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거래량 ‘95% 가짜’보다 ‘5% 신뢰’가 중요하다

등록 : 2019년 4월 8일 12:01

Bitcoin Faces Price Pullback Amid Extremely Overbought Conditions

이미지=Shutterstock

 

비트와이즈(Bitwise)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의 95%가 가짜라는 내용의 보고서는 암호화폐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온 사람들에게 암호화폐가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기만적인 금융 기법임을 증명하는 결정타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95%를 제외한 나머지 5%는 가격 조작이나 워시트레이딩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 5%에 관한 자료는 95%의 가짜 거래량에 대한 자료만큼이나 중요하다.

비트와이즈는 현재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는 데 필요한 규정 변경 신청서를 SEC에 제출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SEC에 암호화폐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보고서를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형식으로 준비한 건데, 준비한 자료 가운데는 인가받은 전문 투자자 전용 플랫폼인 코인베이스 프로(CoinbasePro)의 거래창 화면을 갈무리한 사진이 한 장 포함돼 있었다.

비트코인의 매수/매도가격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spread)는 $0.01였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419였으므로, 비트코인의 스프레드는 0.0003%라는 뜻이 된다. 이는 현존하는 모든 금융 상품 가운데 가장 작다.

 

암호화폐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즉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은 중개인이 없으면 사실상 거래가 성사될 수 없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는 중개인이 따로 필요하지 않으므로 시장 참여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줄어들고 거래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비트와이즈의 발표는 비트코인 시장이 여전히 시장 조작에 취약한 면이 없지 않지만, 동시에 암호화폐가 지닌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잠재력을 올바로 구현해내려면 역설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낮은 유동성에 비해 놀라울 만큼 높은 비트코인의 가격 효율성

유동성이 높아 중개인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므로 자연히 스프레드(시세 차익)는 작아지는 전통적인 금융 시장과 비교해보면 비트코인의 거래량은 사막의 모래알 정도에 불과하다. 거래량이 작아 유동성이 훨씬 낮은데도 이렇게 낮은 스프레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무척 놀라운 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격 효율이 높은 시장으로 손꼽히는 미국 국채 시장을 예로 살펴보자. 미국 국채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액은 약 5,500억 ~ 1조 달러에 이른다.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은 하루 평균 2억 7,300만 달러로 훨씬 작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는 대개 기관투자자들이 거액 단위로 거래하지만, 비트코인은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열려있다.

전통적 금융시장에서 거래 규모는 유동성에 영향을 주고, 유동성은 가격 효율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비트와이즈의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거래량이 아주 적지만, 그에 비해 매우 높은 가격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비트코인 거래는 기존 금융시장과 달리 이면에서 거래의 실행과 조정을 관장하는 중개인 없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비트코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 기관에 의존해야 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비트와이즈는 거래량을 부풀리지 않고 정확히 신고하는 거래소 10곳을 꼽았는데, 이 거래소들은 엄격한 규제를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투자자의 신뢰를 얻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을 알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은 많은 비용이 들고 여러모로 성가신 과정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고 자리를 잡는 규제의 틀 속에서 비트코인의 숨은 잠재력이 오롯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머지않아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온전히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탈중앙 솔루션이 보편화되고 거래소의 역할은 단순한 가격 경쟁으로 축소될 것이며, 그 결과 규제가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거래소 쿼드리가에서처럼 그 많은 투자금이 동결돼버리는 사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거래소가 제공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인 가격 발견(price discovery) 기능은 그런 식의 탈중앙화 솔루션이 대신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코인베이스 프로(Coinbase Pro) 등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네트워크 효과를 십분 활용해 시장의 적정 가격을 드러내는 가격 발견 기능을 대체할 방법은 없다. 이는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거래소들은 저절로 적정 가격을 드러내지 않는다. 시세 조작이 적발되면 규제 당국의 강력한 처벌을 받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려 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규제 당국의 감시와 감독이 없다면 가격 발견 기능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규제 덕분에 가능한 가격 발견

이러한 맥락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 백트(Bakkt)의 주요 판매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트는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가 만든 플랫폼으로, ‘연방 정부의 규제 하에 있는 가격 발견 기능’을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홍보한다. 백트의 주장에 따르면 대규모 기관들은 연방 정부의 관리∙감독이 있어야 가격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고객에게 수탁자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거대한 기관투자자 시장에서 백트와 경쟁하게 될 코인베이스를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백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각 주 정부의 금융 거래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그것만으로도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어찌됐건 불법 행위를 일삼는 거래소를 향한 비트와이즈의 비판은 비트코인에 대한 실망과 환멸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신 비트코인이 더 넓은 세상에서 적법한 거래를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교훈을 찾아야 한다.

비트코인 회의론자들은 암호화폐 기술이 사회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반대로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적절한 규제를 도입해 시행하는 것이 투자자는 물론 암호화폐 전반에 유익한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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