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등록 : 2019년 2월 4일 10:00 | 수정 : 2019년 2월 2일 15:46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산업이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고 새해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글을 모아 ‘2018 Year in Review’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을 쓴 데빈 핀저는 탈중앙화 온라인 장터 오픈씨(OpenSea)의 공동창립자입니다.

 

코인데스크 2018 리뷰

 

새로 개발한 기술을 시험해보기에 게임만큼 좋은 시험장도 없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든 디지털 고양이 키우기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가 출시한 이래 게임은 새로운 기술을 빨리 시험해보고자 하는 얼리어댑터들에게 오픈 프로토콜의 독특한 특징을 확인해볼 수 있는 훌륭한 시험장이었다. 현재 트랜잭션 양을 기준으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s) 상위에 올라 있는 대부분 앱은 게임이다.

블록체인 게임이 초반에는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만,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토니 솅은 ‘포트나이트(Fortnite)는 왜 블록체인 기술을 당분간 받아들이지 않을까’에 관한 글을 썼고, 이 글은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 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토니 솅은 글에서 현재 게임 업계가 블록체인 기술을 끝내 도입하지 않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디지털 희소성(digital security)을 통해 가치를 올리는 블록체인의 방식이 현재 게임 업계의 사업 모델과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특히 현재 게임 업계를 지탱하는 경제 구조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몇몇 경제적 유인 동기를 자세히 고찰했다. 필자는 토니 솅이 주장한 각론 몇 가지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전반적인 결론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특히 다음 결론은 반박하기 어렵다.

“만약 게임에 암호화폐가 널리 쓰인다면 게임 업계 전체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업 모델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열린 생태계에서 운영된다. 닫힌 생태계에서 가치를 뽑아내던 기존의 사업 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기존의 닫힌 시스템 안에서 제한된 통화정책, 송금, 수수료 등을 통해 가치를 뽑아내는 데 익숙한 게임 업계는 열린 시스템에서 어떻게 해야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번 글에서는 열린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게임 시스템에 어떤 식의 사업 모델을 적용하면 좋을지 살펴볼 생각이다. 우선 초기 블록체인 게임이 어떤 사업 모델을 채택했는지부터 알아보자.

 

의미 없는 정보는 가라: 핵심 정보 찾아내기

블록체인 게임 분야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해석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암호화폐를 산 많은 사람이 투자 목적으로, 즉 가격이 오르면 팔려고 암호화폐를 샀던 사람들이다. 실제로 댑을 기꺼이 사용해보려는 이들 대부분은 일찌감치 이더리움을 싼값에 사둔 덕분에 떼부자가 된 사람들로, 이런 사람들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돈 가운데 일부를 시험 삼아 댑에 써보는 것을 섣불리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크립토키티는 처음으로 대중을 겨냥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블록체인 게임이다. 필자를 포함한 블록체인 커뮤니티 전체는 크립토키티에 매료됐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진짜 고양이나 다름없는 나만의 새끼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게임을 통해 이더(ETH) 플립핑(다시 팔 목적으로 사서 짧은 기간 내에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게임 사용자는 순식간에 급증했다. 결국, 2017년에는 악명 높은 고양이 거품이 발생해 한때는 고양이 한 마리가 수천, 수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의미 없는 정보: 수직적으로 통합된 디지털 희소성

이쯤에서 크립토키티 게임을 찬찬히 한 번 살펴보자.

이미지=www.cryptokitties.co

 

이더리움은 게임을 위해 개발된 시스템이 아니다. 그러므로 게임에 필요한 구조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크립토키티는 모든 것을 직접 구축했다. 자신만의 웹사이트와 그림 디자인, 블록체인상에서 고양이를 교배하고 분양하는 독특한 방법, 여기에 이더리움에서 고양이를 사고파는 장터까지 갖춰 놓았다.

출시할 때 크립토키티는 완전히 수직적으로 통합된 게임으로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스마트계약으로 처리했다. 크립토키티는 기본적으로 매우 전통적인 사업 모델을 채택했는데, 가장 처음 시조 고양이를 팔고 나서, 고양이를 새로 분양하거나 새끼가 태어날 때마다 운영자는 가격의 3.75%를 수수료로 받았다.

많은 비평가가 지적한 것처럼 크립토키티는 굳이 블록체인이 아니었더라도 기존의 중앙 통제형 구조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게임이었다. 자체 웹사이트에서 정확히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냥 새끼고양이들은 다들 쓰는 시퀄(SQL) 데이터저장소에 간단하게 보관할 수도 있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좀 덜 친절한 방식을 택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면 이렇게 하면서도 이더 토큰을 받는 식으로 블록체인의 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했어도 암호화폐를 자세히 모르는 사용자들은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크립토키티는 이른바 “수직적으로 통합된 디지털 희소성”을 구현한 게임이다. 나는 크립토키티 이후의 비슷한 게임들이 더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이런 게임들은 결국에는 쉽게 즐길 수 없는, 제대로 못 만든 게임일 뿐이었다.

 

중요한 핵심 정보: 언번들링이 희망이다

나는 크립토키티에서 얻어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초기 사용자 경험 너머에 있다고 본다. 언번들링이라는 개념을 게임에도 조금씩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크립토키티는 스마트계약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이 작동 원리가 담긴 로직 레이어의 스마트계약 주소와 소스코드는 모두에게 공개돼 있다. 그래서 이더리움 개발자라면 누구나 크립토키티 위에 제2 레이어(layer two)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저평가된 새끼고양이를 찾아내는 봇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은가? 실제 그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이미 있다. 현재 분양, 판매 중인 고양이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은가? 스마트계약에 올라온 이벤트 목록만 봐도 어렵지 않게 이런 코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은 전혀 복잡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이더리움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제2 레이어를 경험해봤다. 어떤 스마트계약이 이더리움상에서 체결되고 집행됐는지 찾아주는 스마트계약 검색기 이더스캔(Etherscan)이 대표적인 제2 레이어다. 컴퓨터 기술에 능한 사용자들은 자신의 새끼고양이들의 뿌리를 직접 확인하고 검증하기 위해 이더스캔에서 크립토키티의 스마트계약을 직접 찾아보기도 한다.

ERC-20 토큰 규정을 따라 만든 새로운 토큰으로 크립토키티의 내 고양이에 액세서리를 달아주는 키티해츠(KittyHats)는 새로운 제2 레이어 게임이다. 키티해츠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새끼고양이에 새로운 무언가를 해줌으로써 새끼고양이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정확히 어떤 액세서리를 달아줬을 때 가치가 얼마나 오르는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키티해츠를 이용하려면 크롬 확장판을 설치하고, 따로 분리된 웹사이트에서 액세서리를 달아줘야 한다)

아마도 만약 크립토키티 개발팀이 키티해츠를 크립토키티 시스템에 받아들여 크립토키티 웹사이트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액세서리들을 보여주었더라면 키티해츠는 첫 제2 레이어 사업모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장터는 또 다른 제2 레이어 경험이다. 내가 탈중앙화 온라인 장터 오픈씨(OpenSea)를 공동 창립한 목적도 교환 게임(trading games)의 수요를 맞춰보려는 데 있었다. 그러나 오픈씨도 크립토키티 생태계에 의미 있는 가치를 찾아내거나 공헌하는 데 실패했다. 쉽게 말해 게임에 흥미를 더 끌 만한 요소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제2 레이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한 단계에 불과해 전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실 크립토키티가 제2 레이어 경험 덕분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고 흥행에 도움을 받았는지 분석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제2 레이어를 그만두고 손쉽게 “진짜 디지털 희소성” 이나 “진짜 소유권”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디지털 희소성이나 진짜 소유권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결국 제2 레이어에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과 이더, 그리고 이더리움 토큰 표준인 ERC-20이 성공을 거둔 건 결국 사용자 경험에 만족한 많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생태계를 꾸려간 덕분이었다. 디지털 희소성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도 결국 제2 레이어를 성공적으로 접목해야만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오픈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에서 어떤 사업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을까?

 

제2 레이어 경험을 쌓게 하려면

제2 레이어를 직접 만들어서 기여한 바에 따라 보상을 받는 식으로 제대로 된 경험을 제공할 수만 있다면, 제2 레이어의 바탕이 될 제1 레이어 게임도 얼마든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가 정확히 이런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데,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만드는 게임인 디센트럴랜드에서 가치를 창출해내면 마나(MANA)라는 토큰을 받을 수 있다.

제2 레이어 경험이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경제학을 바꿀 수도 있으므로 디센트럴랜드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이란 그 게임을 만든 제작사와 개발자가 의도한 사용자만 즐길 수 있게 고안된 경우가 많다.

로블록스(Roblox)나 제2의 인생(Second Life) 같은 게임들은 사용자가 만든 콘텐츠를 이용하기도 하고 게임 내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사용자에게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부여했다고 하지만, 이런 게임도 기본적으로 닫힌 생태계에서 구동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제2 레이어를 구축하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협력은 사전에 완벽에 가까운 조율과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브 온라인(EVE Online)이라는 게임은 제2 레이어 경험을 좀 더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사례로 꼽을 만하다. 많은 사용자가 한꺼번에 참여해 진행하는 다중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이브 온라인에는 블록체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게임이 단일 서버에서만 진행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데, 이 서버는 함부로 위·변조할 수 없는 블록체인 서버와 같다. 이 서버 안에서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자유시장의 모습이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 있을 법한 자유시장의 모습을 게임에서 완전히 구현해야만 속이 풀리는 게이머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브 온라인 이용자도 어느 정도 수준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그런데 이브 온라인이 오픈 프로토콜 상에 만들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게임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제삼자가 채굴 탐험대, 이상한 마법 행성들, 물물교환이 쉬운 중고 장터 같은 것들을 개발해 설치하고, 이를 기존 게임 위에 구현하는 것이다. 게임 사용자들은 갑자기 급증할 수도 있다. 순수하게 이를 통해 돈을 벌 기회를 포착한 이들이 게임에 뛰어들 수도 있고, 기존 게임에서 갈라져 나와 따로 구현한 나만의 제2 레이어 경험을 순수히 즐기고픈 게이머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제삼자 개발자들을 어떻게 유인할 수 있을까? 세 가지 정도 요건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기존 게임이 다른 분야의 요소와 연결될 만한 소지가 있어야 한다. 즉 네트워크 효과가 높아야 한다. 둘째, 새로운 이용자가 게임에 쉽게 유입되고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 즉 진입 장벽이 낮아야 한다. 그리고 셋째로는 제2 레이어에 구현한 사용자 경험이 어떤 식으로든 이용자들이 해보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이 세 가지를 만족한다면, 제2 레이어 게임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런데 왜 그런 게임을 지금껏 못 만들었나

이론적으로는 쉬워 보여도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에는 현재 기술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우선 있다. 이런 주장은 반박하기 어렵기도 하고, 사실 어느 정도 되어야 기술이 무르익는지, 언제가 적당한 타이밍인지는 가려내기 어렵다. 물론 그런 기술 발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먼저 기존 인터넷 환경이 발전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 사용자가 직접 이용하는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의 소프트웨어도 무수히 많아졌고, 이를 지원하는 백엔드의 웹 기반도 탄탄해졌다. 또한, B2D(Business to Distributor, 인터넷 운영자 대상 서비스) 부문도 강화된 만큼 기존 웹 애플리케이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분산화 / 중앙화를 섞어놓은 혼합형 앱을 만드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해졌다.

블록체인이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혁신과 발달에 더 많이 의존하는 기술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대개 소프트웨어 발전 속도가 하드웨어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성숙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하므로, 블록체인 게임도 여전히 서툰 개발자들의 시험장 이상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올 한해 블록체인 기술이 잠재력을 어디까지, 얼마나 구현할지 지켜보는 데는 블록체인 게임 분야만큼 좋은 관람장도 없을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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