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비트코인 ETF를 바라는 건 아니다

등록 : 2018년 12월 26일 14:43

암호화폐 시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 ETF(exchange-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의 출범을 고대하고 있지만, 암호화폐 열성 지지자 가운데는 비트코인으로 ETF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트위터를 보면 암호화폐 기업가 조나단 해멀 같은 이들은 ETF야말로 기관투자자들의 자본 수십억 달러를 암호화폐 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찬양한다.

하지만 정작 암호화폐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얼리어답터나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오랜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분명한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비트코인 ETF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으며, 브루클린에 있는 비트코인 어드바이저리(Bitcoin Advisory LLC)의 창립자 피에르 로차드처럼 비트코인 ETF 자체에 별다른 희망을 걸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TF가 엄청난 투자를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는 어떤 상품이 승인되고 출시되느냐보다 암호화폐 자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법이다.”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비트코인 ETF 출시에 필요한 규정 변경 신청의 심사 결과 발표를 내년 2월 말로 미룬다고 발표함으로써 비트코인 ETF가 침체에 빠진 암호화폐 시장을 구원해주리라 믿는 이들은 남은 두 달을 또다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게 되었다.

비트코인 애널리스트 닉 바티아도 비트코인 ETF의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5년 출범한)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투자신탁(GBTC)이 비트코인의 유동성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상장지수펀드가 이제 와서 출범한다고 해도 유동성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바티아는 그래도 규제 당국이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자산을 향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의견을 달리하는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상당히 많다. 즉, 비트코인 ETF가 오히려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에 해를 끼친다고 믿는 것이다. 이들은 ETF가 기본적으로 스스로 자산을 관리하며 개인 간 거래(peer-to-peer)로만 운영되는 암호화폐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라이트닝 랩스의 개발자 알렉스 보즈워스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다.

“ETF는 결국 중앙의 권력이 관장하는 상품이자 거래 메커니즘인데, 다들 알다시피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는 전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탈중앙화 거래에 있다. 둘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인 셈이다.”

 

중앙화, 무엇이 문제인가?

보즈워스는 중앙화의 가장 큰 문제로 ETF가 승인되면 암호화폐 시장에 들어온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자 짬짜미할 유인이 생긴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암호화폐 회사들이 세그윗2x(Segwit2x) 업데이트를 둘러싸고 대다수 이용자가 원치 않던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강행하려고 뉴욕 합의(New York Agreement)라는 약속까지 했던 사례를 들었다. (뉴욕 합의는 결국 무산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코인을 관리하는 수탁기관들이 마치 자기들이 코인의 주인인 양 행세하고 실제 자산의 주인과는 아무런 상의도 없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함부로 내리려는 모습을 종종 봤다.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원칙에 관해서만큼은 중앙 권력이 협상의 주체로도 나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비트코인 업계에서 어느덧 원로에 속하는 개발자 크리스토퍼 알렌이 규제 기관의 승인을 받는 비트코인 ETF를 만들겠다는 업체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알렌은 앞서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수석 개발자를 지내기도 했다.

“업체들은 그저 훨씬 높은 이윤을 내기 위해 투자나 도박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에게 금융 상품을 개발해 출시하는 업체의 책무와 수탁 업무에 따르는 의무가 무엇인지 교육해야 한다.”

바티아는 전체 암호화폐 업계가 신뢰할 만한 수탁 기관이 등장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전통적인 사이퍼펑크과 암호화폐 근본주의자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지금 비트코인을 직접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ETF가 승인을 받고 출시된다고 곧바로 이를 사고 거래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이들은 기관투자자들과 ETF의 가치를 달리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바뀔 것은 없다고 봐야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우려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ETF를 마치 침체에 빠진 암호화폐 가격을 반등시켜줄 신비의 묘약처럼 여긴다는 점이다. 심지어 상장지수펀드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면서도 그저 곤두박질친 내 암호화폐 자산 가격을 올려줄 것이니 덮어놓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로차드는 비트코인 ETF가 승인돼도 기껏해야 비트코인 전체 거래량 가운데 1~2%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ETF는 기준이 되는 자산에 연동한 파생상품인데, 비트코인 ETF의 규모는 금 ETF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 ETF는 전체 금 공급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트코인 ETF 상품에 관심을 가질 이들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야말로 미미하다. ETF 전체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비트코인 거래의 결제 비용이 물리적으로 자산을 옮겨야 하는 금보다 낮기 때문에 파생 상품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측면이 있다.”

가격이 오르더라도 반짝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콘센서스: 인베스트 콘퍼런스에서 블록타워 캐피털(BlockTower Capital)의 투자 담당 최고이사 아리 폴은 청중들에게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처음 도입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시도 실제 기관투자자들이 보인 관심보다 훨씬 더 큰 대대적인 투자가 일어나리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시장이 과열됐고, 잠깐 급등했던 가격은 몇 달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ETF가 승인을 받아 출시한다고 곧바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시장에 유입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승인 소식이 알려지면 즉시 시장은 이에 반응해 비트코인 가격이 뛰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오르는 가격은 실제 투자자들의 관심과 투자가 뒷받침된 것이 아니라 다분히 투기 요인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물론 비트코인 ETF를 향한 기대 섞인 시선이든 우려 섞인 시선이든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은 없다. 지난 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대담에서 SEC의 헤스터 퍼스 위원은 비트코인 ETF가 실제로 시장에 출시되기까지 적어도 몇 년은 걸릴 것이라며 서두르지 말라고 주문했다.

“나는 비트코인 ETF가 당국의 승인을 받느냐 마느냐가 절대로 목숨 걸고 지켜볼 일이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비트코인 ETF, 실제로 어떻게 운용될까?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더라도 실제로 암호화폐를 상장지수펀드로 어떻게 운용할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원래 ETF란 모인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반이 되는 자산을 구매, 관리한 뒤 그 소유권을 투자금에 비례해 주식 형태로 나누어주는 상품이다.

그런데 암호화폐에만 있는 여러 특징 때문에 ETF를 운용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비트코인캐시가 태어났을 때처럼 네트워크가 둘 이상으로 갈라지는 포크(fork)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로차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상장지수펀드에 필요한 수탁 업체들이 보관하고 있던 코인을 원래 주인들에게 나누어줄까? 아니면 갑자기 인덱스 펀드로 성격을 바꿔버릴까? 자본시장에서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비트코인이 그 자체로 어떤 법적 지위를 갖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크리스토퍼 알렌은 우선 상장지수펀드를 발행하고 운용하는 회사가 비트코인을 어떻게 보관하고 거래를 어떻게 기록하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기준 자산인 비트코인이 끊임없이 중복 대출, 거래되는 재담보 설정(rehypothecation)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와이오밍 블록체인 연합의 공동 창립자 케이틀린 롱이 포브스에 쓴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비트코인은 총 2,100만 개로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담보 설정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ETF 발행 기관이 실제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보다 더 많은 양을 담보로 잡고 해준 대출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 기관을 구제할 길이 없는 셈이다.

“사실상 준비은행처럼 지급 준비율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비트코인 ETF를 신청해놓은 밴에크의 디지털 자산전략팀장 게이버 거박스는 밴에크가 콜드 스토리지에 따로 기준 자산인 비트코인을 보관하고, 매일 잔액을 공개해 재담보 설정에 대한 우려를 씻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비트코인이 포크를 통해 갈라지면 규제 당국이 승인한 방식의 인덱스 펀드 전환 절차를 밟을 계획도 세워뒀다고 덧붙였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계속해서 비트코인의 주류와 함께할 것이다. 운용에 차질을 빚거나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이미 대책을 마련해 두었으며, 규제 당국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계획대로 실행해보면 될 일이다.”

밴에크의 비트코인 ETF 상품 지분을 보유한 이들은 일단 지금의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가 규정하는 비트코인 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하게 되며, 이는 비트코인 코어를 대체하거나 넘어서는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변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지지자 대부분이 그렇듯 로차드도 비트코인의 전체적인 유동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일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지를 토대로 비트코인을 접한 많은 이들이 금융 기관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ETF 열풍 때문에 사람들이 비트코인의 근본적인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게 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ETF는 전체 비트코인 시장에서 그다지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 파급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