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아직 탈중앙화를 모른다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등록 : 2019년 2월 13일 16:32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젠가K가 주최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실무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사업모델과 규제 법령에 대해 발표했다. 이미지=itbc 제공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젠가K가 주최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실무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사업모델과 규제 법령에 대해 발표했다. 이미지=itbc 제공

 

“지금 규제 없으니까 마냥 ‘가즈아’ 했다간 낭패 볼 수 있다”

아직 한국에는 블록체인 관련된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법령이 없다고 블록체인 사업이 지켜야 할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법무법인 세움에서 국내외 여러 ICO 프로젝트를 자문했던 천준범 변호사는 “최대한 기존 규제 법령을 안에서 사업 모델을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젠가K가 주최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실무 세미나-투명하고 신뢰받는 ICO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 변호사는 “예를 들어 현재 게임법은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정부가) 규제를 안 하는 게 아니다. 반드시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ICO(암호화폐공개) 실태조사 중 발견한 현행법 위반 소지 사례를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이라고 지난 1월 밝혔다. 블록체인 법령은 없지만 기존의 자본시장법과 형법의 사기 법령으로도 충분히 위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블록체인이 법을 비껴갈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게 천 변호사의 조언이다.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젠가K가 주최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실무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사업모델과 규제 법령에 대해 발표했다. 이미지=itbc 제공

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는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젠가K가 주최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실무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사업모델과 규제 법령에 대해 발표했다. 이미지=itbc 제공

 

ICO를 한 사업가들은 블록체인이 기존 산업을 혁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탈중앙화로 미들맨(Middleman)을 없애면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등기소가 없는 부동산 거래, 주민등록증이 필요 없는 신분 증명, 은행이 필요 없는 송금이다.

이런 비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수준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행 법과 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천 변호사는 “법은 모든 걸 중앙화로 설계해뒀다. 부동산 거래는 무조건 등기소에 등록해야 하고, 신분증명은 다 주민센터에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너무 파괴적이라 기존 미들맨들과도 충돌할 것이다. 이미 법과 제도 안에서 보호받는 기득권을 사라지게 하는 변화는 큰 갈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우버, 카풀 등 차량공유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은 굉장히 풀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다. 블록체인 기업들도 앞으로 이런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천 변호사는 “기술과 코인 이코노미를 잘 분석한 훌륭한 백서가 많지만, 규제를 분석한 백서는 드물다”며 블록체인 업계가 법·제도 측면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팀 주도로 백서를 작성했거나, 외국 사업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상과 기술만으로 사업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전경. 이미지=강재훈 한겨레 선임기자

국회의사당 전경. 이미지=강재훈 한겨레 선임기자

또한 천 변호사는 블록체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법과 제도는 굉장히 느릴 것이라면서 이를 감안해서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소액해외송금업이 도입됐다. 근데 여기까지 오는 데만 5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천 변호사는 사업을 시작한 후 법과 규제를 검토하면 너무 늦는다면서 사업 모델을 만드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있는 규제가 없어지거나 바뀔 가능성은 작다”면서 “최대한 기존 규제 법령 안에서 사업모델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 과정. 이미지=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발표 자료 캡처

법률 개정 과정. 이미지=천준범 법무법인 세움 변호사 발표 자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