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트(Bakkt)의 비트코인 선물은 왜 특별한가

등록 : 2019년 2월 13일 12:00

ICE가 준비중인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 이미지=백트 홈페이지 캡처

ICE가 준비중인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 이미지=백트 홈페이지 캡처

 

암호화폐 투자업계에는 ‘주목해야 할 2대 호재’라는 게 있다. 첫째는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의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 승인, 둘째는 미국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백트(Bakkt) 선물상품 승인이다.

이중 하나라도 이루어진다면 기관 투자자가 진입할 수 있는 인프라가 생기고,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이야기다.

이중 먼저 실현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건 암호화폐 거래소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준비 중인 암호화폐 거래소다.

전세계에 증권, 에너지 등을 다루는 12개 거래소를 보유한 거래소 그룹이 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게다가 ICE는 백트 설립을 위해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MS), 보스턴컨설팅과 제휴를 맺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마켓메이커들.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마켓메이커들.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1. 선물이란 무엇인가?

백트를 살펴보기 위해선 우선 선물(先物·Futures)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처럼 돈과 상품을 동시에 주고받는(청산)걸 현물거래(現物去來·Spot Trading)라고 한다. 이와 달리 선물거래는 미래에 어떠한 조건에 거래를 하자고 사전에 하는 약속이다.

흔히 밭에서 나는 작물을 통째로 사는 ‘밭떼기’를 예로 든다.(자매품 차떼기) 배추 농사를 하는 농부와 도매업자가 있다고 하자. 이 도매업자는 봄에 농부를 찾아가 가을에 수확하는 배추 전부를 특정한 가격에 사겠다고 제안한다.

농부 입장에선 가을에 배춧값이 하락해 인건비도 얻지 못하는 걸 막기 위해 적당한 가격으로 거래를 수락한다. 도매업자는 혹시 가을에 배추 가격이 올라 ‘금배추’를 사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선물거래를 한다. 둘다 가격 변동성을 헤지(회피)하려는 목적이다.

이런 형태의 밭떼기는 정확히는 선도거래(Forward Contract)라고 부른다. 선도거래가 체계화돼 거래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선물거래다. 파생상품의 한 종류인 선물은 크게 ①곡물, 원유 등 상품선물(Commodity Futures)과 ②달러, 코스피200 등의 금융선물(Financial Futures)로 나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2. 기존 선물상품과 다른 점은?

암호화폐로 돌아와 보자. 비트코인 선물상품은 이미 존재한다. 2014년 암호화폐 선물거래소 비트멕스(Bitmex)가 최초다. 2017년 12월엔 전통 금융권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CFTC의 승인을 받아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내놨다.

그렇다면 왜 백트가 주목을 받는 걸까? 기존 선물 거래소들과 결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선물 거래소들은 계약 만기일에 현금결제(Cash Settlement)를 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비트코인 가격의 차익을 현금으로 주고받는다. 양쪽 다 비트코인이 없이도 거래할 수 있어, 실물 비트코인 수요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늘날 선물 거래는 대부분 이런 방식이다.

하지만 백트의 결제는 실물인수도(Physical Delivery)방식이다. 만기일에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비트코인 실물을 제공해야 한다. 황현철 박사(재미금융기술협회 회장, 아톰릭스컨설팅 파트너)는 “백트는 보관소에 비트코인이 실제로 있어야 해서 실물에 대한 수요를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트와 기존 비트코인 선물거래소의 차이점. 이미지=LANDING BLOCK Research 캡처

백트와 기존 비트코인 선물거래소의 차이점. 이미지=LANDING BLOCK Research 캡처

 

3. 백트의 특징은?

또한 백트는 여러 면에서 상당히 독특하다. 통상 선물 상품의 계약 기간은 1개월이 가장 많고 길게는 3개월, 1년 이상일 경우도 있다. 그런데 백트의 비트코인 선물상품은 하루짜리다. 한달 후 가격 예측이 아니라 내일의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면 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기 1일짜리 선물이고 실제 비트코인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물거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시간은 미국 뉴욕시 기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후 6시다. 거래 최소수량은 1BTC이며, 최소 가격 변동폭은 1BTC(계약)당 2.5달러다. 미국 ICE 선물거래소(ICE Futures US)에 상장되며, 청산은 미국 ICE 청산소(ICE Clear US)에서 이루어진다. 백트는 거래되는 비트코인 실물을 ICE 디지털 자산 보관소(ICE Digital Asset Warehouse)에 보관할 계획이다. 거래 수수료와 보관료로 수익을 내는 형태다.

기존 선물 거래소와 다른 건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이다. CME와 CBOE는 2~3배, 비트멕스는 무려 100배까지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레버리지(차입투자)는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하는 개념으로, 비트멕스에선 1달러만 있어도 그 돈을 담보로 최대 100달러까지 빌려 투자할 수 있다.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 비트멕스가 현재 비트코인 선물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백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기관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게 규제를 지키는 안전한 선물 거래소가 목표다. 제프리 스프레처 ICE CEO는 지난해 8월 “기관, 개인 투자자가 디지털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거래소)를 규제에 맞춰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Rear view of a woman in mid air performing a high jump over a horizontal bar.

 

4. 기관 투자자 과연 들어올까?

그런데 백트가 출시되면 기관 투자자가 과연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까? 예측은 엇갈린다. 일단 CME, CBOE와 조금 다른 형태의 선물 거래소가 나오니 투자자의 다양한 수요를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CME, CBOE에선 계약 만기마다 현금으로 청산을 해야 한다. 하지만 백트에서는 보관소에 그냥 쟁여둘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하려는 수요를 맞춰줄 수 있다는 뜻이다.

전통 금융권에서 인지도가 있는 ICE를 믿고 기관 투자자가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책 <넥스트 머니>의 저자 이용재씨는 “예를 들면 골드만삭스라면 바이낸스보다 백트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게 그들의 고객과 경영자들을 설득하기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만기 1일짜리 비트코인 선물은 마치 현물을 트레이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기관 투자자들이 믿고 비트코인을 활발히 거래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비트코인 수요를 높여 가격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출신의 홍기훈 교수는 기관 투자자는 암호화폐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CME, CBOE 선물 상품이 나왔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ICE의 신뢰도 때문에 기관 투자자가 진입할 거라면 세계 최대 선물옵션 거래소인 CME에 이미 투자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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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계속 연기되는 승인

한편 백트 출시가 계속 미뤄지면서 블록체인 업계의 기대감도 떨어지고 있다. ICE가 백트 출시를 처음 발표한 건 2018년 8월이다. 당시 백트의 켈리 뢰플러 CEO는 “(백트가) 기관과 기업, 개인 투자자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효율성과 보안이 모두 뛰어난 거래소가 될 것”이라며 11월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출시일은 12월, 2019년 1월로 두차례 연기됐고, 지난 11일(현지 시간) 제프리 스프레처 CEO는 “2019년 후반”이라며 또 한번 연기를 발표했다. CFTC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5주간 셧다운도 영향을 미쳤다.

이용재씨는 “(CFTC 규제에 따라) CME, CBOE는 제3자가 운영하는 보관소를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백트는 ICE 보관소를 이용한다는 예외조항을 요청했다.”면서 백트 승인은 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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