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아 한빗코 대표 “다양성으로 암호화폐 저변 확장해야”

[인터뷰] 김성아 한빗코 대표

등록 : 2019년 3월 8일 07:15 | 수정 : 2019년 3월 8일 11:01

지난해 말 국회도서관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주관한 암호화폐 거래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변호사와 대학교수 등 전문가, 국내 주요 거래소 대표들이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거래소’를 주제로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기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주관한 토론회이기에 자평하기 다소 민망하지만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기억한다. 다만, 이 토론회는 내게 콕 짚어 설명하기 어려운 ‘쎄한 기분’을 남겼다.

그 기분은 토론회 말미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찾아왔다.

 

사진=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디자인하다’ 정책토론회 패널 토론회 모습. 사진=신소영 한겨레신문 기자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7곳이 10일 서울 국회도서관에서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왼쪽부터 이석우 두나무(업비트) 대표, 허백영 비티씨코리아(빗썸) 대표, 박상곤 코빗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이준행 고팍스 대표, 어준선 코인플러그(CPDAX) 대표, 김지한 한빗코 대표.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투명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디자인하다’ 정책토론회에서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7곳이 ‘건전한 암호화폐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사진=코인데스크코리아

 

문득 패널부터 거래소 대표들까지 모두 남성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치우칠 대로 치우친 성비 불균형은 견고해보였다.

최근 이 견고함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첫 여성 대표가 나온 것이다. 그 주인공은 한빗코의 김성아 신임 대표. 김 대표는 지난 1월1일부터 한빗코를 이끌고 있다. 초대 대표였던 김지한 전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났다. 김 대표는 한국블록체인협회에 회원사로 가입한 21개 거래소 대표들 중 유일한 여성이다.

 

김성아 한빗코 신임 대표. 사진=김성아 제공

김성아 한빗코 신임 대표. 사진=김성아 대표 제공

 

 

“첫 여성 대표요? 의식해본 적 없어요. 다만…”

‘최초의 여성’이라는 하나의 렌즈, 하나의 틀로 한 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재단하는 건 지나치게 단편적이다. 그래도 김성아 대표와 인터뷰를 하며 한 번은 짚고 싶었다. 사소화되기 일쑤인 블록체인 업계의 성비 불균형에 대하여. 그리고 그가 낸 어떤 균열에 대하여.

내가 먼저 운을 떼기도 전, 김 대표가 말했다.

“요즘 다른 거래소나 금융 플랫폼들이 타깃으로 삼는 사용자가 아닌 다른 사용자 집단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 사용자 페르소나에 기자님이 딱 부합한다. ‘젊고 트렌드에 밝은 여성’.”

통계상 암호화폐 투자자, 즉 거래소 고객의 80% 이상이 남성이다. 자연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은 소위 ‘크립토 팔로워’도 남성으로 상정된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을 공략해야 할 주요 고객으로 염두에 두고 이를 화두로 꺼내는 일 역시 흔치 않다.

김 대표는 “첫 거래소 여성 대표? 사실 의식해본 적도 없다”라며 “다만 여성 리더들이 있는 게 다양한 오디언스를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무의식’ 중에 암호화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여성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한 것이 마냥 우연은 아니리라.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액티브 유저는 투기꾼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 말이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는 암호화폐로 할 수 있는 하나의 영역일 뿐이다. 투자를 넘어 ‘사용의 영역’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때 여성을 포함해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콘텐츠도, 서비스도 다양해져야 한다.”

 

영문학도에서 트레이더로, 그리고 거래소 대표로

김성아 대표가 ‘투자의 영역에서 사용의 영역’으로 암호화폐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그 자신이 투자로 암호화폐에 처음 발을 들였다가 “파도 파도 무궁무진한 블록체인 세계에 빠져” 블록체인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취업난에 학과 친구들은 방학에도 도서관에 출석하며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다. 김 대표는 예외였다. 자격증 공부는 그에게 좀처럼 흥미를 붙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신 주식 시장에는 관심이 많았다.

재학생 시절, 그는 우연한 기회에 한 증권사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투자 포트폴리오 대회에 참가했다. 결과는 우승. 이를 계기로 김 대표는 선물옵션 트레이더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우연은 2014년에 또 한 번 그를 찾아왔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당시 의장이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뉴스를 본 것이다. 김 대표는 벤 버냉키 뉴스에서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다.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비트코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왜 모르지? 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차트를 공부하며 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암호화폐를 단순히 하나의 거래 상품으로 봤다고 한다. 그런데 “보다 보니 거래 상품 이상의 확장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회상한다. 김 대표는 2015년 국내 첫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합류하며 기존 금융 시장에서 크립토 산업에 뛰어들었다.

 

한빗코의 비전, 댑 친화적인 오픈 플랫폼

한빗코

한빗코 로고.

 

김성아 대표에게 한빗코의 비전을 물었다.

“댑(dapp) 친화적인 오픈 플랫폼이 새로운 비전이다. 거래소는 일종의 액셀러레이터라고 본다.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마케팅을 돕는 액셀러레이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업계 전반에 대한 액셀러레이팅 역할을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인터넷 초창기 온라인 결제 회사를 예로 들었다. 처음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나왔을 무렵, 지금은 익숙한 온라인 결제 회사나 결제대행업체(PG사)가 없었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사업은 안 될 것’이라고 말하던 시기다. 김 대표는 “이때 온라인 결제 회사가 등장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붙으며 업계 전반을 액셀러레이팅했다”라며 “암호화폐 거래소도 이런 차원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을 액셀러레이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빗코는 현재 댑이 공통으로 필요로하는 기능들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김 대표는 암호화폐 지갑을 예로 들며 “모든 댑이 지갑을 필요로 한다. 지갑 안에 환전 기능이 있으면 더 좋다. 이를 개발해 댑 개발사에 제공하려 한다”라며 “현재 애플리케이션 기반 지갑을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댑들이 유치해야 할 사용자는 크립토 사용자가 아니다. 일반 사용자를 끌어와야 한다. 그런데 일반 사용자가 (블록체인 서비스에)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한빗코가 제공하는 지갑이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STO(증권형토큰공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빗코는 현재 리히텐슈타인에서 STO 라이선스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STO 관련 라이선스는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는 라이선스와 증권화된 것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 라이선스, 두 가지가 있는데 이중 전자인 ‘자산을 증권화하기 위해 필요한 라이선스’를 따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김 대표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암호화폐가) 증권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그래야 기존 금융시장의 펀드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아직 아주 작다”라고 말했다.

 

규제와 경쟁, 그중에서도 ‘규제의 부재 속 경쟁’

한빗코는 개점 첫해인 2018년을 기본 다지기에 힘썼다. 거래소 보안을 기존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마련하고 ‘등록제’ 등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가 마련됐을 때 규제의 요구에 충족하기 위한 밑 작업이었다. 한빗코는 이를 통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85개 보안 점검항목을 모두 충족한 국내 7개 거래소에 들었다. 또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마련한 자율 규제 심사를 통과한 12개 거래소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거래소 관련 규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빗코는 그동안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됐을 때 기관투자자 등이 한빗코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도록 비즈니스 채널을 마련하는 작업을 했지만, 아직 이 사업에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에게 거래소를 이끌며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규제와 경쟁, 그중에서도 규제의 부재 속 경쟁”을 꼽았다.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그런데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하다 보니, 자체 가이드라인을 모두 준수하는 거래소가 ‘역차별’을 겪는 상황도 있다.”

가이드라인은 준수하지 않은 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거래소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이들이 사용자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까? 그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