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토큰 구조와 스팀달러에 대한 3가지 오해

정승원의 '울룩불룩 블록체인' #5

등록 : 2018년 12월 7일 11:18 | 수정 : 2018년 12월 7일 11:56

울룩불룩

최근 네드 스콧 스팀잇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스팀잇 직원 70%를 해고했다는 글을 스팀잇에 올렸다.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걸친 하락세와 더불어 현재 스팀잇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많은 의문이 생긴 상황이다.

지난 글 ‘경제학자의 눈으로 스팀잇을 들여다보다‘를 읽은 독자라면 느꼈겠지만 필자는 현재의 스팀잇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다크웹이 아닌 이상 완전히 탈중앙화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연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순히 스팀잇을 예제로 토큰 경제를 설명하기보다, 블록체인 기반 SNS·블로그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제언을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최근 상황에 맞춰 스팀잇의 문제점들과 당면 과제를 다룬 글을 쓰고 싶기도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스팀잇 토큰 경제 연재를 먼저 하며 각 연재 내용에 맞춰 문제점을 좀 더 강조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지난 글에서 간략히 소개한 대로 스팀 블록체인에서 사용되는 암호자산은 스팀(STEEM), 스팀달러(SBD, Steem Blockchain Dollars), 스팀파워(SP, Steem Power) 등 총 3가지가 있다. 이중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다른 법정화폐나 암호화폐와 거래가 가능한 자산은 스팀(STEEM)과 스팀달러(SBD, STEEM Blockchain Dollars) 2가지가 있다.

스팀 블록체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사실상 ‘스팀 블록체인=스팀잇’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인 스팀잇은 보팅(추천)에 의해 보상이 주어지는 SNS·블로그 서비스다. 보팅의 가치는 스팀 그 자체가 아닌 스팀을 일정기간 묶어둔 형태의 스팀파워 양에 비례한다. 스팀을 스팀파워로 변환하는 것은 즉각 가능하다. 하지만 스팀파워를 스팀으로 변환하는 것은 13주(초기에는 2년이었다)에 걸쳐 나눠서 이뤄진다.

이는 베스팅 스케줄(vesting schedule)과 유사하다. 베스팅 스케줄은 스톡옵션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한 펀드가 창업자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고 주식을 처분할 수 있게끔 한 것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날 때마다 일정 지분을 팔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실제 스팀 블록체인 내부적으로 베스트(vest)라는 단위가 쓰이기도 한다. 스팀파워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지는 않지만, 다른 이에게 임대가 가능하고 이 임대시장은 매우 활성화돼 있다. 매일 글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보팅할 시간이 없더라도 스팀파워를 임대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베스팅 스케줄이라는 스타트업 문화를 차용한 것일지라도, 이 개념을 도입한 것 자체가 상당히 창의적인 토큰 경제 설계였다고 생각한다. 이를 방증하듯 스팀 이후 수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이 설계를 참고했다.

물론 스팀에서 실제 유동성을 가진 화폐는 스팀과 스팀달러 2가지다. 스팀파워는 거래소에서 사고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2가지일까.

 

하나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2개의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일까?

이는 다음 유머를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말하는 도중에도 급변할 정도로 심한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을 풍자한 유머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해 가격 하락의 위험성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도 암호화폐 소유자 입장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해당 암호화폐 사용을 꺼리게 되기 때문이다.

스팀잇에서 글을 쓰거나 큐레이션(추천)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의 가치가 지나치게 급변한다면 콘텐츠 제작자·큐레이터가 스팀잇에 들어오길 꺼려할 것이다. 또 실물 경제와의 연계도 힘들게 된다. 물론 모든 암호화폐는 이론적으로 당시 시세를 기준으로 (여기에 시세변동과 서비스 비용을 감안해 일정 수수료를 받고) 다른 화폐와 거래할 수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변동성이 크다면 수수료도 높게 책정해야 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스팀 플랫폼은 이같은 가격 변동성 문제를 1달러 가치를 갖는 암호화폐 ‘스팀달러’를 만들어 해결하려 했다. 참고로 스팀달러 실규발행은 오로지 저자보상 일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는 저자 보상, 증인 보상, 큐레이션 보상, 스팀파워에 대한 이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발행되는 스팀과 다른 점이다.

 

스팀달러에 관한 3가지 오해

  1. 스팀달러는 스테이블코인이다.
  2. 스팀달러의 가치가 1달러를 초과할 수는 있지만 최소 1달러의 가치는 보장된다.
  3. 스팀달러를 얻는데 필요한 스팀 역시 1달러가 보장된다.

결론적으로 이는 모두 오해다. 참고로 스팀잇 토큰 경제 1편 작성 시 900원대였던 스팀 가격은 기사가 실제 게시될 때는 700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4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스팀달러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

스팀 백서 서론에 스팀달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미국 달러에 고정된 안정적인 암호화폐(A stable cryptocurrency pegged to the US dollar)”. 이 표현만 보면 마치 스팀 가격이 1달러를 보장하고 가격 변동성이 최소화된 스테이블코인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서론이니만큼 엄밀하지 않은 설명일 뿐이다.실제 본문에서는 “스팀달러는 (가격) 안정성을 시도하기 위해 설계됐다(Seem Dollars were desinged as an attempt to bring stability)”와 같이 ‘시도’라는 표현까지 쓰며 실제 1달러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즉 스팀달러는 테더(Tether, USDT) 등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아니다.[1] 특히 그 가치가 1달러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최대한 방어하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만 1달러를 넘어서는 것을 방어하는 메커니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스팀달러는 가치를 보장하는 대상 화폐와 양방향 전환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스팀달러는 스테이블코인이 아니다.

 

1달러가 넘는 스팀달러의 미스테리

사람들에게 스팀달러의 가장 큰 미스테리(?)는 스팀달러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는 점이었다. 스팀달러가 비싸게 거래된 것은 잠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자그마치 8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지속된 일이다. 지난해 말 암호화폐 호황장에는 2만5000원을 넘기도 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최소 2000원을 웃돌거나 1달러를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팀달러 가격은 올해 8월에 들어서야 1달러 수준이 됐다.

스팀달러가 1달러가 넘게 거래될 수 있었던 것은 1달러 또는 1달러 가치의 스팀을 가지고 1스팀달러를 받을 방법이 없는 데에서 기인한다.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수많은 암호화폐의 가격이 수요공급에 의해 정해지는 지점이 큰 만큼, 스팀달러의 경우 특히 적은 발행량으로 인해 투기적 상황에서 고가가 형성된 것이다.

 

스팀달러는 어떻게 $1 지불을 ‘보장’할까?

스팀달러가 1달러를 보장하는 방법은 1스팀달러를 스팀 블록체인에 전환 요청해, 3.5일 후 내부 시세로 1달러 가치의 스팀으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매우 창의적인 발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 만큼은 ‘가상화폐’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

우린 스팀달러라는 가상화폐가 1달러 가치를 보장하게 할 거야. 어떻게 하냐고? 또 다른 가상화폐인 스팀을 1달러어치만큼 발행해서 줄게.

이는 스팀과 스팀달러의 발행 주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위험해질 수 있다.

 

가치감소 : 결국 붕괴된 1스팀달러=1달러

문제는 스팀의 가격이 하락할 때 발생한다. 1스팀달러를 가지고 1달러어치의 스팀 지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팀달러는 스팀 블록체인에서 부채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재 스팀 블록체인에서는 부채비율이 5%를 초과하면 스팀달러 발행량을 줄이기 시작한다. 스팀달러 발행은 부채비율이 10%에 다다르면 멈춘다.

단순히 발행이 멈추는 것이 아니다. 부채비율 10%가 초과하는 시점부터는 헤어컷(haricut·가치감소) 규정이 있어서 1스팀달러의 전환 요청에 1달러를 ’10/부채비율’만큼 할인한 가치만큼의 스팀만 지급하면 된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이 12%라면 10/12, 즉 대략 0.83달러 가치의 스팀만 받을 수 있다. 상당히 급진적인 비율로 가치가 감소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채비율이 20%라면 1스팀달러의 가치는 0.50달러가 된다.

 

원고 작성중인 12월 초 스팀과 스팀달러의 시세

 

결국 11월 하락장에 ‘1스팀달러=1달러’가 붕괴됐다. 스팀 블록체인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하고 처음 발생한 이벤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당 기능에 약간의 버그가 있어서 현재 부채비율 10%가 넘음에도 스팀달러 1%가 지속해서 발행되고 있다. 필자는 직접 해당 버그에 대한 분석과 제안을 스팀 깃허브 등을 통해 제시했다. 1%가 미치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펀드와 관련된 부분이 정확하게 동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스팀잇 회사의 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때 이 버그가 언제 수정될지는 미지수다. 스팀 가격이 올라서 자동적으로 이 상황에서 벗어나길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헤어컷 상황에서 실제 스팀달러의 가치는 이론대로 가고 있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절묘하게 헤어컷 시점부터 ‘1스팀달러=1달러’가 붕괴되긴 했다. 하지만 스팀 재단 측에선 1달러 선이 붕괴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가치의 안정성을 제공하고자 굳이 2가지 화폐를 만들었는데 화폐가 그 가치를 상실한다는 것은 해당 플랫폼 전반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재단에서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누가 봐도 재단 소속이거나 재단과 매우 가까운 스팀 증인이 스팀 블록체인 내부 거래소(스팀 블록체인의 경우 자체 탈중앙화 거래소를 가지고 있다)를 통해 스팀달러 매도요청이 오는 대로 스팀달러를 소각했다. 또 증인 중 일부는 외부 거래소에서도 스팀달러를 직접 사들여서 소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11월 대하락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다.

하지만 여전히 복구 노력이 진행 중이다. 스팀 플랫폼이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라 믿는 사람 입장에서는 1달러 회복을 바라보고 구매하는 수요가 있기에 이론가 만큼 하락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필자는 결국 추가적인 담보 없이 자체 발행한 암호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형태의 또 다른 암호자산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호황기 때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하락장에서는 하락을 더욱 부추기게 될 뿐이다.

덧붙이자면 사실 스팀 백서는 전반적으로 그 시점에서 매우 잘 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그만큼 다른 수많은 블록체인 백서가 지키지도 못할 약속과 휘황찬란한 미사여구 일색으로 쓰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만큼 여전히 벤치마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스팀이든 다른 블록체인이든 좋은 점들을 잘 참고하고 그렇지 않은 점들은 개선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1] 물론 잘 알려진 대로 테더는 테더대로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보증금으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매우 오랜 의혹을 가지고 있다. 최근엔 잔고 증명서를 매우 투명하게 밝힐 법적 의무가 없는 바하마의 한 은행으로 제휴 은행을 변경하고 애매한 자료(?)를 공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