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라인의 토큰 ‘링크’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등록 : 2018년 9월 11일 15:27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지난 8월31일 자체 암호화폐 ‘링크’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4일 라인이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박스에서 링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링크는 앞으로 라인이 선보일 댑(분산형 어플리케이션)과 비트박스에서 지불과 보상 수단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라인에 따르면 링크 분배를 시작하자마자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비트박스는 순식간에 거래량이 세계 5위까지 치솟기도 했다.

사진=www.linefriends.com

 

라인의 블록체인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세계적으로 라인과 같은 대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일본 내 라인 사용자만 7600만명에 이른다.)
  • 한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과 토큰, 거래소, 댑을 모두 출시하는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컨소시엄 블록체인에서 토큰 이코노미를 구현하겠다는 것 역시 생소한 개념이다

여러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라인의 시도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라인의 암호화폐 링크(LINK)

라인의 암호화폐 링크(LINK)

 

라인은 왜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선택했을까

링크체인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분류되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인 아이콘의 메인넷을 기반으로 별도의 컨소시엄 블록체인 메인넷을 개발한 것이다. 컨소시엄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노드로 참여할 수 없다. 라인과 라인의 파트너사 혹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댑(dapp) 개발사만 노드가 될 수 있다. 라인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 검열저항성 등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라인은 왜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선택했을까? 라인은 ‘성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라인 측은 “라인의 디앱 서비스에 최적화된, 글로벌 사용자 규모에 적합한 블록체인이 필요했다”며 “이미 운영되고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들은 글로벌 규모와 서비스 특화 측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성능, 특히 처리속도(TPS)의 문제는 블록체인 업계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다. 업계에서는 성능 말고도 라인이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선택한 다른 이유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시드의 김성호 파트너는 “메인넷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출시하면 라인이 통제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생긴다”며 “현재 암호화폐를 어떤 자산으로 정의해야 할지 명확한 근거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향후 관련 법안이 나왔을 때 그에 맞춰 코드 하나 고치고 싶어도 퍼블릭 블록체인이면 커뮤니티 동의 다 받고 해야 하니까 쉽지 않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회사가 원하는 대로 코드 수정도 할 수 있고 커뮤니티 관리도 할 수 있으니까 나중에 관련 법안 나왔을 때 그것을 적용해 메인넷을 수정하기가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규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완전 탈중앙화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준 애드포스인사이트 대표는 “주주의 이해 관계상 라인 같은 큰 회사들이 완전히 새로운 코인을 발급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토큰 발행이 사용자들에게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이익을 줄 수 있는 반면 회사의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라인이 이런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기존 라인포인트와 뭐가 다른가

라인은 이미 ‘라인포인트’라는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라인의 각종 서비스 및 상점, 인터넷 쇼핑을 통해 적립해 사용하는 서비스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니라 발행과 분배, 사용을 라인이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토큰이라면 기존 라인포인트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당연히 제기된다.

김문수 교수(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는 “링크 토큰을 초기에 취득한 사용자들이 링크 플랫폼 성장에 따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치가 고정돼있는 포인트와 달리 토큰은 시장에서 가치가 변동하고, 플랫폼이 성장해 토큰 가격이 오르면 초기 사용자들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과 사용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은 암호화폐를 이용한 토큰이코노미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다. 문제는 이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토큰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적어도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가치가 없는 토큰을 얻기 위해 특정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은 없다. 현재 라인은 1링크당 5달러의 환율로 비트박스 거래소 이용자들에게 거래 금액의 0.1%에 해당하는 링크를 나눠주고 있다.

 

시장은 링크의 가치를 인정할까

‘아톰’이란 필명으로 더 유명한 서울이더리움밋업 공동조직자 정우현씨는 “사용자들이 링크를 써서 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활성화되기 쉬울 것 같다. 토큰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애초에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라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링크의 구매력을 통해 가치가 어느 정도 입증된다면 그 가치를 다른 서비스에도 이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 부분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만, 링크를 돈 주고 사서 구매하기에는 동기가 약할 것 같다. 토큰 가격이 오를 거란 동기가 커야 토큰을 사고 보유하고 할 텐데, 그런 가치를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링크가 기존 라인포인트의 기능 정도 역할은 수행할 수 있겠지만,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암호화폐로 발전하기는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만 봐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다.

장중혁 iBloc 대표는 링크에 대해 “전통적인 포인트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사실상 포인트와 마찬가지인 토큰을 블록체인으로 발행한 것에 대해 “인위적으로 발행수량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도의 표현으로 볼 수 있는데, 그것도 중앙화돼 있으니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토큰 발행해서 상장시키면 마켓에서 가치를 형성시킬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 것 같다. 자기 네트워크에 사용자가 많으니까 일단 토큰을 만들어놓으면 사용자들이 쓰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토큰의 내재가치를 형성하고 토큰 이코노미가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금으로서는 거래소 코인으로 사용되는 용도가 유일한 것 같은데, 라인이 만든 코인이 단순히 거래소 코인이라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라인과 같은 기업이 발행하는 토큰 혹은 암호화폐가 기존 포인트와 차별화되는 또다른 중요한 특징은 토큰을 발행하는 시점에 회사 쪽의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전명산 보스코인 이사(CSO)는 “기존 포인트는 회사 입장에서 장부상 부채로 잡아야 한다. 100원 어치 포인트를 사용자에게 주면 장부상 100원의 부채가 발생한다. 발행한 포인트만큼 돈을 쌓아놔야 한다. 토큰은 그런 제약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아무런 경제적 부담없이 토큰을 발행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지만, 실험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역시 토큰의 가치가 보장돼야 한다. 정우현씨는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자들이 토큰을 내고 이용하게 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이미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토큰을 적용할 경우 토큰 가격이 떨어지면 기존 수익모델을 깎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손실을 계속 감당하면서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라인의 기업 규모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란 전망도 있다. 홍준 애드포스인사이트 대표는 “새로 시작하는 작은 스타트업들과 달리 라인은 이미 큰 생태계를 갖고 있다. 라인포인트만 해도 이미 유통되는 금액이 조 단위다. 라인은 이미 규모가 있으니 실험을 통해 트래픽과 반응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으면 금세 생태계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이사도 “라인이라는 기업가치가 있어서 그게 링크의 가치를 받쳐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10월까지 링크체인에 댑이 서너 개 나올 것이고, 이미 비트박스라는 거래소를 오픈했다. 중국의 수수료채굴형 거래소 에프코인처럼 링크체인의 코인을 에어드롭하는 형식을 일부만 차용했는데도 비트박스 거래량이 급증했다. 링크체인 뒤에 라인이 있으니까 가치가 상당히 오를 수 있다고 일부 사용자들과 마켓메이커들이 판단한 것이다. 라인은 메인넷 개발도 빠르고, 서비스(댑)도 빠르고, 거래소도 운영한다. 굉장히 어려운 서너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라인이 유상증자로 1.5조원을 조달했다. 1조원 이상 돈과 블록체인에 대한 컨트롤 권한, 거래소, 기술, 서비스를 다 갖춘 상태다. 라인이 시장을 압도하며 잘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블록체인 한계는?

전명산 보스코인 이사는 “퍼블릭 블록체인은 모든 정보가 다 공개되기 때문에 누구나 신뢰하고 참여할 수 있다. 라인처럼 기업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이슈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는 “결국 블록체인이라는 건 항상 ‘born to be global’이라고 한다. 글로벌하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태어난 기술이고, 전 세계 경제가 더 단단하게 연결되기 위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판다하고 있다. 라인 같은 경우 회사를 위한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만들게 되면 경쟁자가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런 부분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라인이 주도권을 버리고 다양한 참여자가 들어와서 댑을 만들 수 있다면 더 건강하고 큰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현씨도 라인의 블록체인 생태계가 자칫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글로벌 규모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적합하다는 시각이다. 그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으로 남는다면 (링크가) 성공한다고 해도 외부의 다른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데 제약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퍼블릭 블록체인과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기존 중앙 서버를 이용한 포인트 제도에 비해 컨소시엄 블록체인이 향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연결하는 데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인은 처음 링크를 발표하면서 우선 라인의 자회사들만 노드로 참여하고, 서드 파티 참여는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태계 확장과 관련해 라인 측은 “퍼블릭 블록체인 제공 또한 내부에서 고려중”이라며 “조금 더 명확한 로드맵이 나오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링크, 성공할 수 있을까

링크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분분하지만, 그 시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는 “여태까지 퍼블릭 블록체인은 작은 커뮤니티나 개발자 그룹에서 시작한 게 많았다. 라인 같은 회사들이 블록체인 생태계에 들어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게 성공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런 생태계를 어떻게 잘 만들어 나갈 것이냐에 회사들이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우현씨는 “한국 인터넷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용해서 생태계 확장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 이런 시도를 해봐야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발전이 가능한지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인 마큼 기존 기업들이 이걸 감당한다는 건 긍정적 측면이 상당히 많다고 본다. 이미 확보하고 있는 많은 유저들한테 블록체인을 소개하고, 독특한 블록체인 어플리케이션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면 생태계 확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문수 교수도 “라인 생태계에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모멘텀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