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신규 거래소 에리스X에 기대를 거는 이유

등록 : 2018년 12월 14일 11:10

미국 정부의 규제에 맞춘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을 준비중인 에리스X(ErisX)가 이달 초 비트메인과 컨센시스, 피델리티, 나스닥 벤처스, 모넥스 그룹 등으로부터 총 275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내년 초 암호화폐 현물시장과 선물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에리스X는 거래소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맷 트루도(Matt Trudeau)를 최고전략담당자(CSO)로 영입했다.

파생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에리스 거래소(Eris Exchange)가 만든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에리스X는 여러 암호화폐와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취급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리스X는 선물시장을 규제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선물상품 취급 인가를 받았으며, 거래의 결제를 뜻하는 청산(clearinghouse) 업무도 직접 맡기 위해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에리스X는 암호화폐 현물시장(spot market)도 운영할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대신 현물시장을 관장하는 각 주정부 규제 당국과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에리스X의 CEO 토마스 치파스는 시리즈 B 투자로 받은 돈을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명한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음으로써 에리스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 모두에게 규제 당국의 관리를 받는 안전한 디지털 자산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에리스X는 내년 2분기에 암호화폐 현물시장을 출시할 예정이고, 이어 상반기 안에 선물상품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웹사이트에 설명했다. 콘센시스의 CEO 조셉 루빈은 에리스X의 출시가 전 세계 기관투자자들의 디지털 자산 투자를 장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에리스X의 출시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기업과 투자자들이 디지털 자산과 전통적인 자산을 안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중요한 진전이다.”

사진=Getty Images Bank

<플래시보이즈>에 나왔던 그 사람

에리스X의 최고전략담당자로 영입된 트루도는 미국의 주식, 상품, 원자재 등 주요 자산들이 잇달아 디지털로 전환하던 2000년대 초부터 주요 거래소와 시장 10여 곳의 출시에 관여해 왔다. 특히 귀금속을 토큰화해 거래하는 플랫폼 개발을 총괄하기도 했다.

암호화폐와 금융업계 관계자가 아니라도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인 <플래시보이즈(Flash Boys)>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트루도를 기억할 것이다. 책 속에서 트루도는 초단타매매(high-frequency trading)에 이른바 과속방지턱을 넣어 좀 더 공정한 거래 환경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증권거래소 IEX의 설립을 주도한 인물로 등장한다.

트루도는 올해 내내 지속된 암호화폐 시장의 내림세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암호화폐 전반의 혁신과 진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전략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시장에서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과 점진적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모두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분명 크립토 시장의 시작에는 혁명적인 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시행착오와 발전을 거듭해온 지금은 혁명보다는 점진적인 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장 상황이 어떠니, 암호화폐 투자와 거래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느니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사실은 좀 더 길게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인터넷 사업들이 닷컴버블이 꺼진 뒤 싹을 틔웠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치파스도 트루도의 의견에 동의했다.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면 물론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가격이 요동친 것은 암호화폐만이 아니다. 당장 주식시장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주식시장에서 새로운 거래소를 연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 정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선물상품과 현물시장

대형 거래소 DRW나 TD아메리트레이드, 암호화폐 기업 콘센시스 등의 투자, 지원을 받은 에리스X는 내년 2분기까지 현물시장에서 비트코인(BTC), 비트코인캐시(BCH), 라이트코인(LTC), 이더리움(ETH)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어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대로 곧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코인의 선물 상품을 취급할 계획이다.

시카고 상업거래소나 (에리스에 투자한) 시카고 옵션거래위원회가 취급하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과 달리 에리스X에서는 신용화폐 대신 실제 비트코인으로 선물 결제를 처리하게 된다. 에리스X보다 앞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출시 계획을 밝힌 ICE의 바크트(Bakkt)도 비트코인 선물 상품 결제를 현금이 아니라 실제 비트코인으로 처리한다.

치파스는 어떤 암호화폐를 선물 상품으로 취급하게 될지에 관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의 중인 모든 상품은 당연히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처음 신청서를 작성할 때부터 CFTC와 꾸준히 의견을 나눴으며, 상품을 출시하고 운영할 때도 당연히 CFTC의 원칙과 기준을 지킬 것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려 하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에리스X도 규제 당국으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인가를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파생상품 청산 기관 인증 신청을 해둔 상태고, 현물시장과 관련해서는 주마다 송금 관련 인가를 받아두고 있다. 치파스는 이렇게 말했다.

“주별로 법이 조금씩 다른데 이를 모두 고려해 접근하고 별도로 신청서를 낸 뒤 주 규제 당국과 필요한 협의를 해나가야 한다. 그 결과 많은 주에서 이미 인가를 취득했고, 나머지 주들도 계속 추가하는 중이다.”

이어 트루도는 마지막으로 에리스X가 현물시장과 선물 상품에 주력하는 이유로 규제 당국이 익숙한 분야라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기업이 (거래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대체거래시스템(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 관련 인가를 신청하면 이를 심사해야 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시간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전례도 없고 들여다봐야 할 규정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을 덜컥 들이밀며 승인해달라고 하면 규제 당국은 당연히 시간을 들여 사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SEC가 심사해야 할 ATS나 증권 토큰이 대표적인데, 이 부분은 그야말로 명확한 규정이 없으므로 SEC도 사안을 처음부터 검토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게 당연하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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