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알리페이’의 꿈…티몬 ‘테라’가 온다

[인터뷰]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

등록 : 2019년 4월 10일 07:00 | 수정 : 2019년 4월 10일 15:59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 이미지=김병철 기자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 이미지=김병철 기자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 1년여 조용히 준비해온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Terra)가 곧 모습을 드러낸다. 테라는 4월 안에 메인넷을 공개하고, 여기서 만들어진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국내 한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어 5월엔 테라의 첫 댑(dapp)으로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테라X를 출시한다.

테라의 신현성 공동대표는 지난 3월29일 코인데스크코리아 인터뷰에서 테라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그는 “지금까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달리 테라는 실생활에 침투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테라X.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간편결제 서비스, 테라X.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1. 간편결제 서비스 테라X

테라가 승부를 거는 첫 서비스는 e커머스(전가상거래)용 간편결제 서비스 테라X다. 5월 중 티몬에 추가될 예정이다. 2010년 티몬을 창업한 신 공동대표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e커머스 시장에 블록체인 서비스를 접목한 것이다.

티몬 이용자는 상품을 결제할 때 신용카드 등 여러 결제수단 중 테라X를 선택할 수 있다. 기존 결제수단에 익숙한 고객을 테라X로 이끌 유인책은 약 5~10%의 할인이다. 티몬에서 10만원치 상품을 구매하면 최대 1만원을 할인해준다.

테라X가 티몬 전체 결제의 어느 정도를 흡수할 수 있을까. 신 공동대표는 “단기적으로는 10%, 12~18개월 후엔 30%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간편결제 중 하나인 네이버페이는 충전금액의 2%를 적립해준다. 신 공동대표는 “네이버페이 보다 3~5배 혜택을 더주니 월등하게 더 나은 서비스”라며 “가능성만 보면 100% 테라X로만 결제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 장벽이 3분의 1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티몬에게는 테라X가 경쟁사 고객을  뺏아올 가격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e커머스 시장은 11번가, 쿠팡, 티몬 등이 수년간 만성적자를 보며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투자를 유치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쿠팡이 약 2조원의 투자를 받으며 치고 나간 가운데, 테라X가 티몬의 새로운 생존 수단이 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2. 10% 할인의 비결

신 공동대표는 티몬이 테라X를 도입하면 연간 1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기존 결제 수수료 2~3%가 0.2~0.5%대로 낮아진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고 마케팅 비용도 줄여준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용카드사, PG사 등 중개인(미들맨)들이 중간에서 조금씩 결제 수수료를 가져간다. 간편결제인 테라X는 이들과 경쟁관계다. 신 공동대표는 “(테라를 또 하나의 중개인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중개인이 7, 8개가 있는데 그걸 하나로 압축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용을 써서 일정 기간만 할인해주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속적으로 할인해주는 구조를 만드는 게 테라의 목표다. 비결은 테라X 결제 뒤에 숨어 있는 블록체인이다.

테라는 화폐 주조차익(시뇨리지)을 이용한다. 국가와 같이 발권력을 가진 주체가 화폐를 새로 발행하면서 얻는 이익을 말한다. 예를 들어 A 국가에서 1만원을 발행할 때 드는 비용이 1000원이라면, 신규 화폐 발행으로 A 정부는 9000원을 얻는다.

테라는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다. 두 암호화폐를 거래소를 통해 시장에 유통하면서 주조차익을 얻는다. 테라는 이 주조차익을 앞서 말한 상품가격 5~10% 할인에 사용할 계획이다. 신 공동대표는 “주조차익에 따라 할인율은 탄력적”이라며 “10%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티몬에서 10만원짜리 상품을 살 때를 실제 돈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상품 할인율은 10%, 테라 결제 수수료는 0.2%라고 가정해보자. 고객은 자신의 은행계좌에 있던 9만원을 티몬에 주고, 테라는 할인금액 1만원을 티몬에 지급한다. 티몬 입장에선 상품 가격 그대로 10만원을 받는다. 다만 티몬은 신용카드사 등에 주던 결제수수료 2000~3000원(2~3%) 대신 200원(0.2%)을 테라에 주면 된다.

테라 얼라이언스.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테라 얼라이언스.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3. 테라 얼라이언스

테라는 암호화폐 테라의 수요가 늘리기 위해 테라X를 결제수단으로 받아줄 e커머스 제휴사 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이름은 ‘테라 얼라이언스’다. 한국에선 티몬, 배달의 민족, 갤러리아, 야놀자가 합류했다. 두번째 타깃인 동남아 시장에선 싱가포르의 큐텐(Qoo10)과 캐러셀(Carousell), 베트남의 티키(TIKI) 등이 참여했다.

테라는 제휴사들의 고객을 더하면 약 4000만명, 연 거래액은 28조625억원(250억달러)이라고 홍보한다. 5월 티몬을 시작으로 제휴사들이 테라X를 결제수단으로 추가할 때마다, 암호화폐 테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계산이다.

결국 많은 고객을 보유한 제휴사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사실 티몬을 창업한 신 공동대표가 추진하기 때문에 가능한 사업 모델이다. 신 공동대표는 “테라의 목표는 기존 중개인들처럼 마진을 최대한 취하는 게 아니다”라며 “할인해줘서 테라의 통화량을 늘리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테라 얼라이언스의 총 거래액이 연 30조원 정도인데, 테라X를 통한 결제가 단기적으로 10%, 중장기적으로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의 3분의 1이 테라X 결제로 되면 약 10조원”이라며 “거기서 발생하는 결제 수수료를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4. 테라X의 비밀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는 같은 이름의 암호화폐이기도 하지만, 소비자가 테라X로 결제할 때 사용하는 건 사실 암호화폐가 아니다. ‘테라 포인트’라는 이름의 선불전자지급수단이다. 페이코 포인트, 카카오페이머니와 같은 형태다. 이를 위해 테라는 전자금융업자 면허를 가진 한 국내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테라X는 사용법도 페이코 등과 똑같다. 티몬 고객이 상품 결제시 테라X를 선택하면, 연결된 고객의 은행계좌에서 인출된 원화가 ‘테라 포인트’로 전환돼 티몬에서 결제된다. 암호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고객은 암호화폐 거래소 가입, 지갑 생성, 개인키 보관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대신 테라X 결제는 모두 테라 블록체인에 ‘미러링’된다. 권현지 테라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현실 세계에서 테라 포인트가 결제된 만큼,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 테라가 거래된 것으로 기록해둔다”고 설명했다. 앞단에선 평범한 간편결제지만, 뒷단에선 블록체인과 연동되어 있다.

암호화폐 테라로 직접 결제를 시도하지 않은 이유는 혹시 모를 법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권 매니저는 “한국에서 암호화폐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규제가 아직 없다”면서 “외국은 법이 없으면 해도 되는데, 한국은 보수적인 측면이 강해서 우리도 보수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간편결제라 정산도 원화로 이루어진다. e커머스 입장에서도 정부가 꺼리는 암호화폐를 결제수단 중 하나로 받아들이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 법이 없어 회계나 세금 처리도 하기 어렵다.

다만, 테라는 이 부분을 굳이 홍보하진 않는다. 신 공동대표는 “고객은 굳이 원화가 테라 포인트로 전환된다는 걸 세세하게 인지할 필요는 없다. 가입해서 편하게 쓰면 된다”며 “고객 입장에선 카카오페이와 똑같지만, 블록체인의 장점으로 비용이 더 싸진다”고 말했다.

테라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부분도 있다. 고객은 e커머스에서 결제할 때 암호화폐 테라가 필요없다. 그런데 테라는 ‘테라X의 제휴사가 늘어날수록 테라의 수요가 늘어난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미러링되어 있다”는 말 외에 현실세계와 암호화폐 시장의 구체적인 연결 구조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미지=신현성 공동대표 발표자료 캡처

이미지=신현성 공동대표 발표자료 캡처

 

5. 테라의 토큰이코노미

테라의 블록체인은 두가지 암호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다. 테라(Terra)는 지구와 땅, 루나(Luna)는 달이라는 뜻이다.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의 발행량은 유동적이며, 루나 발행량은 10억개지만 테라 안정화를 위한 소각 등이 이루어지면 조금은 변동될 수 있다.

1테라krw는 1원에 연동되며, 테라는 프로토콜에서 알고리즘으로 발행량을 조정해 가격을 안정하게 맞춘다. 테라X 제휴사가 추가되면서 테라의 수요가 올라가면 발행량을 늘려 가격을 맞춘다. 반대로 수요가 줄어 테라 가격이 내려가면 (루나로) 테라를 사서 소각한다.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에 따라, 루나 지분 보유량 상위 100개 노드가 테라의 거래를 검증한다. 100개 노드 중 선출된 블록 생성자는 블록 확인을 완료하면 결제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는다.

루나는 한 종류지만, 스테이블코인 테라는 7개 법정화폐(미국, 유럽, 중국, 일본, 영국, 한국, IMF)에 연동해 여러 종류를 발행한다. IMF 특별인출권(SDR)에 연동된 테라SDR이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텐더민트 합의 알고리듬을 활용한 테라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테라 토큰들을 교환할 수 있는 ‘아토믹 스왑(atomic swap)’을 지원한다.

신 공동대표는 “테라krw, 테라usd는 다른 암호화폐지만 둘다 루나로 담보된다”면서 시너지를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둘 다 성장할 수록 루나에게 지급되는 결제 수수료가 많아지고, 그럴수록 루나의 가치가 분산화되고 탄탄해진다”고 말했다.

테라 뱅크.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테라 뱅크. 이미지=테라 홈페이지 캡처

 

6. 테라의 꿈: 블록체인계 알리페이

테라의 내부 슬로건은 ‘블록체인 위에서 구현되는 알리페이’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마윈의 알리바바그룹이 만든 간편결제 서비스다. 알리페이는 자사의 e커머스 타오바오(Taobao)에서 시작해 이용자를 모았고,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이 거대 금융회사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신 공동대표는 “결제로 출발한 알리페이가 다음에 대출상품과 투자상품도 넣어서 이제는 그냥 모바일 금융이 됐다”며 “우리도 결제에서 시작하지만, 테라라는 전자통화를 활용해서 금융에 있는 모든 기능을 구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테라로 대출이나 투자도 받고, 테라 기반 보험상품도 출시하고, 테라로 해외 송금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는 실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최초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꿈꾸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단 하나다.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리면서 실생활과 연결고리를 이정도로 깊이 찾은 프로젝트는 테라가 처음인 것 같다. 사기와 버블이 아니라, 그래도 좀 건전하게 발전시켜 나가는 모범 사례가 됐으며 한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그런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처음 나오면 뿌듯할 것 같다.”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 이미지=테라 제공

신현성 테라 공동대표. 이미지=테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