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트코인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플로리다주 법원 "인가 없는 비트코인 판매는 불법"

등록 : 2019년 2월 28일 07:30 | 수정 : 2019년 2월 28일 03:55

글을 쓴 저스틴 웨일스(Justin Wales)는 법무법인 칼튼 필즈(Carlton Fields)의 선임 변호사이자 블록체인·가상화폐 부문 공동 책임자다.

비트코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 각국 규제 당국과 법원은 규제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규제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왔다. 미국이라고 모두 같지도 않다. 송금 업체 인가(money transmission license) 없이 비트코인을 팔면, 어느 주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어느 주에서는 엄연한 불법 행위가 된다. 어느 주에서는 비트코인을 돈으로 보고 비트코인 거래를 ‘현금을 송금하는 행위’로 간주하지만, 다른 주에서는 비트코인을 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비트코인 거래가 곧 현금 송금 행위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는 않다. 송금 행위라면 비트코인을 파는 데 송금 업체 인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때도 있다. 규제가 들쭉날쭉, 뒤죽박죽이라는 말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이렇게 일관성이 없고, 규제 당국은 그저 덮어놓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지역에서 혁신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했고, 관련 업체들은 밖으로 내몰렸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암호화폐 전문 법률 서비스 분야의 초기 단계를 직접 겪고 있는 내가 매일 마주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플로리다주 제3 항소법원이 플로리다주 대 미셸 에스피노자(Florida v. Espinoza) 사건에 대해 내린 판결을 함께 살펴보려 한다.

아래 설명을 보면 알 수 있지만, 플로리다 항소법원의 판결은 법원이 비트코인의 본질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조차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미지=Getty Images Bank

 

에스피노자 판결, ‘비트코인은 결제 수단’

에스피노자는 송금 업체로 인가받지 않은 상태에서 비트코인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에스피노자에 대한 형사 고발을 기각했지만 항소법원이 원심 판결을 뒤집어 비트코인을 판매하려면 플로리다주 정부가 발행한 송금 업체 인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볼 수 없으므로 비트코인 판매 행위를 현금 송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법원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대한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이용된다는 증거를 내세워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봤다.

항소법원의 판결은 비트코인이 금전적 가치 전달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트코인이 금융 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나 비트코인의 개발, 사용, 구조에 대한 전문적 기술 자문을 받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항소법원은 플로리다주 현금송금법에 해당하는 플로리다주 법령(Florida Statutes) 제 560조 규정과 연방 송금법의 규정을 비교하면서, 플로리다주 규정에는 금전 송금이 성립되기 위해 제삼의 거래 당사자가 개입해야 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보유한 비트코인을 판매하는 행위는 ‘현금 송금’에 해당하고, 이는 필요한 인가뿐만 아니라 서면으로 된 준법 프로토콜과 철저한 장부 기록 및 보관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제3 항소법원의 이번 판결은 연방 정부가 판단한 현금 송금 행위의 성립 조건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주 규제 기관인 금융규제원(Florida Office of Financial Regulation)의 지침과도 상충한다. 금융규제원은 앞서 비트코인을 사고팔기 위해 송금 업체 인가를 꼭 받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또 항소법원이 비트코인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금융 목적 외에도 비트코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쓰임새로 개발되고 있는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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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돈이 아니다. 돈을 움직일 뿐이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돈’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몇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에는 그런 요소들이 없다. 중앙 통제에서 자유롭고, 실질적 대체 가능성도 없다. 그럼에도 이름에 ‘코인’이 포함되어 있어서인지 비트코인은 흔히 ‘디지털 화폐’ 또는 ‘디지털 금’으로 불리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비트코인은 디지털 화폐도, 금도 아니다. 전 세계에 분포된 컴퓨터 네트워크일 뿐이다. 그리고 이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중앙 통제 기관의 승인과 통제 없이도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다. 단지 이 네트워크를 활용한 첫 번째 결과물이 돈의 형태를 띤 것뿐이다.

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명칭은 대문자 B를 쓰는 비트코인(Bitcoin)이고,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검증하는 공개 원장이 바로 비트코인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 이전에는 P2P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송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디지털 정보는 복제하기 쉽고, 가치를 표시한 기록도 복제할 수 있어 이른바 이중지불의 위험이 무척 컸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암호화 기술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또 게임이론에 기반을 둔 시스템으로, 참여자들이 컴퓨팅 용량을 투자해 새로운 데이터를 검증하면 보상을 주는 형태로 시스템을 운영, 유지한다.

여기서 주어지는 보상이 소문자 b로 시작하는 ‘비트코인(bitcoin)’이다. 헷갈리기 쉽다. 비트코인이라는 보상 없이는 채굴을 위한 인센티브도 없고, 사토시 나카모토가 창조한 네트워크도 유지될 수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첫째,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기록하거나 수정하고자 하는 이용자는 비트코인으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즉, 네트워크에 새로운 데이터를 기록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허위 또는 가치 없는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생겨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는 서비스 거부(denial of service) 형태의 공격을 방지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둘째로는 자신이 가진 자원을 투자해 블록체인상에서 수정된 내용을 검증하는 채굴자들이 허위 사실은 검증하지 않는 등 정직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비트코인이라는 보상을 주면 채굴자들은 유효한 데이터만 검증할 동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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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선 플로리다주 규제 당국

플로리다주 제3 항소법원은 비트코인이 금융이라는 단일 목적으로만 사용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활용은 금융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검열에서 자유로운 출판 네트워크를 만들 수도 있고, 시간을 인증하거나 문서를 검증할 수 있다. 또 루트스탁(RSK) 기술을 접목한 비트코인의 스마트계약 플랫폼은 다양한 업계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아울러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를 활용해 마이크로 커뮤니케이션(micro-communication)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하나같이 다른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활동이다. 금융 활동과 마찬가지로 이런 금융 분야 외의 활동도 비트코인 없이는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비트코인을 확보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미 주 금융규제원이 송금 인가 없는 디지털 자산 판매를 허용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는데도 항소법원은 이 발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 하나로 미국 내에서 가장 혁신 친화적인 주로 손꼽히던 플로리다주의 명성에는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게 됐다.

이번 판결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가치와 갈수록 높아지는 활용 잠재성을 무시한 것으로, 앞으로 플로리다주에서 비트코인의 글로벌 분산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발과 활성화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상에서 거래하고자 하는 당사자들도 당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불법 행위를 차단하고자 하는 플로리다주 법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과도하거나 기술 발전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제3 항소법원의 판결은 플로리다주 금융규제원의 지침과 일관성이 없을뿐더러, 금융과 금융 외 분야에서 두루 활용될 수 있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채로 내린 판결이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플로리다주의 비트코인 규제 방안을 연구하는 실무단 구성을 위한 법안이 플로리다주 하원에서 발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을 통한 문제 해결은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

플로리다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규제 당국과 법원이 금전적 목적, 금융 분야 외에도 여러 활용 가능성이 있는 비트코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먼저 기울여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