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불금, 랩 아닌 댑 경연이 펼쳐진다

[현장] 불금의 아이콘: 뉴키즈온더블록

등록 : 2018년 7월 3일 15:54 | 수정 : 2018년 7월 5일 10:18

지난 6월 27일 서울 강남구 선릉 디캠프 6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회 불금의 아이콘-뉴키즈온더블록 행사.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밤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에 위치한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건물의 6층 다목적홀과 널찍한 발코니에는 철 지난 노래인 뉴키즈온더블록의 ‘스텝바이스텝’이 울려 퍼진다. 지난 4월 27일부터 매달 열린 ‘불금의 아이콘 – 뉴키즈온더블록’이란 행사에서 1990년에 인기를 얻었던 이 노래를 알고서 흥얼거리는 사람은 소수다. 주최측인 홍준 애드포스인사이트 대표와 진행자인 양석원 열린옷장 이사 정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리듬을 탄다. 이 행사의 주인공들인 댑 경연의 참여자들은 배경음악에 신경 쓰지 않고 발표 준비에 여념이 없다. 호응 없는 이 노래를 트는 이유는 이 행사가 ‘블록체인 업계의 새 얼굴(뉴키즈)’을 발굴하는 경연이기 때문이다. 디캠프의 초기 구성원으로 스타트업 행사들을 다수 기획한 양석원 이사는 “처음에 우리끼리 ‘뉴키즈온더블록은 기가 막힌 작명’이라고 자평했는데, 요즘 블록체인하는 친구들이 가수 뉴키즈온더블록을 몰라 당황했다. 그래도 행사의 취지를 알리는 적절한 작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양석원 열린옷장 이사. 그는 디캠프 초기 멤버로 다수의 스타트업 행사를 기획했다.

뉴키즈온더블록은 블록체인으로 댑(dApp : 분산응용프로그램)을 만들려는 팀들의 경연이다. 각 팀들이 발표하면 청중들과 심사위원들이 평가해 매달 한 팀씩 선장한다. 심사위원으론 네이버 라인의 블록체인 법인인 언블락,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엑스, 블록체인 분야의 벤처캐피탈이자 엑셀러레이터 법인인 해시드, 두나무의 블록체인 연구소 람다, 아이콘을 만든 더루프, 아이콘재단과 애드포스인사이트가 함께 만든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겸 엑셀러레이터인 디블락 등 국내 대표 블록체인 기업들의 대표와 임원들이 골고루 참여해왔다. 청중들은 블록체인으로 투표 서비스를 구현한 ‘devote’로 매달 최고의 팀을 뽑는다. 뽑힌 팀은 300만원 상당의 아이콘 암호화폐(ICX)를 지급 받고, 디블락이 육성을 전담한다. 처음 열린 지난 4월 27일 행사에선 아이돌 팬들의 활동을 토큰화한 커뮤니티 서비스 ‘스테이지’(Stayge)가 뽑혔고, 5월 25일엔 게이머가 지분과 이윤을 분배 받는 게임을 서비스하는 ‘구압’(Guap)이  최우수팀으로 선정됐다.

더벤처스의 최원혁 심사역이 블록체인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불금에도 4개의 팀들이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기업의 공급망 관리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려는 ‘템코’(Temco), 이더리움으로 결제하는 탈중앙화된 콘텐츠 마켓인 ‘투니스트’, 블록체인 기반의 생체데이터 플랫폼을 지향하는 ‘아스테라’(Astera), 게임의 수익 일부를 게이머가 받아가는 플랫폼을 지향하는 ‘유메리움’(Yumerium) 등이 경연에 나선 팀들이었다.

각 팀들이 발표에 나서기 전후로 세 개의 정보공유 세션이 있었다. 첫 강연자는 최원혁 더벤처스 심사역이었다. 더벤처스는 부부인 호창성, 문지원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키운 ‘비키’를 라쿠텐에 매각하고서 마련한 2억달러로 설립한 벤처투자사다. 최 심사역은 더벤처스가 블록체인 분야의 기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블록버스터즈’를 만들었단 소식을 알렸다. 최근 기존 업계의 벤처캐피탈 업체들이 부쩍 블록체인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

경연 팀들의 발표 이후엔 본엔젤스파트너스의 전태연 심사역도 블록체인 분야 기업을 육성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경연 직전엔 이희우 언블락 대표가 토큰이코노미를 설계할 때 유의할 점들을 강연했다. 지난 달까지 뉴키즈온더블록의 심사위원으로 나섰던 이 대표는 ‘토큰 설계시 필수 질문 5가지’를 제시하며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다. 5가지 질문은 1) 왜 토큰을 발행하는가, 2) 토큰화가 필요한 영역인가, 3) 토큰의 수혜자가 누구인가, 4) 토큰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5) 토큰의 내재가치는 무엇인가 등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블록체인계의 경구를 하나 소개하며 강연을 마쳤다. 그 경구는 블록체인 개발사인 컨센시스(Consensys)의 개발자인 마이크 골딘(Mike Goldin)의 문장이었다.

“블록체인은 프로그램이 가능한 돈이다. 당신이 돈을 프로그램할 수 있으면, 인센티브를 프로그램할 수 있다. 인센티브를 프로그램할 수 있으면, 당신은 사람을 프로그램할 수 있다.”

이희우 언블락 대표가 ‘토큰이코노미 설계시 주의할 점’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각 팀들이 긴장 속에서 준비한 발표 시간이 다가왔다. 템코란 팀이 첫 발표에 나섰다. 템코의 공동 창업자인 임홍섭 대표가 연단에 올랐다. 그는 템코를 ‘물류 블록체인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했다. 다소 어려운 설명이었다. 쉽게 말하면 물류이력을 블록체인에 담아 기업과 소비자가 조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였다. 임 대표는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제가 포스코에서 마케팅 매니저로 4년간 일했습니다. 대기업인 포스코는 물류의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만들어 관리하는데 반해, 제가 거래했던 여러 업체들은 그런 시스템이 없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았습니다. 기업들이 철강 처리 설비가 없어서 전처리 등을 가공 업체에 맡기는데요, 그때 제품에 손상이 생기면 어디서 그게 생겼는지를 추적할 수가 없어서 우리에게 찾아오곤 했습니다. 작은 기업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공급망 가시성을 제공하면, 기업 뿐 아니라 소비자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우리 CTO는 뉴욕 월가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던 분입니다. 공동창업자 3명이 기술, 재무,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고, 9명의 팀원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베테랑입니다.”

템코의 사업모델을 설명하는 임홍섭 대표. 사진 템코 제공.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첫 질문부터 날카로웠다. 김휘상 해시드 CIO는 “기업의 공급망 정보는 영업기밀에 해당될텐데, 프라이빗(기업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를 물었다. 임 대표는 “블록체인에 주요 정보를 다 담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랑 해시값만 담는다. 공개 여부는 구분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어서 “블록체인도 무료는 아닌데, 거래비용 등을 비교한 적이 있나”(김종협 더루프 대표), “토큰이 2가지로 보이는데, 그렇게 설계한 이유가 있는가”(이진희 언블락 CIPO), “(구조가) 중앙화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어떤 부분을 탈중앙화했나?”(김휘상 해시드 CIO)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제3회 뉴키즈온더블록의 심사위원들. 왼쪽부터 오현석 디블락 대표, 이진희 언블락 CIPO(Chief Innovation & Product Officer), 김종협 더루프 대표, 김휘상 해시드 CIO(Chief Investment Officer).

두 번째 발표에 나선 팀은 니트로888이었다. 이 팀에서 댑을 개발한다는 윤도형씨는 이더리움으로 결제하는 탈중앙화된 콘텐츠 마켓을 소개했다. 그는 “미생 작가분이 미래 웹툰이 블록체인으로 연재된다고 한 인터뷰(코인데스크코리아 5월 15일자 인터뷰)를 보았는데, 기존 웹툰 플랫폼에서 콘텐츠 제작자가 수익배분과 관련해 스트레스가 많다. 나도 아는 만화가 형님이 따로 웹툰을 연재할 사이트를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 이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은 “개발한 내용을 위주로 발표했는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오현석 디블락 대표), “암호화폐 가치변동성이 심한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이진희 언블락 CIPO) 등이었다.

니트로888팀.

세 번째 팀은 아스테라비란 스마트 체중계를 만드는 팀 아스테라(Astera)였다. 발표를 맡은 강민구 대표는 “환자가 직접 생산하는 신체데이터(Patient Generated Health Data)가 혁신적인 디지털 헬스시장을 만들 것이란 예측이 있으나, 자신의 생체데이터를 평소에 측정할 유인이 떨어지고, 전문가가 측정한 것이 아니라 정확도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들을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토큰이코노미라는 3가지 도구로 극복하려 한다”고 운을 뗐다. 자신들이 생산하는 스마트 체중계를 비롯해 다양한 측정기기들과 연계해 신체 데이터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모으는 장터(마켓플레이스)를 만드는 것이 아스테라가 그리는 그림이었다.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올리는 사람에게 토큰으로 보상하고, 데이터가 필요한 사람은 토큰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식이다.

심사위원들도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모으는 데이터가 ‘몸무게’와 같은 일반적인 것들인데, 이런 데이터들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있는가”(오현석 디블락 대표), “기기를 쓸 때마다 본인인증은 어떻게 하는가”(김휘상 해시드 CIO),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정보는 개인의 건강정보인가?”(김종협 더루프 대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보상 받는 토큰이 적어지는 구조로 설계됐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이진희 언블락 CIPO) 등이었다.

네 번째 발표자는 기존 발표자들보다 경험이 많아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미국 산호세에서 서브드림스튜디오를 운영한다는 정직한 대표는 “이 행사를 위해 미국에서 왔다”며 일본과 미국에서 게임 개발을 해온 자신의 이력을 설명했다. 그가 발표한 ‘유메리움’이란 서비스는 게이머가 게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 받는 플랫폼을 지향했다. 그는 “게임을 열심히 하면 거지 오타쿠가 되고, 게임회사를 열심히 하면 부자 경영인이 된다”며 “게임하면 토큰 받는 플레이어가 중심이 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직한 서브드림스튜디오 대표.

이날 우승자 선발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투표 서비스가 활용됐다. 청중들이 구글플레이에서 다운 받은 ‘devote’란 앱으로 투표하고, 심사위원들의 평가점수가 합산되는 방식이었다. 청중들의 투표 결과는 아스테라 24표, 투니스트 18표, 템코 16표, 유메리움 14표였다. 진행자인 양석원 이사는 “심사위원 점수를 합친 최종 순위 1위는 아스테라”라고 발표했다. 우승자에게 상패를 건넨 김종협 대표는 “스마트체중계라는 기기를 만들다가 사업모델을 확장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보급한 기기들을 블록체인의 노드(네트워크 참여자)로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하지만 민감한 생체 데이터를 어떻게 보관할 건지 등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심사평을 공개했다.

제3회 불금의 아이콘-뉴키즈온더블록 행사에서 우승한 아스테라의 강민구 대표(왼쪽)와 심사위원인 김종협 더루프 대표.

행사를 마치니 밤 10시가 가까웠다. 귀갓길에 이 행사의 청중이었던 고영하(66) 고벤처포럼 대표와 동행했다. 백발에 청바지 차림으로 스타트업 행사에 배낭 메고 자주 나타나는 고 대표는 2007년부터 스타트업들의 만남의 장인 ‘고벤처포럼’을 만들어 매달 사업소개, 투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 대표에게 ‘뉴키즈온더블록’ 우승자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물었다.

“좋은 아이디어긴 한데, 자신들이 만든 스마트 체중계 말고도 다른 기기들이 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사실 스마트 체중계는 차별화가 어렵다. 내가 아는 다른 팀들은 헬스장 운동기기들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그 팀과 같이 일하면 서로 잘 맞을 듯했다. 그래서 혹시 생각이 있으면 얘기하라고 말했다.”

소셜데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음소시어스의 공동창업자인 박희은 전 대표와 김도연 현 대표를 비롯해 많은 스타트업 기업의 주역들이 고영하 대표의 이런 중재로 만났다.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많은 만남은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뉴키즈온더블록 행사를 주최한 애드포스인사이트의 홍준 대표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선 대중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뉴키즈온더블록이 댑(dApp)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팀들을 발굴하는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선정된 팀들을 육성할 디블락의 오현석 대표는 “매월 참여하는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행사와 발굴된 팀들이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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