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페이스북 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이유는 뭔가

등록 : 2018년 3월 28일 19:24 | 수정 : 2018년 3월 28일 19:45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CC BY Brian Solis

마크 저커버그에게는 무척이나 힘겨운 한 달로 기억될 2018년 3월이 지나고 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관한 특종 보도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데이터 관리 업체가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정치 단체에 넘겼다는 것이 골자였다. 페이스북과 그 창업자를 향해 “도대체 페이스북은 이 과정에서 무얼 했느냐”, “저커버그는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않고 어디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페이스북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업인 탓에 논란이 뜨겁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관계자들은 페이스북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상황을 보며 블록체인에 대한 평가가 온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을 것이다. 1조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 20개 이상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거품이고 시장이 과열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애초에 자신의 신원 정보를 등록한 이용자가 다른 가입자들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이 간단한 서비스가 어떻게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기업이 되었을까. 사실 소비자들은 이미 페이스북의 가치(시가총액)가 우리 돈으로 거의 540조원에 육박한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다.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챗의 가치도 페이스북과 거의 비슷하며, 심지어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업계에서 상위권에 드는 서비스가 아닌 스냅마저 그 기업 가치가 20조원이 넘는다.  시가총액 20조원은 몇몇 암호화폐를 제외하면 꿈같은 액수다.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거품 투성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현재 가치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받았다. 하지만 페이스북과 소셜미디어의 가치 평가를 고려하면, 이런 평가와 전망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쯤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만약 거의 비슷한 기술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소셜미디어들이 왜 이런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걸까. 암호화폐를 비판하는 진영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암호화폐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면 코인 종류가 이렇게 다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실제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들의 주장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 서비스들

블록체인에 관해 온갖 부정적인 전망을 펴는 이들의 스마트폰에도 문자, 텔레그램, 시그널, 슬랙, 스카이프 등등 별반 차이 없는 메시지 앱들이 깔려 있을 것이다. 이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메신저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앱이다. 결국 핵심 기능에 대한 수요가 크다면 근본적으로 같아도 아주 작은 차이를 부각해 성공한 앱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이 많은 소셜 네트워크가 저마다 가치를 인정받게 된 데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서비스마다 조금씩 다른 이용자들을 공략했고,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연락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사진을 보낼 때는 스냅챗을 사용할 것이고, 아시아에 있는 친구와 연락할 때는 위챗이 제일 편하다. 암호화된 비밀 메시지로 보안 문제를 덜 걱정하려면 시그널을 쓴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사용자들이 물이라면 각 서비스가 내세우는 소통 방식은 물을 담는 병과도 같다. 트위터 같은 매체는 모르는 사람끼리도 편하게 정보를 주고받고 어느 선까지는 무리 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고, 페이스북 같은 매체는 훨씬 더 친밀한 관계에 쓰기 좋은 서비스다.

각각 조금씩 다른 이 서비스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주고받는 메시지가 사진은 물론 이모티콘과 단어 토씨 하나까지 똑같은 경우에도 서비스마다 각기 다른 쓰임새가 있다. 이용자들이 각각의 메시징 서비스를 조금씩 다른 소통 창구로 사용하고, 그에 따라 부여하는 가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암호화폐가 있어도 된다, 아니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적용해보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라는 표현 방식을 구현한 새로운 프로토콜 덕분에 돈과 자산을 소유하는 방식도 다변화됐다. 이 시점에서 먼저 오늘날 메신저 서비스가 이미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처럼 느껴지는 벨 아틀란틱(Bell Atlantic)이라는 예전 전화 회사가 제공하던 서비스와 얼마나 근본적으로 다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구글에 검색해보면, 벨 아틀란틱은 미국에서 가장 큰 전화 회사였을 때 그 기업 가치가 1,250억달러, 우리 돈으로 134조원이었다. 일일이 다 찾아보지 않았지만, 당시에 주요 통신사와 전화 회사의 기업 가치를 모두 합해도 오늘날 메시징 서비스를 기본으로 하는 회사들의 기업 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인터넷은 이미 우리가 알던 소통, 연락, 통신의 가치를 새로 창출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전까지는 가능하지 않다고 여겨지던 아주 사소한 것들을 첨가했을 뿐이다. 페이스북에는 갑자기 누가 생각나거나 딱히 할 말은 없어도 그냥 한 번 인사라도 하는 의미로 쿡 찌르기(poke) 기능이 있다. 예전 같으면 이게 무슨 장난도 아니고 어떻게 서비스라고 할 수 있냐고 물을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의 엄연한 기능일 뿐 아니라 꽤 많은 이용자가 재미있게 사용한다.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소비자를 잘만 끌어들였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

아주 사소한 차이도 얼마든지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블록체인도 다르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텔레그램 ICO를 색안경을 조금 덜 쓰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번역 :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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