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위기가 다시 오면 비트코인은 어찌될까

등록 : 2018년 6월 24일 23:42 | 수정 : 2018년 6월 25일 00:01

casey, token economy

비트코인 백서가 발행되고 비트코인이 처음으로 채굴된 시점은 심각한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직후였다. 또 한 차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일어나면 암호화폐가 어떻게 작동할지 그려보는 일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안에서 이미 수도 없이 반복된 사고실험이기도 하다.

별 의미 없이 해보는 한가한 사고실험은 아니다. 실제로 세계 경제 곳곳에서 염려스러운 상황이 눈에 띈다. 무역 전쟁 위기는 고조되고 이탈리아 채권시장은 전에 없이 불안한 모습이며, 독일 최대 은행 도이치방크는 계속되는 실적 악화에 수천 명을 해고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 시장에서도 계속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필두로 각국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긴축 통화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지난 경제위기에서 회복하면서 8년 이상 지속된 저금리, 양적 완화 기조와 이 덕분에 거둔 성과에 제동이 걸렸다.

이미 진행 중인 위험 요소들에 더해 예기치 못한 어떤 계기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일제히 투자를 거둬들이고 시장에서 철수하는 공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독립적인 자산이라는 암호화폐의 명성 덕분에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져 자금이 유입될까?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의 투자자가 줄어들면서 너도나도 암호화폐 자산을 팔려고 할까?

상반되는 시나리오

2008년 9월 뉴욕 월스트리트 구제금융 반대 시위. 한겨레 자료사진

암호화폐를 장기 보유하고 있는 이들(hodlers) 가운데는 시장에 공황에 가까운 위기가 오는 것을 오히려 반기는 이도 있다.

이들은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사토시 나카모토가 전에 없던 암호화폐라는 개념을 알렸을 때와 지금은 크게 다르다고 말한다. 즉, 그때는 달러와 같이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는 신용 화폐의 가치가 곤두박질쳐도 사람들이 자산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 몰랐지만, 이제는 비트코인이 마치 과거에 금이 그랬던 것처럼 기존 체제에 구애받지 않는 안전 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제위기가 오면 특히 비트코인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부터 현금의 대용으로 만들어진 모네로나 제트캐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은행이 펴는 통화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난 2013년 키프로스 은행이 예금을 동결했던 것과 같은 정부의 엄격한 개입에 흔들릴 우려도 없으며, 거래 자체도 무척 간단하므로 비트코인의 가치는 디지털 시대에 가치를 저장하고 보관하는 수단으로 더욱 빛날 것이다. 이는 이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주요한 근거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와는 반대로 위험한 투자를 기피하는 경향이 시장 전반을 지배한다면, 너도나도 암호화폐를 팔아치우는 상황이 얼마든지 올 수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후반기 들어 암호화폐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은 주식, 원자재, 신흥시장 자산 등의 가격이 계속 오르리란 기대가 낳은 공격적 투자 성향(risk on)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신흥시장 자산은 지난해와 정반대로 매도세(selloff)가 급격히 득세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대부분 일반 투자자들은 암호화폐와 토큰을 위험성이 큰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즉, 시장 전망이 대체로 낙관적일 때는 소위 잃어도 그만인 돈을 이런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지만, 반대로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지면 투자자들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렇게 고위험 자산에 투자한 돈부터 회수한다.

코인마켓캡(Coinmarketcap.com)의 집계를 보면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은 현재 약 3천억 달러로, 올 1월 초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는 세 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지난 2017년 말 기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전 세계 시장지수(S&P Global Broad Market Index)의 시가총액 54조 8천억 달러에 비하면 1%도 안 되는 수치다. 이 지수에는 전 세계 48개 국가의 주식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다시 말해 고위험 자산을 찾는 투자자든 반대로 안전 자산을 찾는 투자자든 암호화폐 시장은 여전히 전체 자본 시장보다 그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투자금이 몰리거나 빠져나가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낮은 연관성

암호화폐와 주류 위험자산 간의 연관성, 즉 두 자산의 가격 변화의 상관관계는 대단히 낮다. 이는 곧 비트코인 지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시장 분석 회사 시프르(Sifr)가 비트코인 가격과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500 지수의 상관관계를 90일간 분석했더니 -0.14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상관관계가 1이면 완벽한 양의 상관관계, -1이면 완벽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0이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뜻인데 -0.14는 통계적으로 별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 오면 “모든 상관관계가 1로 수렴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이른바 공황에 빠지면 투자자들은 빚과 추가 보증금을 최대한 빨리 갚고자 없앨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처분하려 들고, 자연히 모든 것의 가치는 순식간에 떨어질 수 있다.

지난해 끝도 없이 모든 가격이 거듭 오르기만 하던 상황과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하면 이렇게 온 시장이 동시에 침체해 대규모 공황 상태가 발생하는 상황을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말 암호화폐 시장에 돈이 모여든 원인으로 금융위기 이후 8년 간 지속된 양적 완화 정책의 결과 회사 채권과 같은 주류 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투자처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지난 몇 년간 약 2%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비트코인이 주류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상품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모여든 자산은 반대로 얼마든지 쉽게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세계 경제위기가 암호화폐 자산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마도 두 가지 효과가 동시에, 함께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 침체로 우선은 매도세가 우세해지며 모든 시장에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비트코인이 전체 시장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수익률을 기록하면, 특히 정부나 기존 제도권 은행에 따르는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자산으로써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키프로스 은행이 예금 계좌를 갑자기 동결했을 때 그 여파로 전체 시장과 상관없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비트코인이 주목받으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적이 있다. “정부가 은행 계좌는 동결할 수 있어도 당신의 암호화폐 지갑을 여는 데 필요한 프라이빗 키는 절대로 알 수 없다”는 말이 퍼졌다. 이렇게 또 한 번 금융위기가 일어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탈중앙화된 비트코인의 특징이 장점으로 부각된다면 다시 한번 비트코인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전체 시장의 주기적인 등락과 연동돼 비트코인이라는 자산의 가치가 결정되든, 아니면 시장과 주요 자산이 겪는 상황과는 상관없이 비트코인의 독특한 속성이 주목을 받아 대체재로 논의가 되든, 이미 암호화폐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