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겨울, 누구의 책임인가?

등록 : 2018년 12월 19일 14:24

이미지=Getty Images Bank

내 친구 중 한 명은 비트코인으로 떼돈을 벌었다. 암호화폐의 열성 지지자이기도 한 이 친구는 더 많은 사람이 암호화폐를 써봤으면 하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비트코인을 기꺼이 나누어 주기도 한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가 비트코인을 설파하면서 자신이 아무개에게 준 소액의 비트코인이 현재 달러 가치로 몇 배나 뛰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을 보면 나는 화가 나곤 한다.

이타적인 행동인데 뭘 그리 타박하느냐 묻는 사람에게 나는 그 친구가 마치 달러로 환산한 투자 이윤이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인 것처럼 말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내 친구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트코인이 중앙 권력이 거래를 검열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탈중앙화 가치를 지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자 수익을 좇는 금융 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운 P2P 거래의 잠재력에 관한 것도 아니다. 은행 계좌나 감독기관 승인 없이 누구나 어디서든 경제적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화폐의 발전이 가져올 혜택에 관한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비트코인이 불법 복제나 위조 위험 없이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최초의 디지털 자산이라는 사실도, 비트코인 시스템이 역사상 최초로 권력자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변하지 않는 합의를 기반으로 한 기록 시스템이라는 사실도 그 친구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는 그저 비트코인이 뭐든지 간에 그저 가지고만 있으면 자신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내 친구 말고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 시장의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암호화폐에 투자하면 누구나 대박이 날 것처럼 보이자 그야말로 전 세계 곳곳에서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일반 대중들마저 그 열기에 휩싸였다.

한번은 암호화폐에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던 친척 아주머니가 어떤 코인을 사야 하냐고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그러시지 말라고 조심을 시키면서도, 나는 투자한 것은 아니지만 ASIC 채굴기로 채굴 과정을 독점하기 어려운 코인에 흥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이내 내 말을 자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은 그만하고, 그래서 뭘 사면 되는지 그것만 알려줘.”

이런 열기 덕분에 곳곳에 암호화폐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암호업계가 미다스의 손을 갖고 있다는 맹목적 믿음으로 무장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아이스티를 만드는 한 업체가 상호에 ‘블록체인’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주가 상승효과가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법정화폐와 달리 암호화폐는 확신 없는 인간이 아니라 확고부동한 수학에 의해서 뒷받침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는 암호업계 지지자들의 주장을 고려하면, 사실 이런 마술 같은 논리가 성공을 거둔 것은 다소 위선적이었다. 거품이 제대로, 완전히 꺼진 지금 우리는 이러한 미신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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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의 어려움

혹자는 암호화폐가 부유층의 전유물, 즉 일부 특권층이 정부 규제를 피해 재산을 지키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고 암호화폐의 역할이 그것뿐이라면 나는 당장 암호화폐 업계를 떠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암호 기술이 일반 사람들을 위한 도구이며, 궁극적으로 암호화폐가 성공을 거두는 길은 광범위한 대중화 외에는 없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대중화를 시키는 방법이 무엇이든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목표를 완전히 잘못 설정했다. 그 결과 암호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신뢰는 치명상을 입었다. 이를 바로잡기란 불가능하지만, 암호 기술 자체가 거품, 사기, 손실과 동일시되는 상황에 적어도 문제는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조정 국면을 지나는 중인 암호화폐 시장은 2013년 말의 거품 이후 상황과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당시 2년간의 조정기를 지나 가격은 2016년 반등하기 시작했고, 2017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2018년 급락은 2014년과 비교할 때 고객 신뢰도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번에는 4년 전처럼 비트코인 채굴광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엄청난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뢰도 타격은 굉장히 심각해서 나는 암호화폐가 주류로 떠오르는 것은 어찌 됐든 좋은 일이라고 썼던 작년 내 글을 후회할 정도다. 나는 많은 사람이 상당한 손실을 보겠지만, 구매 열기 자체가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긍정적으로 자극했으며, 이러한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과 열기 덕분에 새로운 벤처도 생겨날 것이라고 썼었다. 나는 이들이 분산화된 미래 경제 건설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신규 진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암호화폐 시장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나는 그 밖의 수많은 사람을 무일푼으로 만든 지속적인 사회적 영향을 공정하게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트위터 아이디 @CandleHater가 올린 그림 한 장이 아마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Capitulation은 투매성 매도라는 뜻)

 

신뢰 회복

최고가와 비교하면 지금 비트코인은 약 75%, 이더는 90%, 전체 토큰 시장은 평균 80% 정도 가격이 떨어졌다. 이러한 폭락은 시장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람들은 누리엘 루비니와 같은 강경한 암호화폐 회의론자들이 말하는 단순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에 점점 더 동조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정치권과 정부는 자연히 암호 기술을 경계하며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더욱더 강경한 규제책을 펴게 된다. 그 결과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은 갈수록 시장에서 소외되고 거래할 은행을 찾기 어려워지며, 갖은 법과 규제의 속박 아래 놓이게 된다.

반면에 암호업계에 대한 관심이 잠잠해짐에 따라 여론의 적의 어린 시선이 수그러들고, 개발자들은 좀 더 건강한 환경에서 암호 기술의 잠재력을 발현하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은 역설적이지만 잘된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2014~2016년에 이와 유사한 건설적 성장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로 어떠한 제품이든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메시지와 이미지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안타깝게도 암호화폐 시장과 업계 전체에 추운 겨울이 찾아왔다. 이 겨울을 끝내고자 한다면 모든 열정을 모아 기술 발전에 쏟아부어야 한다. 소셜미디어 등에서 암호업계를 대변하는 리더들은 암호화폐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변화시킬 책임이 있다. 메시지는 일종의 교육이어야 한다. 암호 기술의 장점과 함께 단점들을 다루고, 확장성, 효율성, 보안과 관련된 장애물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이제 암호화폐 가격에 대한 집착을 벗어 던져야 한다. 가격에 대한 집착은 비트코인이나 암호화폐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달러에만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이제 결자해지의 자세로 우리가 함께 겨울을 헤쳐나갈 차례다.

This story originally appeared on CoinDesk, the global leader in blockchain news and publisher of the Bitcoin Price Index. view BPI.