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우주로 메시지 보내기’가 유행하고 있다

등록 : 2019년 3월 16일 10:00 | 수정 : 2019년 3월 15일 17:07

우주

이미지=Getty Images Bank

 

어디로 보내는지, 누가 읽을지는 알 수 없다. 메시지를 작성하고 비트코인으로 몇십 원 정도 되는 수수료를 결제한 다음 ‘보내기’ 버튼을 누를 뿐이다. 그러면 메시지는 광활한 우주로 쏘아지고 위성을 통해 전달된다.

 

블록스트림 위성 서비스 화면. 이미지=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 갈무리

블록스트림 위성 서비스 화면. 이미지=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 갈무리

 

먼 옛날 유리병에 넣어 바다에 띄우던 편지를 이제는 우주로 띄워 보내는 것 같다. 최근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이러한 ‘우주로 메시지 보내기’가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블록스트림(Blockstream)의 위성 덕분에 가능하게 됐다. 블록스트림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사람들도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약 1년 전에 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후 인공위성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웹사이트 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spacebit.live)가 탄생하면서 간편하게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의 기본 전송 요금은 테스트넷 비트코인으로 우리돈 약 34원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흥미진진하다. 어떤 사람은 인생과 비트코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담은 일기를 전송하고 있다.

“나는 회사도 그만두고 여기에 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내 첫 번째 라즈베리파이 라이트닝 노드를 만들고 위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서 말이다. 이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겠다.”

‘그러블즈(Grubles)’라는 계정을 사용하는 트위터 이용자는 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의 글을 종종 자신의 트위터에 옮겨오는데, 위의 글도 그중 하나다. 다음 날에는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나는 몇 개 대륙으로 동시에 메시지를 쏘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과연 누가 이걸 읽기는 할까?”라고 썼고, 나흘째 되는 날에는 “나는 여기를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내용도 흥미롭지만, 메시지 전송량 또한 놀랍다.

어떤 사용자는 “미쳤다, 대박”이라고 평했고, 또 다른 사람은 라이트닝네트워크에 바치는 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암호화된 희귀한 페페(pepe) 이미지를 올린 사람도 있다. 페페는 한정판 트레이딩 카드로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개구리 캐릭터다.

페페

페페. 이미지=픽사베이

 

또 다른 사용자는 한때 트위터에서 인기를 얻다가 자취를 감춘 “댄다크필(DanDarkPill)”이라는 사용자명을 태그해서 페이지 가득 낙서를 올리기도 했다. 이 수수께끼의 메시지에는 “빛을 찾으면 돌아올 것”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를 두고 댄다크필이 블록스트림을 통해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를 만든 익명의 개발자 “미디엄스퀴즈(MediumSqueeze)”는 댄다크필을 ‘쓰러진 노장(fallen soldier)’라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정말 댄다크필인지 혹은 그를 사칭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의 건재와 복귀를 알리는 메시지이길 간절히 바란다.”

 

모두를 위한 인공위성

블록스트림 웹사이트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위성 시스템을 사용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은 지금도 많이 있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미디엄스퀴즈는 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가 현재는 테스트넷에 불과하지만, 조만간 진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비트코인 실시간 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다.

테스트넷이건 아니건 멋지게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지난 12월 블록스트림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공개한 바 있는데, 블록스트림 위성을 사용한 새로운 API 가운데 사실 메시지 전송 기능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메시지를 전송하려면 사용자는 비트코인 기반 라이트닝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소액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아직 실험적 단계의 플랫폼이지만, 사용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요금은 데이터 전송량에 비례하는데, 예를 들어 이미지를 보내려면 문자를 전송할 때보다 돈을 더 내야 한다.

”블록스트림이 구현한 응용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는 메시지를 수신하면 라이트닝네트워크 송장을 만들고, 요금이 결제되면 메시지를 위성 텔레포트로 내보낸다.”

미디엄스퀴즈의 설명이다.

스페이스비트닷라이브와 블록스트림 API 덕분에 메시지 전송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지지만, 메시지를 수신하려면 지금은 위성 수신기를 설치해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누구나 인공위성을 이용할 수 있다. 필요한 장비는 약 100달러, 11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오랫동안 비트코인 코어에 참여했던 블록스트림 전 CTO 그레그 맥스웰은 비트코인톡(Bitcoin Talk)에 자신이 설치한 위성 수신기 사진을 올리고 설치 팁을 공유하기도 했다.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러면 이런 유행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저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고 말까? 아니면 비트코인을 사용해서 위성 메시지를 보내는 어떤 의의가 있는 걸까?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미디엄스퀴즈는 ‘지금은 다들 재미로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몇 개발자들은 이 기술이 새 시대를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안셀 린드너는 사람들이 정부나 기업의 부정행위를 고발하는 일에 이 시스템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열 없이 익명의 메시지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남자. 이미지=플리커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남자. 이미지=플리커

 

“익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 주류 매체나 인터넷서비스 제공자, 정부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소셜미디어와 같은 제삼의 사이트에 포스팅하는 것은 익명의 계정을 쓰더라도 검열을 피할 수 없다. 개인 홈페이지는 검열은 없지만, 사용자가 누구인지 금방 추적할 수 있다. 암호화된 메시지, 이메일은 몇몇 단계를 거치는 동안 한계에 부딪힌다. 반면 위성을 통하는 메시지는 전 세계로 뿌려지는데, 이를 막기는 어렵다.”

일부는 이 새로운 메시지 전송 방식이 비트코인의 정신을 더 널리 퍼뜨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종류의 네트워크는 왓츠앱에나 어울릴 법한 가벼운 메시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블록스트림은 21세기 사이퍼펑크다.”

미디엄스퀴즈가 언급한 사이퍼펑크는 1990년대에 정치적 변혁을 위해 암호기술 사용을 주장했던 기술자 집단이다.

이 글 서두에 언급했던 일기의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다섯 번째 메시지를 남겼다.

“비트코인이 없었다면 미래에 대한 확신도 그만큼 줄었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손주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그날이 어쩌면 탈문명의 암흑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은 분명 전설로 기억될 것이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