면, 법정화폐(원화)를 주고 물건을 사와서 다시 소비자에게 팔고 NW이라는 지역화폐를 받았는데, NW은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게 불가능하다. 슈퍼마켓이 이 NW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노원구 내 또다른 가맹점 뿐이다. NW 가맹점이 늘지 않아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천 주무관은 “다른 지역화폐는 법정화폐로 현금화할 수 있는 모델도 있는데, NW은 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NW 사용자나 가맹점이 추가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할 계획”이라며, “NW 생태계 활성화의 1차 목표를 달성한만큼 확장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T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지역화폐 ‘김포페이’에는 법정화폐 환전 기능이 탑재됐다. 김포페이는 KT의 블록체인 지역화폐 플랫폼 ‘착한페이’의 모바일 앱에서 구동된다. 실시간 원화 환전도 가능하다.

하지만 NW 개발사인 글로스퍼의 김태원 대표는 “지역화폐를 현금화시킬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활성화가 촉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고의 전환을 강조했다. 현금화가 목적이라면 이용자 입장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훨씬 편리한데 굳이 지역화폐를 쓸 이유가 없으니, 지역 경제 생태계 구축이라는 애초의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번째 비판 사유는 ‘기술 과잉’ 논란이다. 지자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발행했던 지역상품권의 포인트 시스템과 다를 게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노원구청도 NW가 가맹점 정보나 회원 정보 등 민감한 정보는 데이터베이스(DB)로 관리하는 등 기존 포인트 시스템과 일부 동일하다고 시인했다.

노원구는 포인트 시스템의 임의 조작 가능성을 블록체인 기술로 원천 차단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W의 노드는 4개에 불과하고, 모든 노드는 노원구청이 관리한다. NW 정보 변경을 위해서는 최소 3개 이상의 노드가 동시에 합의해야 한다는 게 ‘조작 가능성 차단’의 근거지만, 현실적으로 노원구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셈이다. 노원구청과 개발사는 추후 고도화 작업을 통해 노원시설관리공단 등 노원구 관련 기관에 노드 역할을 맡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NW가 한계를 보이고 논란을 불러오고 있음에도, 블록체인 지역화폐의 실험은 ‘후발주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LG CNS가 개발한 경기도 시흥의 ‘시루’가 이미 운영중이고, 글로스퍼가 개발중인 전북 전주의 ‘올댓(All@)전북’은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포페이를 만든 KT의 서영일 블록체인비즈 센터장은 “KT와 조폐공사가 함께 온누리 상품권을 비롯해 현재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역 상품권을 착한페이 앱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지역화폐 실험의 미래 방향과 관련해, 김태원 대표는 지역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특색있는 지역화폐만이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청년들에게 창업 펀드를 지역화폐로 조성하는 등 해당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