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의 비전은 암호화폐보다 분산원장 기술에 녹아있다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_#11] 아담 크렐렌스타인 심비온트 공동 창업

등록 : 2018년 11월 6일 07:15 | 수정 : 2018년 11월 6일 01:21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 이제 해외 필자로 이어갑니다. 미국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백서 출시 10주년을 맞아 “비트코인 10년: 사토시 백서(Bitcoin at 10: The Satochi White Paper)” 라는 제목으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업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앞을 전망하는 다양한 인사들의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이 가운데 흥미로운 글을 엄선해 번역, 소개합니다. 이번 글은 전통적 금융시장에 초점을 맞춘 핀테크 기업 심비온트(Symbiont.io)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 아담 크렐렌스타인(Adam Krellenstein)이 보내오 글입니다. 아담 크렐렌스타인은 실험적 사용자들을 위해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초기 활용법을 기술하기도 했습니다.

 

사진=Getty Images Bank

 

우리 시대 가장 중대한 기술적 성과 중 하나인 비트코인 백서가 공개된 지 10년이 흐른 지금 비트코인 백서에 담긴 웅대한 비전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규모나 야심 면에서 비트코인을 뛰어넘는 프로토콜을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아직도 이 기술의 본질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 ‘블록체인은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무엇에 적합한가?’와 같은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 간의 관계, 토큰 체계와 스마트계약 간의 관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chain)과 승인받은 이만 이용할 수 있는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어떤 이는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코인”)에 최적화된 기술이라고 여기는 한편, 또 다른 일각에서는 새로운 종류의 분산형 응용 프로그램(“스마트계약”) 개발 측면에서 쓸모가 큰 전도유망한 기술로 여긴다.

이와 동시에 블록체인이 누구나 네트워크에 가입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이어야 하는지, 혹은 회원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허가형 블록체인이어야 하는지를 비롯해 각기 성격이 다른 블록체인이 지니는 가치를 둘러싼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실 위의 두 주장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즉, 토큰 체계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합의 기반 프로토콜에서 스마트계약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토큰, 또 토큰

비트코인 백서를 지금 다시 정독해 보면 사토시는 퍼블릭 블록체인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놀라운 선견지명을 보여줬다. 바로 디지털 화폐와 결제 시스템이다. 사토시의 백서는 토큰 체계와 퍼블릭 블록체인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사토시의 이 독창적인 발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고, 많은 사람이 이를 위해 노력해 왔다.

필자도 카운터파티(Counterparty)와 심비온트(Symbiont)를 공동 창립하고 토큰 체계와 결제 시스템에 관해 정반대 견해를 가진 이들과 모두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하는 매우 드문 경험을 하면서 이 문제에 관해 많이 고민했다. 카운터파티는 토큰 발행 및 거래가 주를 이루고는 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계약 플랫폼이다. 반면 심비온트는 전통적 금융시장의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허가형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 시스템을 개발하고 승인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카운터파티를 직접 개발하고 이더리움(Ethereum)을 시작 단계부터 자세히 지켜보면서, 나는 이 두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강력한 스마트계약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고자 개발되었지만, 실제로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디지털 도구인 ‘토큰’의 개발과 거래에 주로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카운터파티를 개발할 당시 우리의 비전은 중개자 없고, 신용 확인이 필요 없는 분산형 금융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토큰 거래용 스마트계약, 세계 최초의 신용 확인이 필요 없는 분산형 자산 거래소, 차액 계약을 사용하는 예측시장 플랫폼, 투명한 선거를 위한 프로토콜, 증명 가능한 공정한 내기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이 모두를 별도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확장해 구현해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제나 토큰 발행과 거래 목적으로만 카운터파티를 이용했을 뿐, 카운터파티를 사용하여 구축할 수 있는 더욱 진보된, 흥미진진한 응용 프로그램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출시한 지 3년이 지난 이더리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대부분 사람은 이더리움을 컬러드코인(colored coin,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현물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표현, 관리하는 코인) 정도의 기능으로만 사용한다. 이더리움은 수많은 주목을 받았고, 무궁무진한 이론적 가능성 덕분에 큰 기대를 모았지만, 오늘날까지 정작 그 활용 사례만 놓고 보면 가장 간단한 분산형 애플리케이션 외에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더리움 도입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이더리움의 스마트계약 언어인 ‘솔리디티(Solidity)’로 현실적 응용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이더리움 스마트계약 방식의 가장 발전한 사례가 고양이를 테마로 하는 카드 교환 게임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 게임은 카운터파티가 오래전에 출시한 (비트코인 블록체인 기반) 스펠스오브제네시스(Spells of Genesis)나 레어페페(Rare Pepes)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작이 한발 앞섰던 카운터파티와 마찬가지로 이더리움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은 있지만, 거의 토큰 관리 기능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신뢰가 없어도 되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우선 스마트계약 시스템 자체가 막상 일반 대중에게 별 매력이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프로그램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가져다 접목하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더 많은 사람이 신뢰 없이도, 즉 신뢰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그 프로그램을 널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화폐 같은 단순한 도구는 신뢰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쓸 수 있게 되면 그 자체로 가히 폭발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비트코인은 중앙에서 통제하고 관리, 간섭하는 주체가 없으므로 재산을 몰수하거나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가치 저장 수단이나 결제 수단으로써 법정화폐보다 훨씬 나은 시스템이 된다.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끼리 거래할 때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보편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바로 효율성이다. 상급 권한을 가진 누군가에게 신뢰할 수 있는 중개자 역할을 맡겨 높은 효율성을 유지하면 효율성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지금껏 우리가 해온 기존의 시스템은 바로 금융 기관이나 기업, 정부, 국가에 중개자 역할을 맡겼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은 분산형 컴퓨터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기에 개인 간 거래와 상호작용에서 희생될 효율성의 가치가 너무 크다.

이와 대조적으로 허가형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스마트계약의 미래가 훨씬 밝다. 허가형 블록체인은 개인보다 정부나 기업체 등 대규모 기관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허가형 블록체인의 최대 장점은 포괄성이나 투명성의 확장이 아니다. 오히려, 거래 당사자들이 공인된 사실을 효과적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기존 체제보다 더 일관적이고 정확하게 사실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허가형 블록체인의 최대 최대 장점이다.

‘기업형 분산원장 기술(enterprise DLT)’은 팩스와 전화로 유지되던 기존의 사업 절차와 과정을 자동화하고 운영 경비를 절감하는 공유 응용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대규모 기관들은 무척 복잡한 방법으로 거래하고 소통하며, 대규모 기관의 특성상 이견이나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별도의 상급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블록체인상에서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대규모 기관 사이의 이견이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면 어느 한쪽이 ‘슈퍼유저(superuser)’의 자격을 부여받아, 핵심 시장 데이터의 중앙 저장소에 접근하거나 이를 장악해 시스템을 왜곡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던 사실

블록체인은 분산형 컴퓨터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복수의 사람이나 기관이 세상을 일관된 관점으로 보고 행동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첫째, 일관성 있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을 일관성 있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경우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법정화폐 대체), 둘째, 일관성이 없는 분산형 시스템을 일관성 있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경우다(예를 들어 스마트계약의 단편적 금융시장 인프라 대체).

첫 번째 사례는 중앙 기구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에 그 가치가 있고, 두 번째는 분산형 시스템에서 일관되고 권위 있는 사실을 기록하는 저장소로써 효율이 높아지는 데 가치가 있다.

요컨대 먼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스마트계약이라 할 수 있는) 토큰 체계는 접근성을 높여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스마트계약은 허가형 블록체인에서 구현될 때 더 빠르고 싸고 쉽게 이용될 수 있으며, 신중하고 면밀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맨 처음 구상했던 바와 같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디지털 화폐와 결제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이후 기업형 분산원장 기술 부문에서 사토시의 혁신적 아이디어들이 부분적으로 일반화되었지만, 비트코인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법정화폐를 디지털 금(digital gold)으로 바꾸는 대신 전통적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에서는 관리가 불가능한 작업 흐름을 법정화폐를 이용해 지원하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구축하면 어떨까? 퍼블릭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복잡한 스마트계약을 구축하는 것은 비트코인처럼 기존 분산형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중앙 집중형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시도가 되어버릴 수 있다.

이 둘은 본질에서 완전히 다른 접근이자 시도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비트코인 백서 10주년 릴레이 기고]

#1_김진화 코빗 공동창업자: 사토시 페이퍼 10년, 그리고 ‘래디컬 마켓’

#2_김재윤 디사이퍼 회장: 당신의 블록체인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가

#3_정우현 아톰릭스컨설팅 대표: 이처럼 이과적 소양과 문과적 감성 모두 요구하는 게 또 있을까

#4_문영훈 논스 대표: 미래의 혁명가들이여, 논스로 오라!

#5_김종승 SKT 블록체인사업개발Unit Token X Hub TF장: 화폐 르네상스, 새로운 문명을 말하다 

#6_이송이 37coins 창업자: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세계평화’의 꿈은 현재진행형

#7_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 사토시, 비탈릭, 그리고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자세

#8_이준행 고팍스 대표: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투명한 자본조달 구조 바꿔보자

#9_김휘상 해시드 CIO: 블록체인이 우리의 노동과 데이터 주권을 뒤바꿀 것이다

#10_찰리 슈렘 비트인스턴트 창업자: 베네수엘라, 터키 경제위기를 ‘남의 일’로 여기는 당신께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