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형 토큰 발행(STO)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다

국내외 법규로 살펴보는 STO의 가능성

등록 : 2018년 11월 29일 11:30 | 수정 : 2018년 11월 30일 10:34

Three cute kittens are waiting to be fed. Cat faces looking up.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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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블록체인과 관련한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이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STO다. STO란 Security Token Offering의 약자다. 증권형 토큰 발행이라는 의미다.

오랜 기간 ICO(암호화폐공개)를 준비하던 한 블록체인팀도 최근 STO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그만큼 STO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음을 실감한다. STO는 확실히 ‘핫’하다. 후술하겠지만 요새 유행하는 ‘거래소 배당형 토큰 발행’도 STO에 해당한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이상한 기운이 맴도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마치 STO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을 만날 때가 그러하다. ‘요새 어느 국가에서 STO가 가능하냐’고 자연스럽게 물어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의뢰인의 기대와는 달리 STO는 진행하기 상당히 어렵다. STO로 발행되는 토큰은 말 그대로 증권이기 때문이다. 증권은 암호화폐와 달리 이미 각 국가에서 충분히 규제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등 법률도 갖춰져 있다. 국가는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암호화폐라 하더라도 증권의 속성을 갖출 경우 기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쉽게도 “ICO의 다음 버전(Version)은 STO다”와 같은 속설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물론 증권형 암호화폐가 매력적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증권형 암호화폐가 금융의 미래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STO가 지금 상황에서 쉽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STO란 무엇인가?

이런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STO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STO는 ICO의 하위 카테고리다. 그렇다면 ICO는 어떻게 정의되고 있을까? 물론 국제적으로 공통된 ICO에 대한 정의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지적하는 요소들을 뽑아 보면 대략적인 공통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미국,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 ICO에 대해 선제적으로 의견을 밝힌 국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국가들은 현재 관련 법이 구비되어 있지 않은 순수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서는 ICO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사실상 허용인 것이다.

다만 증권의 속성을 갖춘 암호화폐는 다르다. 물론 증권을 정의하는 방식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증권의 속성을 일부라도 띄고 있으면 기존 법 체계에 포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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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의 STO 규제는?

우선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어떻게 증권형 암호화폐를 구분 짓는지 살펴보자. 이들은 스위스의 금융당국인 FINMA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FINMA는 암호화폐를 지불형, 유틸리티형, 증권형으로 분류한다. 여기서 증권형은 또 다시 지분형, 채무형, 펀드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지분형 암호화폐

지분형 암호화폐는 암호화폐 소유가 발행회사 또는 관련 회사에 대한 소유와 연결되는 부류다. 일반적인 주식(Share)과 유사한 형태다. 지분형 암호화폐의 소유로 회사에 대한 소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증권성이 있다. 본질적인 면에서 주식과 차이가 없는 ICO의 경우, 기존 주식 발행 절차를 따라야 한다. 물론 이러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ICO로 진행할 이유가 없다.

2. 채무형 암호화폐

또 다른 유형의 증권형 암호화폐는 채무형이다. 채무형 암호화폐는 회사채(Bond)로 취급된다. 쉽게 말해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형태다. 이러한 유형의 암호화폐 소지자에게는 회사가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할 의무를 진다.

회사채도 엄격한 절차에 따라 발행된다. 무분별한 공수표 발행을 규제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원금을 상환할 것을 약정하고 자금을 모을 경우 이른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할 리스크도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ICO가 채무형 암호화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다 각별히 유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3. 펀드형 암호화폐

마지막 유형은 펀드형 암호화폐다. 펀드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가 있다. 증권 소유자의 노력이 아닌 제3자의 노력으로 증권 소유자에게 수익이 부여되는 증권은 펀드일 가능성이 높다.

쉽게 말해 펀드는 돈을 투자하고 운용자가 해당 자금을 잘 운용할 것을 기대하는 금융 상품이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 규제가 적용된다. 만약 암호화폐 소유만으로 이익이 배당될 수 있다면? 펀드로 취급될 수 있다. 따라서 소위 배당형 코인이나 토큰은 펀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으로 채굴되는 암호화폐는 유의해야 한다. 단순 지분 증명만으로 추가적인 암호화폐를 제공한다면 펀드로 의심받을 수 있다. 나아가 에어드롭(Air Drop)도 주의해야 한다. 암호화폐 소유 비율대로 추가적인 혜택이 지급되도록 할 경우, 펀드와 유사하게 취급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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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STO 규제는?

미국 금융당국은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ICO를 규율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인 SEC에 따르면 많은 ICO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 금융투자상품도 일종의 증권이다. 미국에서는 금융투자상품이란 향후 수익이 날 것을 예측하고 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다.

SEC에 따르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구입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대부분의 ICO는 아직 개발 전인 블록체인을 대상으로 한다.

향후 전망 있는 블록체인을 개발할 테니 그러한 블록체인에 쓰일 수 있는 토큰을 미리 구매하라는 취지가 대다수다. 미국 당국은 그러한 ICO는 실현되지 않은 상품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이기 때문에 금융투자상품으로 취급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금융투자상품도 증권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국 기준으로 보자면 이미 상당수 ICO가 STO에 해당한다. STO가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규제를 회피하면서 STO를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개발되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토큰을 판매하기 위한 SAFT(Simple Agreement for Future Tokens)라던가, 전문투자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방식의 판매 등이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에 대해 SEC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아직 없다. SEC는 증권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존 증권거래법에 따라 판매하라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ICO는 대부분 증권거래법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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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STO 규제는?

그렇다면 국내 법규는 어떠할까? 작년 9월 정부 가상통화 태스크포스(TF)에서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한 이후 사실상 한국에서의 ICO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많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해외에서 ICO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주지하는 바와 같이 ICO 금지에 관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엄밀히 분석해 봤을 때 정부가 국내 ICO 진행을 금지할 명분이 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위와 같은 분석은 비증권형 ICO에 한정되어야 한다. 증권형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서는 비증권형 암호화폐와는 달리 규제할 법규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증권 발행을 규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이 그것이다. 자본시장법은 다양한 종류의 증권을 정의한다. 나아가 그러한 증권이 발행되는 절차를 상세하고도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금융투자상품이란?

자본시장법은 우선 금융투자상품을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현재 또는 장래의 특정 시점에 금전 또는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을 지급하기로 약정함으로써 취득하는 권리로서, 투자성이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자본시장법은 증권에 대해 금융투자상품으로서 추가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이라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증권의 종류에는 1) 채무증권, 2) 지분증권, 3) 수익증권, 4) 투자계약증권, 5) 파생결합증권, 6) 증권예탁증권이 한정적으로 열거된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채무증권, 지분증권, 수익증권이다. 앞서 살펴본 스위스 FINMA의 가이드라인에서 증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유형과 유사하다.

만약 국내에서 발행하려는 암호화폐가 위 성질을 지니고 있다면 증권 발행에 해당할 수 있다. 결국 STO는 일반적인 증권 발행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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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대안이 있을까?

그렇다면 자본시장법을 지키면서 간편하게 STO를 진행할 방안이 있을까? 자본시장법은 증권 발행 신고서를 금융위에 제출하여 수리된 경우에만 증권의 공모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ICO를 사실상 금지한 당사자인 금융위가 STO 신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STO의 경우 기존 절차를 충실히 지킬 것을 이미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에서는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는 어떠할까?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에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을 2016년 도입했다.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인터넷으로 직접 자금을 모집한다는 점에서 ICO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자금 모집의 방식으로 지분증권, 채무증권, 투자계약증권 등을 발행한다. 일견 STO와 비슷하다. 그러나 크라우드펀딩은 기업당 모집 한도가 연간 7억원 이하(2019년에 15억원으로 인상 예정)로 제한되어 있다.

또한 지분 또는 채무를 발행한다는 측면에서 배당을 위주로 설계되는 STO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결국 STO가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법체계에서는 운신의 폭이 너무나도 좁다. 면밀한 법적 검토 없이 섣불리 STO를 진행한다면 강력한 처벌이 있는 자본시장법 위반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

홍콩의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최근 들어 주목해야 할 규제 발표가 있다. 홍콩이 11월 초 발표한 암호화폐 관련 추가 가이드라인이다. 홍콩 금융당국인 SFC는 이를 통해 비증권형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펀드도 마찬가지로 증권에 해당하므로 법에 따른 신고를 하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가 STO에 관한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양한 투자 방식이 시도되는 블록체인이라는 최첨단 분야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각국의 최신 동향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여 가장 적합한 자금 모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권오훈 변호사는 오킴스 법률사무소의 블록체인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진=권오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