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SF_더파이브_#12] 조금씩 양보하면서 세상은 무너지는 거지

제12화: 타협할 것과 아닌 것

등록 : 2018년 9월 14일 18:15

김태권 그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유크로니아의 시스템이 무너지면 국가의 미래도 우리 미래도 없어.”

세라는 이미 유크로니아의 달, 세라에서 거대 곤충이 되어서 T리와 삼십분 동안이나 격투를 하면서 논쟁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고집이 셌다.

“제발 그건 하지 마.”

T리가 부탁했지만 세라는 입에서 커다란 용액을 발사했다. 그러자 거미 곤충인 그의 다리들이 모두 붙어버렸다. 항상 그렇지만 유명 게이머인 둘의 전투 광경은 전 유크로니아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대화는 차단된 채였다.

“수수료를 받아서 너희 국가 재정이 피를 돌게 해야지. 넌 애국자 아니었어?”

T리가 온기를 뿜어서 용액을 녹이면서 말했다.

“너는 혁명가 아니었어?”

세라가 아이스를 쏘아서 리의 몸을 녹지 못하게 했다.

“우선은 내 가까운 사람들이 살아남아야 돼. 유크로니아 혁명은 그 다음이야. 그리고 어차피 거래수수료를 올리는 것이 유크로니아 전역에 적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레드존 그 중에서도 티킷과 워터밤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일부 거래소를 통해서 거둬 들이는 것이니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잖아? 그렇게 베를루스를 살리는 것이 먼저야 …”

몸을 녹인 T리가 세라를 잡고 협곡에서 떨어졌다. 세라는 떨어지면서 벼랑을 잡았다.

“건들지 마. 그렇게 조금씩 양보하면서 세상은 무너지는 거지…”

“세라”

떨어지던 리는 벼랑에 붙어서 그녀 쪽으로 올라갔다.

“진심이야. 그리고 앞으로는 내 인생도 건들지 말아줘.”

그녀는 하늘 위 구름 위에 올라서서 여전사 모습으로 변신했다.

온라인에서 여전사로 통하는 세라는 언제나 전사답게 선언하곤 했다. T리는 그런 세라를 잘 다독이곤 했지만 이번 문제만은 좀 달랐다. 세라와 T리가 다투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하늘에서 비행체가 하나 내려왔다.

“여긴 프라이빗 행성인데. 해킹 당할 수가 없는데?”

세라가 비행체를 노려보았다. 혹시 모를 위험에 자기도 모르게 T리가 세라 앞을 막아섰다. 둘은 손을 잡고 구름 위에서 벼랑 위로 내려섰다.

“오랜만이야, T리. 그리고 공주님. 실례해.”

아성이 상자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기린인 그는 시스템상 어디든 잠입할 수 있어서 퍼스트의 대리 연락망 역할을 하고 있었다.

“레드존에서 티켓밤 수수료를 3%나 인상시켰던데 사람들이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잖아. 비록 그것이 레드존의 주요 거래소와 서비스 플랫폼에 적용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절대 좋은 소식이 아니야.”

아성이 말했다.

가파른 속도로 오른 수수료율을 용인하는 것은 결국 공정분배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첫 번째 신호가 되는 거였다.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세라가 먼저, 인류는 그 다음이야.”

T리가 말했다.

“수수료 인상은 해킹보다 더 악질적인 예야.”

아성이 말했다.

“해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우리가 거꾸로 역해킹을 하면 어때? 티켓판매 플랫폼을 더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아성? 그러면…워터밤 대신 다른 플랫폼을 만들어서 현재의 일부 독점화된 거래소 플랫폼을 공격하면 되겠지. 그럼 다른 플랫폼들이 생겨서 경쟁하면…..”

T리가 말했다.

“음. 괜찮을수도 있어. 플랫폼이라고 말하기 보다 모든 아티스트와 팬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고, 티켓을 발매하고, 이를 각 개개인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DEX(Decentralized EXchange)겠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는거야! 그러면 중앙집중화된 거래소 플랫폼을 이용해 수수료로 거대한 이익을 보려는 집단들을 물먹일 수 있어. 그러면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티켓을 공급하고, 우수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계약으로 독점하고 있다고는 하더라도, 워터밤의 수수료도 어쩔 수 없이 줄어들겠지?”

아성이 T리의 말을 이었다.

“T리, 역해킹이라니. 천재인데?”

세라가 흐뭇해했다.

“그런 DEX 티켓/작품 거래 소프트웨어들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 만들어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일부러 몰래 워터밤 플랫폼에 들어가 있었던 주요 작품 생성과 아티스트 연계 및 거래 프로그램 소스를 흘려야 돼. 사실 이런 플랫폼은 오픈소스로 처음부터 풀어주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수수료 기반으로 누릴 수 있는 유혹 앞에 이상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지. 거기에 베를루스 입장에서는 현금기계나 마찬가지라 …. 가능할까?”

아성이 말했다.

“그런 건 내가 할게, 방송 중에 일부 URL을 노출시키면 돼 실수인 척하고.”

세라가 말했다.

“그건 너무 위험이 커. 너의 할머니가 보실텐데. 그분 마음을 그렇게까지 다치게 하는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고 싶지는 않아.”

T리가 말했다. 세라는 그렇게 말하는 그를 지켜보았다.

“미인에게 약한 거 오늘까지만 봐줄 거야.”

세라는 농담식으로 말했다. 아직 T리에게 자신의 고모할머니인 테스가 살해용의자라는 의심을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에 대해 자세히 알게되면 열정적인 그는 큰 충격을 받고 행동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었다.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지금 세라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 모두 다음 게임 매치에서 할 일을 배당하자. 그것보다 아성, 네가 가져온 상자에는 뭐가 있어?”

세라가 물었다.

“마훌의 후계자가 선정됐어.”

아성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긴장되어있었다.

블랙존의 원탁회의는 7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있었다. 한 사람이 죽거나 그만두면 후계자를 선정해야 했다.

“그런데 후계자가…….”

아성이 말끝을 흐렸다.

“후계자가 왜?”

“너야 주작, T리.”

“난 마훌을 만난 적도 없어.”

기가 막히다는 듯 T리가 말했다.

“알아. 그래서 선정 알고리듬을 살펴봤는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T리가 선정되었는지 알 수가 없어.”

“말도 안돼. 혹시 할머니가 관여한 걸지도 몰라.”

세라가 말했다.

“둘 다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내가 블랙존의 의원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어때?”

T리가 세라와 아성을 보며 말했다. 성실한 민이나 아성 대신 한량같은 T리에게 대의원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이 그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못 해.”

아성과 세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 상자를 열어 봐.”

아성이 부탁했다. T리가 상자를 보았다. 상자에는 블랙존의 라벨이 붙어있고 상자 안에는 은화가 있었다.

은화 위에 새겨진 문양은 일종의 코드를 나타내는 듯했는데, 아성은 그 문양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주작, 청룡, 기린 등 각각의 존을 대표하는 이들이 받았던 금화에 새겨진 것과 연관이 있는 듯했다. 퍼스트가 준 금화들은 유크로니아의 최초 블록체인인 제네시스 블록의 조각들을 나타낸 것으로, 각 존의 블록체인은 이들 금화에 새겨진 문양이 나타내는 코드들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되었다.

화이트, 블랙, 레드, 블루존의 제네시스 블록은 각각 S, 퍼스트, T리, 한민에게 전달된 금화 문양의 코드들과 옐로우존을 책임지는 아성이 가진 금화의 검증코드가 매치가 될 때 생성이 되도록 최초의 제네시스 블록 검증 소프트웨어를 퍼스트에게서 모두 건내받았기에 이들을 제외한 다른 블록체인 시스템이 가짜로 등장하더라도 유크로니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다.

이상한 점은 각각의 특징을 가진 화이트, 블랙, 레드, 블루존과는 달리 자체적인 블록체인 월드 존을 가지지 못하지만 이들의 연결과 공존을 위한 옐로우존을 책임진 아성에게조차 검증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규칙들만 전달했을 뿐 그 어떤 다른 힌트도 퍼스트는 건네주지 않았다. 마치 각각의 존들이 분리되어서 성장하되, 이들의 코드가 한 군데 모이면 큰 일이라도 나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자신들이 받은 금화에 새겨진 문양을 외부에 노출하거나, 이를 다른 사람과 바꾸는 것은 물론, 그 존재 자체를 알려서는 안된다는 엄중한 규칙에 대해 최초 <더 파이브>의 멤버가 되는 제안을 받아들일 때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서약을 해야만 했다.

“대의원은 명예직 같은 거니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야. 앞으로 게임 매치에서 할 일을 배당하는 게 우선이야. 자. 의견을 내봐.”

세라가 말했다.

 

<다음주에 계속>

<지난화 보기>

11화_유크로니아 왕위 계승과 세금 인상 

10화_세이무어와 테스의 회합

9화_블랙존에서 열린 총회 

8화_아버지가 남긴 것

7화_ 예술가들의 천국

6화_세라, 유크로니아 16번째 달의 이름

5화_VR과 AR이 조합된 게임월드, 시험운영은 끝났다

4화_민이 낸 수수께끼를 풀어라

3화_살아남은 자들의 아침

2화_더 퍼스트의 속삭임

1화_유크로니아국의 입국 신청


[작가 소개]

윤여경

‘세 개의 시간’ 한낙원 과학 소설상 (2016)
‘러브 모노레일’ 황금가지 공모전 우수상 (2014)
한국SF협회 부회장 및 아시아SF협회 창립자

중국 최대 SF출판사 ‘과환세계’, ‘FAA’, ‘스토리컴’ 및 인도SF협회, 일본 SF작가협회, 남아시아 유명 작가 등을 섭외하여 아시아SF협회를 설립했다. (2018년 5월 19일 베이징 APSFCon) 아시아 SF연구 교류, 세계SF컨벤션에 한국SF작가들을 대동하여 홍보하는 등 국제교류에도 힘쓰고 있으며, 해외출간, 과학소설 VR 웹툰화 및 영화화 추진, 인공지능 작곡 과학소설 OST 등 OSMU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선임강의교수
빅뱅엔젤스 매니징파트너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파트너
코인데스크 코리아 칼럼니스트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석사는 사회과학 계열의 보건정책관리학, 박사는 공학계열의 의공학 등 서로 다른 학문을 넘나드는 국내의 대표적 융합전도사. <거의 모든 IT의 역사>,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내 아이가 만날 미래> 등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SF영화의 장면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국책과제도 수행하였고, 이와 관련한 주제의 외국서적인 <스타워즈에서 미래 사용자를 예측하라>를 번역하였으며, 대학에서도 이와 관련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