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포지션과 암호화폐 가격의 관계에 대한 연구

등록 : 2018년 11월 19일 07:05 | 수정 : 2018년 11월 19일 02:32

암호화폐를 둘러싼 생태계에는 의견이 좀처럼 일치하지 않는다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학자들이 말하는 소위 “신념의 이질성”이라는 이 특성이 암호화폐 가치를 결정하는 데 일조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호주 퀸즐랜드대학교에서 재무를 가르치는 왕춘웨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의견의 불일치와 개인적 의견만 가지고는 암호화폐의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왕춘웨이 박사는 앞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비트코인 가격을 올리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 발표하기도 했다.

왕 박사는 자산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가격이 내렸을 때 매입해서 갚음으로써 이익을 내는 매도 포지션(short position)을 통해서 암호화폐 가격 하락에 쉽게 베팅할 수 있다면 많은 암호화폐 가격이 0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일일 변동 폭이 약 4%다. 이 수치는 근본적인 가치의 정보가 변화함에 따른 변동 폭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크다.”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만한 해답을 얻기 위해 왕 박사는 많은 사람이 가치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장난이나 사기성 암호화폐를 관찰했다. 왕 박사는 지난 10월에 발표된 암호화폐 가치에 관한 논문에서 ‘재판매 옵션 가설(resale option hypothesis)’이라는 꽤 오래된 재무 이론이 오늘날 암호화폐 가치가 정해지는 방식을 부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Getty Images Bank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원인 호세 셰잉크만과 웨이 치옹이 2003년 발표한 재판매 옵션 가설에 의하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경우, 자산 가격은 시장에서 가장 낙관적인 참여자, 즉 매수포지션(long position)을 취한 참여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이 두 조건이란 첫째, 가격에 대해서 의견이 다양하게 갈려야 하고 둘째, 매도포지션(short position)을 취하기가 어려워야 한다는 것이다. 왕 박사는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라고 말했다.

매도포지션을 취하기 어려우면 시장은 매수포지션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왕 박사는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사는 값보다 더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희망이 암호화폐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는?

왕 박사는 비트코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를 자신이 알트코인, 특히 아주 평판이 나쁜 코인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현상을 가지고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변동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았다. 왕 박사는 주류 코인, 사기성 코인, 말도 안 되는 장난스러운 코인 등 세 종류 코인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주류 코인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litecoin, LTC), XRP 등 7개 암호화폐가 포함되었고, 평판이 좋지 않은 사기성 코인에는 먼저 투자한 사람이 뒤에 투자하는 사람의 자금으로 이익을 보는 다단계 사기와도 같은 폰지 계열의 비트커넥트(Bitconnect), 농민을 위한 코인이라고 선전된 유로코인(Urocoin), 대마 거래를 위한 파라곤코인(ParagonCoin)이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 진지하지 않게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는 코인으로 도지코인(dogecoin, DOGE), 론폴코인(RonPaulCoin), 그리고 창시자가 투자자 돈을 횡령해서 도주하겠다고 솔직히 밝히기까지 한 유즐리스 이더리움 토큰(Useless Ethereum Token)이 포함되었다.

왕 박사에 의하면,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장난성 코인이 사기성 코인보다 조금 더 오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사기성 코인은 의심이 증폭되어도 한동안 가격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명백하게 사기가 입증되는 순간 가치를 상실한다. 왕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근본적인 가치가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그룹 내에서 의견의 방향이 갈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신념 분산(belief dispersion)이 소멸하고, 재판매 옵션 가치는 폭락하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어떤 코인이 악의 없이, 익살스러운 장난으로 만들어졌다면 그 나름대로 가치가 있지 않으냐고 왕 박사는 반문하기도 했다.

 

가치를 시험해 보자

그렇다면 이런 가격 효과가 시가 총액 규모와 네트워크 효과가 훨씬 더 큰 주류 암호화폐에는 어떻게 작용할까?

재판매 옵션 가치는 본질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왕 박사는 자신의 논문에서 재판매 옵션 가치는 정확하게 산정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왕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서 “회전율, 거래 가격, 변동성 간 상호작용의 통계적 유의성(statistical significance)”을 시험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재판매 옵션 가치’ 가설은 많은 주류 코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등의 주류 코인 재판매 옵션 테스트에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이는 주류 암호화폐의 가격과 수량 관계에서 투기적인 행위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주류 암호화폐의 거래 가격이 해당 암호화폐의 근본적인 가치만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작년 말부터 비트코인 선물이 주요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왕 박사에게 자신의 가설을 실제 암호화폐 시장에서 실험할 기회가 왔다. 왕 박사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 자신의 가설을 적용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론적으로, 선물매도 금융 상품을 도입하면 재판매 옵션 가치가 하락해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한다.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우리가 지금 분명하게 목격하고 있다.”

선물매도 옵션은 곧 다른 암호화폐에도 도입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Dydx는 선물매도용 토큰을 제공하고 있고, 암호화폐 스타트업 컴파운드(Compound)는 선물 매도를 위한 대출 시장을 만들었다. 왕 박사의 분석대로라면 이런 움직임이 지금껏 높은 가격을 유지해온 코인들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왕 박사는 논문에서 암호화폐 가격에 관해 이렇게 밝혔다.

“지금 사는 값보다 더 비싸게 되팔 수 있다는 희망이 암호화폐 가격을 유지하는 주요 동력임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가 있다.”

번역: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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