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총발행량을 늘리자는 논쟁에 관하여

비트코인 코어 유지관리 책임자, 블라디미르 반더란

등록 : 2019년 2월 28일 07:00 | 수정 : 2019년 2월 28일 03:45

이미지=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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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발행량 확대를 둘러싼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런 가운데 비트코인 코어의 유지관리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반더란(Wladimir van der Laan)이 따끔한 쓴소리와 함께 그럴 일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네덜란드 출신 개발자 반더란은 평소 성품이 온화한 인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런 그도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총발행량을 늘릴 계획이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트위터에 신랄한 비판을 남겼다.

“완전히 헛소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해명해야 하다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트코인 통화 정책을 수정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의 총발행량은 처음부터 2,100만 개로 정해져 있다. 이를 수정하려면 비트코인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모두 수정된 코드가 포함된 업데이트를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발행량 조정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주장은 수년째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개발자 맷 루옹고(Matt Luongo)가 추후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트코인 유통량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루옹고의 트윗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초대받은 소수의 CEO, 개발자, 유명 인사들이 모여 비트코인의 미래를 논의하는 연례 회의인 사토시 라운드테이블(Satoshi Roundtable)에서 발행량 확대가 진지하게 논의된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비트코인 채굴 풀 BTC.TOP의 CEO 장 주오어(Jiang Zhuoer)는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공급량 확대를 오래전부터 계획했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비트코인의 수량이 한정돼 있다는 사실은 비트코인의 가치를 지탱하는 핵심 원칙이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은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었다.

반더란은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공급량 확대는 경제학의 기본도 모르는 주장일뿐더러 사람의 심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리에 불과하다. 과연 사람들이 자기가 보유한 자산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리는 선택을 하겠는가? 이미 그 자산 가치가 거의 바닥인 상황에서 말이다.”

반더란은 비트코인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비트코인의 기술적 로드맵을 논의하는 IRC 채팅 채널의 주간 회의를 주재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코어의 또 다른 유지관리 담당자인 조나스 슈넬리, 마르코 팔케와 함께 비트코인 코드에 추가되는 새로운 코드를 최종 검토하고 확인하는 이도 블라디미르 반더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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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효용성을 떨어뜨리면서?

반더란은 비트코인 발행량을 늘리자는 주장이 비트코인의 자산가치뿐 아니라 핵심적인 속성마저 약화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그 속성이란 비트코인을 일반적 디지털 프로젝트와 구분 짓는 속성이다.

반더란은 그러면서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DRM)를 예로 들었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는 디지털 파일에 보안 기술을 적용하여 무단 복제와 유포를 방지하는 기술인데, 아무리 기술을 강화하고 엄격한 기준을 세워봤자 이용자들은 이를 우회하거나 뚫어내 파일을 복제하고 퍼뜨려 왔다.

반더란은 어떤 디지털 파일을 희소하게 만들려는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분야의 수많은 자산, 콘텐츠와 달리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희소성을 유지해온 자산이라는 점에서 더욱 독특하고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흥미로운 실험인 이유는 개발자나 채굴자, 보안 당국이 아닌, 모든 사용자의 네트워크 감시를 통해 디지털 희소성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반더란이 비트코인의 초기 법칙을 성서처럼 떠받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의 초기 법칙이 자의적이라는 지적, 비판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토시가 세운 초기 법칙이 결정적인 규칙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이 법칙들을 통해 비트코인을 예측하고 추산할 수 있게 되었다.”

반더란은 발행량 문제가 한차례 거론된 이상 앞으로도 반복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트코인의 희소성을 지키는 것이다. 희소성의 원칙만 지켜낸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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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세력이 없는 암호화폐

그러나 이번 논쟁의 핵심은 희소성만이 아니다.

앞서 장 주오어는 비트코인 개발자들이 비트코인 공급량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세부 계획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비트코인의 속성을 개발자들이 모여 합의하면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근본적으로도 비트코인을 너무 모르고 한 주장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비트코인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운용되도록 만들어졌는지 이해한다면, 몇몇 대표자들이 모여 앉아 비트코인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대표하는 세력이 없는 화폐이며, 그래서 다른 디지털 화폐들과 차별화된다. (일례로 비트코인 코어 웹사이트에서 블라디미르 반더란의 직무는 잡무(janitorial)로 표시되어 있을 정도이다)

반더란은 만약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이 비트코인을 마음대로 변경하려 한다면 그들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만약 ‘비트코인 코어’라고 주장하는 소프트웨어가 비트코인 코드를 변경하는 업그레이드를 제안한다면, 코어가 손상된 것으로 보고 업그레이드하지 말기를 권한다.”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코어가 비트코인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코어 개발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공급량 확대도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이에 반더란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런 일을 막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반더란은 코드 변경이 흔히 일어나는 다른 암호화폐를 염두에 둔 듯 이렇게 덧붙였다.

“일부 개발자들이 논란에 무감각해진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의심 없이 포크를 실행하면서 이를 쉽게 ‘업그레이드’로 치부한다면) 그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중앙집중화된 시스템이다.”

또 다른 대표적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은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의 하드포크를 시행했고, 이더리움 커뮤니티는 이러한 포크들을 중앙집중화의 단계라기보다 기술 발전을 위한 “업그레이드”로 여기고 있다.

반더란은 이런 면에서 보더라도 비트코인이 더욱 탈중앙화된 화폐라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합의 레벨을 미세하게라도 변경하려고 하면 트위터와 레딧에 당장 난리가 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트코인이 이더리움이나 다른 암호화폐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번역: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