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내리막이 시작된다

정승원의 '울룩불룩 블록체인' #7. 블록체인 기반 소셜 네트워크 보상 모델의 한계

등록 : 2019년 2월 14일 14:02

울룩불룩 블록체인

 

이전 편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소셜 네트워크 보상 모델에 대해 2부에 걸쳐 알아본다. 1부에서는 주로 문제점을 서술하고 2부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서 다룰 계획이다. 

토큰 이코노미 by 정승원

스팀잇의 보상 모델: 두뇌증명(Proof-of-Brain)이란?

스팀잇은 보팅을 통해 보상이 주어지는 소셜 네트워크이다. 스팀잇에 올린 글이 보팅(추천)을 받으면 암호화폐로 보상받을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보팅을 한 사람에게도 보상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지적 활동을 통해 좋은 글을 쓰거나(저자보상) 좋은 글을 발굴하면(큐레이터 보상) 보상을 주겠다는 게 스팀잇의 기본적인 보상 모델이다. 스팀 백서(엄밀히는 청서)에서는 이를 ‘두뇌증명(Proof-of-Brain)’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작업증명(PoW, Proof-of-Work)의 언어유희다. (물론 이전에 설명한 대로 스팀 블록 생성 자체는 위임된 지분증명(DPoS)으로 이뤄진다.) 

스팀잇의 보상 체계는 기본적으로는 발생한 수익의 75%는 저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5%는 큐레이터, 즉 보팅한 사람들이 나눠 가지는 구조다. 세부사항을 모르더라도 서로 좋은 글에 보팅하면서 생태계를 키워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이기적이다. 아니. 합리적이다. 경제학의 기본 가정도 바로 구성원들이 합리적(rational)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많은 스팀잇 사용자가 모르는 재밌는 사실이 있다. 바로 본인 글에 보팅하는 것보다 남의 글에 보팅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 경우 자신의 글이나 자신의 글이 아닌 것처럼 만든 부계정의 글에 위장 셀프보팅을 하는 것이 이득이다.

그럼 그냥 하루 셀프보팅 10번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걸 또 잡아내서 다운보팅하는 계정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타인 계정에도 보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큐레이션 보상이 높은 글에 보팅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다보니 보팅은 100개, 200개가 넘지만 댓글은 전무하다시피한 글들도 많다. 사용자들이 속으로는 이같은 보팅이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욕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면 그런 글에 보팅하는 것이 득이 되니 보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같이 성장해나가면 좋을 텐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바로 게임이론을 설명할 때면 단골로 등장하는 예제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죄수의 딜레마

이미지=Getty Images Bank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상황이다. 범죄를 저지른 두 명의 공범자가 서로 격리된 상태에서 심문을 받을 때, 두 명 모두 죄를 자백해 서로를 배신하지 않으면 모두 1년 형을 받고 한 명만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사면, 상대방은 10년 형을 받게 된다. 둘 다 자백한 경우에는 둘 모두 5년 형을 받게 된다. 

즉 서로 죄를 자백하지 않아 두 사람 모두 1년씩 형을 살다 나오는 게 좋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상대방이 자백하든 안 하든 본인은 자백하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 된다. 따라서 죄수는 고민할 것 없이 자백하고 둘 다 5년씩 형을 살다 나오게 되는 것이다. 1년씩만 살다 나올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스팀잇에 적용하자면 이렇다. 이상적으로는 사용자들이 모두 함께 생태계를 키워나가면 서로에게 이득이다. 좋은 글을 쓰는 다른 사람에게 적절히 보팅을 해 좋은 작가들이 계속 스팀잇에 유입되게끔 하면, 결과적으로 스팀의 가치가 올라가 많은 지분을 보유한 사람일수록 큰 이득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팀의 토큰 이코노미인 두뇌증명(Proof-of-Brain)이 꿈꿨던 이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나 아닌 누군가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자신은 자신만을 챙기는 것이 이득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널 배신하지 않을게. 하지만 네가 나를 배신하고 혼자 풀려나면, 넌 죽은 목숨인 줄 알아.”

말장난 같지만 서로가 이렇게 협박하고 그 협박을 지킨다면 문제가 해결된다.

좀 더 학문적으로 설명하자면 게임이 계속 반복되는 환경이라면 죄수의 딜레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즉 한 번이라도 상대가 배신할 경우 영구적으로 본인도 배신하겠다고 하면 누구 한 명이라도 배신하게 될 경우 장기적으로 또 결과적으로 둘 다 손해가 돼 서로 배신하지 않게 된다.

 

스팀잇에선 통하지 않는 반복 게임 해결법, 이유는? 

좋은 글들에 보팅해 생태계를 키우면 장기적으로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은 왜 불가능한 걸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모두에게 게임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살아있는 한, 아니 대를 물려가며 스팀잇을 사용하고 스팀에 투자할 수 있다. 반대로 단기적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에겐 장기적 성장이 중요하지 않다. 당장 본인의 단기적 이익만 생각하는 게 이득이다. 죄수의 딜레마로 치자면 어차피 곧 죽을 거라 내일이 없는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배신하는 것이 이득인 것이다.

또 구성원이 여러 명이기 때문에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심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개개인에게 자신은 한 명이다. 실제 사람이 여러 명인 경우에도 죄수의 딜레마는 성립한다. 누군가가 좋은 생태계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면서 정작 자신은 스스로의 이익만 챙기고 싶어 하는 ‘합리적인(rational)’ 인간의 본능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 바로 익명성이다. 본인이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도 알 수 있다면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하지 않을 행동들을 익명이기 때문에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필자가 스팀잇에서 만든 ‘곰돌이’라는 보팅봇이 있다. 스팀잇의 경우 어뷰징 방지 등을 위해 글과 댓글 보상이 0.02달러가 되지 않으면 실제 지급되지 않고 사라지고 마는데 특히 댓글의 경우 이런 경우가 다반사다.

 

보상 측면에서 살펴본 현재 스팀잇의 상황

 

글 쓰는 시점에서 지난 한 달간 저자보상 순위. 이미지=usesteem.com 사이트 갈무리

글 쓰는 시점에서 지난 한 달간 저자보상 순위. 이미지=유즈스팀닷컴 사이트 갈무리

 

현재 스팀잇 보상 규모만 봐도 스팀잇의 어려움을 극명히 알 수 있다. 물론 지난 한 달 간 저자 보상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저자들은 한 달에 100만원에서 많게는 80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계정을 제외한 다수 상위권 계정들은 주로 보팅봇을 이용하거나 셀프보팅, 우회 셀프보팅으로 보상받은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보팅봇을 사용하는 경우 사실 대다수의 금액은 보팅봇이 지불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질 소득은 훨씬 더 적다. 사실상 최상위 저자들조차 스팀잇에서 월 100만원 소득이 힘든 상황인 것이다. 이는 상위 유튜버의 소득을 생각한다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액수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 활황기에는 상위권 저자들이 유튜버 부럽지 않은 막대한 보상을 받아갔었다. 따라서 보상의 크기 자체의 크고 작음을 논하기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상위권 저자들은 과연 많은 사용자의 공감을 얻는 저자들일까?’라는 질문에 상위권 저자들 스스로도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것이다. 해당 플랫폼에서 소위 잘나간다는 저자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워하지 못하고 사용자들이 이들을 자랑스러워하지 못한다면 이 플랫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물론 유튜브의 경우에도 자극적인 콘텐트로 고수익을 올리는 유튜버가 많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반드시 스팀잇만의 심각한 문제라 단정 짓기 힘들지도 모른다.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할 때 = 내리막의 시작

내리막

이미지=Getty Images Bank

최상위 소득을 올리는 저자가 아닌 일반적인 사용자 역시 스스로를 더 챙기게 마련이다. 과거에도 적절한 셀프보팅을 통해 연 몇 퍼센트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느니 하면서 이걸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용자를 본 적이 있다. 그것도 투자 좀 한다는 사람이 말이다. 그런데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면 그 돈의 가치는 어떻게 될까?

애써봐야 토큰 수만 늘어날 뿐이다.

큐레이션 수익 극대화가 유행이던 때도 있었다. 앞서 말한대로 보팅을 잘만 하면 셀프보팅보다 큰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큐레이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지식이 있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 걸까? 이 수익이 영원하리라 생각한 순진한 개발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누구나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면 결국 레드오션으로 갈 뿐이다. 실제 수익형 큐레이션 봇을 표방했던 계정들이 더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항복(?) 선언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스팀잇에는 댑(dapp) 개발과 운영을 도와주는 목적으로 해당 댑에 스팀파워를 임대해주면 해당 댑은 임대받은 스팀파워로 임대자에게 보팅을 해주고, 또 그들만의 토큰을 만들어서 나눠주는 방식이 유행이다. 역설적으로 지분이 많을수록 글을 자주 쓰지 않는 사용자도 제법 있다. 따라서 실제 글을 쓰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수익이 하루 셀프보팅 10번의 수익을 훨씬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즉 눈치보며 셀프보팅 10번을 하느니 해당 댑들에 임대해주고 매일 아무 글이나 하나씩 올리는 게 훨씬 이득인 상황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보유한 스팀 개수는 많지만 절대 다수를 임대해 실질적인 스팀파워는 거의 바닥인 사용자가 적지 않다.

물론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이다. 다만 과연 이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긴 할까? 필자는 이 역시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다면 누구나 이 게임에 뛰어들어 결국 토큰 수로 따져도 수익이 셀프보팅 10번 이하로 줄어들게 되고, 성의 없는 글을 써도 막대한 수익을 받아간다면 결국 좋은 글을 쓰는 사용자들이 생태계에 유입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단기적인 이익은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의 본질이다.

다음 글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필자가 큐레이션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용자가 나쁜 사용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초에 직접 애써 열심히 큐레이션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야만 한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지나치게 원대한 이상을 가진 플랫폼인 것이다. 

 

스팀잇만의 문제인가?

스팀잇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 이 문제는 세부사항만 다를 뿐 모든 블록체인 기반(즉 보상이 주어지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해당되는 문제다. 만약 보상과 관련된 여러 문제나 갈등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곳이 있다면 아직 그만큼 많이 쓰이지 않아서일 뿐이다.

 

각종 댑의 순위를 보여주는 사이트. 사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스팀잇이 여전히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지=스테이트오브더댑스 사이트 갈무리

각종 댑의 순위를 보여주는 사이트. 사용자가 많이 줄었지만 스팀잇이 여전히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지=스테이트오브더댑스 사이트 갈무리

 

위 이미지는 각종 댑 순위를 사용자 기준으로 보여주는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스팀잇 사용자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스팀몬스터(Steem Monsters), e스팀(eSteem), 파티코(Partiko), 비지(Busy) 등 상위를 점하고 있는 댑의 절반이 스팀 기반 댑인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실질적 사용률 1위인 도박 관련 댑이 집계되지 않았고 순위라는 것이 대학 순위와 같이 기준을 정하기 나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팀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전 다운보팅 제한이 없는 한 한국인 사용자 중심의 소규모 블록체인 기반 소셜 네트워크에서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용자들이 마구 스팸글을 올리고 보상을 타가자 제한 방법을 검토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린 어뷰징 제한 없이도 잘 돌아간다? 천만의 말씀. 아직 존재감조차 미미해서 그런 것이다. 일단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함과 동시에 사용자가 많아졌을 때 생길 여러 문제에 대한 공정한 해결책을 미리 계획해 놓아야 할 것이다.

이어질 글에서는 보상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지난글 보기>

#1_암호화폐 vs 가상화폐 : 그 해묵은 논쟁에 대하여
#2_여전히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뗄 수 있나 궁금하세요?
#3_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블록체인의 안정성
#4_경제학자의 눈으로 스팀잇을 들여다보다
#5_스팀 토큰 구조와 스팀달러에 대한 3가지 오해
#6_완전한 탈중앙화 소셜미디어는 원래 불가능하다


 

정승원 브리스톨 대학 경제학과 조교수는 포스텍에서 전자전기공학, 컴퓨터공학, 수학과를 복수전공했고 스탠포드에서 경영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안랩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페이스북 본사 new faculty fellow economist로 일하기도 했다. 유튜브에서 직접 번역한 비트코인 백서 등을 가지고 블록체인 강의를 하고 있으며 스팀잇에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글들을 게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