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시장이 다시 꿈틀거린다

등록 : 2019년 3월 13일 08:22

최근 중국에서는 중고 채굴기를 사려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채굴장 부지나 시설, 수력발전소와 사전 전력 공급 계약을 맺는 채굴자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올여름 채굴 수익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는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만반의 준비에 나선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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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이 풍부한 여름이 되면 중국 전역의 수력발전소 수백 곳에서 전력 수요를 채우고도 남는 충분한 전력이 생산된다. 특히 산악 지대인 쓰촨성이나 원난성에서는 전력 생산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 현지 전기 요금도 대폭 낮아진다.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내려 이윤도 속절없이 줄어드는 상황에 속수무책이던 채굴자들은 올여름을 수익률을 회복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쓰촨성 청두시에서 총 20만 대의 채굴 장비를 수용할 수 있는 채굴장 여섯 곳을 운영하는 회사 해시에이지(Hashage)는 채굴기를 가동하는 데 드는 전기 요금이 여름철에는 보통 킬로와트시(kWh)당 0.25위안(우리 돈 약 42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발전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해시에이지의 최고경영자(CEO) 정쉰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달간 채굴장 임대 수요를 조사해보니 개인 채굴자는 1인당 1000~3000대, 대형 채굴장은 수만 대 이상의 채굴기를 설치, 가동할 계획을 세워둔 곳이 많다고 말했다. 해시에이지가 조사한 이들이 가동할 계획인 채굴기만 합쳐도 100만 대가 넘는다.

정쉰에 의하면 현지 수력발전소와 진행 중인 전기 요율 협상은 이번 달 말쯤 마무리되지만, 산악 지대인 쓰촨성까지 채굴 장비를 운반하고 설치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므로 채굴자들은 일찌감치 채굴 자원과 장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람들의 열의가 분명히 느껴진다. 특히 화석 연료를 쓰는 화력 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중국 내륙의 몽골이나 신장 지역에서 온 채굴자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중국 내륙 지역의 전기료는 보통 킬로와트시당 0.35 위안(약 59원). 전기료 차이가 조금만 나도 채굴 시설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의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지는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현재 여전히 개당 4천 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중국 암호화폐 채굴회사 비트메인(Bitmain)의 앤트마이너S9 채굴기를 예로 들어보자. S9 한 대를 가동하려면 하루 30kWh의 전력이 필요하다. (2017년 기준 미국의 평균 가정 전력 소비량이 하루 29kWh.) 전기료가 0.01위안만 싸져도 앤트마이너S9 한 대당 하루에 우리 돈 50원을 아낄 수 있는데, 채굴기를 1만 대 가동하는 채굴장이면 하루 50만원, 한 달이면 무려 1500만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모처럼 활력 찾은 채굴기 중고시장  

정쉰은 이어 비트코인 ASIC 채굴기의 중고가가 저렴해진 것도 채굴장 수요가 늘어난 데 한몫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중고 앤트마이너 S9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초당 10테라해시(TH/s)의 속도로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는 중고 S9은 파손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5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A New Line of Powerful ASIC Miners Is Coming to Ether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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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중국 대표 인터넷 쇼핑사이트 알리바바에서는 중고 S9이 대당 100~2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일부 도매업자들은 비트메인 홈페이지에서 450달러를 주고 구매해야 하는 S9 새 제품을 3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굴 풀 빅신(Bixin)의 최고마케팅책임자 타일러 슝은 지난해 말 무더기 채굴 중단 사태가 벌어진 이후 중고 채굴기 공급은 급증했다고 설명한다.

“S9은 ASIC 계의 AK-47(구소련의 주력 무기였던 자동소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시장에서 가성비가 제일 뛰어난 채굴기로 평가받고 있다.”

빅신도 올여름 쓰촨성에서 채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정쉰은 쓰촨성 주요 채굴장들이 모두 더하면 150만 대의 채굴기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시에이지가 고객 채굴기 설치와 별개로 ASIC 채굴기 2만 대를 중고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구매해 설치,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채굴장들은 예상 소모 전력의 80%에 대해 현지 발전소와 미리 전력 공급 계약을 맺는다. 다시 말해 채굴장 임대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그만큼의 전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더라도 계약서에 명시된 최소 금액은 무조건 내야 한다는 뜻이다. 해시에이지가 자체 채굴기를 갖춘 이유는 이처럼 임대 수요가 예상을 밑돌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또 올여름 비트코인 전체 네트워크의 해시레이트가 초당 70퀀틸리언해시(EH/s)에 육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는 지난해 여름 사상 최고치로 기록된 61EH/s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미 지난 두 달간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데이터 제공 업체인 블록체인인포(blockchain.info)에 따르면, 1월 초 평균 35EH/s였던 해시레이트는 현재 초당 42EH/s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전체 채굴장 임대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ASIC 채굴기 재고와 제조사들이 추가로 생산하고 있는 채굴기의 양을 합치면 공급량을 어렵지 않게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장비를 사들여 채굴에 나설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채굴 시장 구도 재편중?

사실 채굴장이 밀집해 있는 쓰촨성 서부의 간쯔나 아바 티베트족 자치구의 여름철 강수량은 늘 풍부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올해 이곳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일까? 이에 관해 채굴 시장의 구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인데스크는 해시에이지 공동창립자이자 현재는 쓰촨성에서 마이닝씨(Mining Sea)라는 별개의 채굴 업체를 세워 운영하는 윤자오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채굴자보다 채굴기 제조업체나 채굴장이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전기 요금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상승장에서는 장비를 구매해 채굴장에 임대 공간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윤자오가 올해 마이닝씨를 세운 이유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의 공급과 수요가 서로 균형을 더 잘 이룰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우리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해 상황을 개선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빅신의 타일러 슝도 같은 생각이다. 슝은 시장 구도가 바뀌어 이제는 채굴자에게 유리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채굴장 가운데 전기를 가장 저렴하게 확보하는 곳들도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은 이제 더 이상 채굴기 제조업체의 편이 아니다. 당분간은 중고 채굴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채굴기 제조업체는 오히려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이다.”

 

전력 초과 생산으로 저렴해지는 전기 요금  

 

Washington State County Moves to Limit New Bitcoin Mining Fi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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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력발전소에 대한 지방 정부의 정책 변화도 현 상황을 뒷받침한다. 과거와 달리 민간 발전소들은 초과 생산 전력을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는데, 덕분에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민간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중국의 수력발전소는 크게 국가 전력망에 속해 있는 발전소와 그렇지 않은 민간 발전소 두 가지로 나뉜다. 국가 전력망에 포함된 발전소는 국가가 사전에 약속한 전력을 무조건 구매하기 때문에 매달 안정된 수입을 얻는다. 반면 민간 발전소는 경쟁을 통해 안정적인 고객을 스스로 확보해야만 한다.

쓰촨성 지역 정부는 지난해 8월 “쓰촨성 전력 공급 개혁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다.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대상자의 범위를 넓히고 정부 개입은 줄여나가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궁극적으로는 쓰촨성에서 생산되는 초과 전력을 필요한 곳에 공급해 유휴 전력을 줄이고 낭비를 막겠다는 것이다. 또 잉여 전력이 많은 발전소 근처에 산업단지를 구축하는 시범 사업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쯔 자치구 정부도 현지 수력발전소들이 2017년 한 해에만 415억 kW/h의 전력을 생산했는데, 그중 초과 생산된 163억 kW/h의 전력을 처분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래도 리스크는 있다

표면적으로는 올여름이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리스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윤자오와 정쉰은 전기 요금이 저렴해져도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형성한 3천 달러 저지선보다 더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 4위 암호화폐 채굴풀 F2풀(F2pool)이 산출하는 채굴기 수익 지표에 따르면 1kW/h 당 우리 돈 평균 57원의 전기요금으로 S9을 이용해 채굴하면 한 대당 하루에 약 680원을 겨우 벌 수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이 3천 달러 이하로 하락하면 어쩔 수 없이 채굴을 중단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윤자오는 말했다.

그는 또 보통 채굴자들이 미래 비트코인의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에 대비해 매도 포지션으로 선물 계약을 체결한 후 채굴에 나서는데, 매수 포지션을 취해 계약을 맺어줄 거래상대방 자체가 없을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선물 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것이다.

이어 윤자오는 시장을 교란하는 이들로부터 채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거버넌스의 부재 또한 채굴 업계가 오랜 기간 지닌 문제점이라고 말하며, 마이닝씨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채굴장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무도 없는 새벽 2시부터 두 시간 동안 채굴장 운영자가 고객 채굴기의 네트워크 주소를 자신의 채굴기로 옮겨 몰래 채굴을 진행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정쉰도 최근 중국 칭하이성에서 실제로 벌어져 보도된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일부 채굴장의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 설명했다.

“저렴한 전기 요금을 내세워 채굴자들을 불러모아 놓고는 채굴기를 다 설치한 뒤에 갑자기 임대료를 높인다. 채굴기를 이미 설치했기 때문에 채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정쉰은 결국 선택은 채굴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의 채굴과 거래는 애초에 리스크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리스크의 종류도 다양하고 늘 존재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