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암호화폐 규제 전면에 등장했다

등록 : 2018년 12월 4일 13:33

올 한해 암호화폐 업계의 모든 관심은 과연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의 증권법을 암호화폐 업계 어디까지 얼마나,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에 쏠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두 달만 놓고 보면 증권거래위원회가 아닌 다른 정부 산하 규제 기관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바로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재무부 건물 모습.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주 해외자산통제국은 미국 네트워크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혐의로 이란인 두 명을 제재하면서 이들과 관련된 비트코인 주소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재무부가 암호화폐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규제를 따르든지 규제를 어기고 대가를 치르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

 

암호화폐 업계와 해외자산통제국

미국 정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경제 제재를 가하면 그 대상이 되는 나라, 정부, 개인, 회사는 “미국인”과 거래할 수 없다. 여기서 미국인(U.S. persons)은 미국 국적인 시민과 영주권자,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 미국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기업과 법인, 다른 나라 기업의 미국 지사를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다.

OFAC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감지되는 상황에서는 폭넓은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이다. OFAC의 제재는 일차 제재(primary)와 이차 제재(secondary)로 나뉜다. 먼저 일차 제재는 위에서 규정한 미국인이 제재 대상과 직간접적으로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이차 제재는 미국인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과의 금융 거래를 비롯한 경제 활동을 막고 방해하는 것이다.

이란 같은 나라는 사실상 거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완전한 제재를 받는다. 반대로 베네수엘라에 가한 제재처럼 특정 채무 관련 거래만 금지된 다소 미묘한 제재도 있다. 제재를 어겼다가는 민형사상 책임을 물 수 있고,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OFAC 규정과 제재 집행

다른 규제기관들과 달리 OFAC은 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경제 제재와 관련한 규정 준수를 의무사항으로 두지는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OFAC은 사후에 법을 아주 엄격하게 집행하고 책임을 묻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떤 회사나 기관이 그동안 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느냐와 상관없이 실수로 규정을 어겼어도 이를 예외 없이 징계한다. 물론 자체적으로 규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회사들은 자연히 OFAC과 협력해 사전에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지 주의를 받게 된다.

OFAC은 기업과 기관들이 규정과 제재를 잘 지킬 수 있도록 정책을 설명하거나 자주묻는질문(FAQ)을 통해 부연 설명을 제공하고, 브로셔나 자문 서비스, 보도자료를 내는 등 여러 가지로 돕고 있다. 특정 산업에는 관계자들에게 직접 어떻게 하는 것이 규제를 어기지 않는 방법인지 알려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OFAC은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에 제재 대상을 사전에 걸러주는 소프트웨어를 꼭 설치하는 등 각 세부 분야에 맞춰 제재 대상을 배제하며 사업하는 방법을 세심하게 짜라고 주문한다. 돈을 송금하는 업체에는 제재를 받는 나라나 지역의 IP 주소를 아예 사전에 차단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며, 고객의 신원 정보를 매번 자세히 모으고, 송금할 때마다 어떤 목적으로 보내는 돈인지,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등을 꼭 확인해 기록해두라고 한다.

OFAC은 또한, 대표적인 규제 집행 사례를 모아 자세히 소개하는 방식으로 일반론 차원에서 발표하는 공식 발표와 실제 규제 집행 사이의 틈을 메우려 하고 있다. 집행 사례에는 법을 어겨 해외자산통제국의 징계를 받은 특정 사례가 등장하고, 정상을 참작해 벌금을 줄여줄 만한 요소나 반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판명돼 벌금을 더 내게 될 가능성이 큰 요소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한다.

예를 들어 OFAC은 지난 2015년 페이팔에 벌금으로 700만 달러를 물렸다. 페이팔이 제재 대상을 적발하지 못하고 OFAC의 관련 규정을 어겼기 때문인데, 벌금 고지서에는 페이팔이 구체적으로 법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어겼는지가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예를 들어 페이팔은 제재 대상이 된 사람의 페이팔 계정을 걸러내 삭제하지 못했고, 이들이 페이팔을 통해 약 4만4천 달러, 우리돈 5천만 원가량을 거래했다. 거래 액수에 비하면 벌금이 상당히 많아 보이지만, OFAC은 페이팔을 비롯한 송금 관련 업계 전체에 제재 대상을 걸러내고 배제하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OFAC의 시선

지난 몇 년간 미국 연방정부 기관들이 암호화폐에 관해서라면 앞다퉈 이런저런 의견을 내고 방침을 밝힌 데 반해 OFAC은 대단히 긴 침묵을 지켜왔다. 미국이 집행하는 해외 제재와 관련해 암호화폐 업계가 어디까지 기업 활동이 허용되는지 분명하게 선을 그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명쾌한 답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OFAC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월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체 국가 암호화폐 페트로(petro)를 발행하자 OFAC은 발 빠르게 페트로 토큰에 관해 일차 제재를 내렸다. (넓은 의미의) 미국인은 페트로 토큰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어 OFAC은 웹사이트의 자주묻는질문 란에 “미국인이라면 디지털 통화로 거래할 때도 전통적인 신용화폐로 거래할 때와 똑같이 대외 제재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향후 암호화폐 주소를 직접 제재 대상에 올릴 수도 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맺은 이란과의 핵협상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전면 재개하자, 재무부는 곧바로 기업들에 이란 정부가 전 세계에서 불법 행위를 통해 자금을 모으려 할 수 있다는 주의보를 내렸다. 이란 정부가 자신들에 부과된 금융 제재를 우회하거나 무마하기 위해 귀금속이나 희토류를 거래하거나 거래소 공격, 위조지폐 생산 및 유통, 그리고 가상화폐 거래 등의 수법을 동원해 정권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재무부는 암호화폐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암호화폐 기업들에 어떻게 하면 미국 정부가 시행하는 제재를 따를 수 있는지 설명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블록체인에 남은 거래 기록 가운데 이란과 관련된 것이 있는지 분산원장 검색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찾아내고,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을 고객 명단에서 철저히 걸러내는 것 등이 포함됐다.

이어 지난주 미국 네트워크에 랜섬웨어 공격을 감행한 배후로 지목된 이란인 두 명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며 이들의 비트코인 지갑 주소도 거래 금지 목록에 올림으로써 OFAC은 암호화폐도 본격적인 제재 대상에 넣기 시작했다. OFAC은 보도자료에도 이 점을 강조했다.

“개인의 비트코인 주소를 제재 대상에 포함한 건 OFAC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제재를 지지하고 방침을 따르는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다 같이 나서서 거래 금지 목록에 오른 주소를 차단하고 문제의 주소와 거래한 이들을 조사해 밝혀낼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을 도울 수 있게 될 것이다.”

OFAC은 또 암호화폐 회사들이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을 차단하고 이들과의 모든 거래를 멈출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무부의 시갈 만델커 차관은 “재무부는 계속해서 이란을 비롯한 다른 불량 정권이 디지털 통화를 불법으로 취득하거나 갈취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제제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

그동안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이란, 북한 등 권위주의 정권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 제재 대상 국가들은 어김없이 암호화폐 등 디지털 통화 시장에 뛰어들어 제재를 무력화하고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내 왔다. OFAC의 이번 조치에서 미국 정부가 다시 한번 제재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업계는 다시 한번 본의 아니게 첨예한 지정학적 갈등의 한가운데 서게 된 꼴이 됐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기업은 어떻게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할까?

먼저 제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방침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OFAC이 명시했듯이 암호화폐를 통한 거래도 신용화폐와 마찬가지로 모든 규정이 적용된다. 제재 대상에 오른 이들과는 어떠한 거래도 자의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둘째, 위험을 정확히 인지해야 한다. OFAC은 앞서 설명했듯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할 규정 같은 걸 따로 만들어놓지 않았다. 즉, 제재 대상은 발표하더라도 제재 대상이 암호화폐로 어느 거래소나 플랫폼을 통해 거래하는지 각 업체가 감시하고 걸러내야 한다는 규정을 강제로 집행하지는 않다 보니 기업들은 자연히 감시에 소홀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전에 경고하지 않았더라도 제재를 위반한 기업은 OFAC의 징계를 받게 된다. 기업들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OFAC이 제재와 함께 발표하는 각종 지침을 숙지하는 것이 좋다. 다른 정부 당국, 규제기관과 마찬가지로 OFAC도 제재를 시행하면서 그 이유와 함께 배경 설명을 덧붙인다. 이를 잘 살펴보면 앞으로의 정책과 집행 방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올 한해를 포함해 지난주 OFAC이 내린 징계의 내용과 함께 발표한 여러 방침을 살펴보면, OFAC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발표한 곳과 암호화폐를 거래한 업체에 강력한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을 쓴 보 반스(Beau Barnes)와 제이스 체르빈스키(Jake Chervinsky)는 법무법인 코브레 & 킴(Kobre & Kim LLP)의 변호사이자 정부 측을 대변하는 변호사로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분쟁을 전문적으로 변호해 왔다. 이 글은 법률 관련 조언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